33년간 모태 솔로의 신혼일기 #30

결혼은 현실이다.

by 인생짓는남자

결혼이란 뭘까? 한 마디로 ‘어려운 거’다. 왜?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처럼 정말 ‘현실’이니까. 결혼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어렵다. 드라마에서 신혼부부가 나오면 정말 아름다워 보인다. 행복해 보인다. 얼마나 아름답고 행복해 보이는지, 보기만 해도 결혼하고 싶어질 정도다. 현실도 그럴까? 물론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결혼하면 행복하다. 아름답다. 하지만, 팩트는 그게 다가 아니다.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다. 아름다운 일만 펼쳐지지는 않는다.

‘현실 부부’라는 말이 있다. 결혼생활이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님을 은근슬쩍 알려주는 말이다. 결혼은 환상과 다름을 시사하는 말이다. 실제로 결혼하면 어려운 일도 겪게 된다. 여러 갈등을 겪고, 싸우기도 한다. 현실적인 문제로 말이다. 결혼을 막 하면 하나부터 열까지 맞지 않는 게 너무 많지 않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2~30년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며 살았으니 당연한 일이다. 가치관과 생활 방식 등 맞춰야 할 게 많아서, 맞추는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난다. 그뿐이랴. 서로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을 맞추는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더 골치 아픈 문제로 괴로움을 겪는다. 시댁과 처가 문제 말이다. 이 문제는 정말 골 때린다.




사람들이 내게 종종 묻는다. 아내와 다툰 적이 있냐고. 당연하지. 나도 사람인데 어떻게 안 싸울 수 있겠는가. 결혼한 지 2~30년 동안 한 번도 안 싸운 부부도 있다지만, 그런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뿐더러 그러기는 쉽지 않다. 그런 데도 사람들이 내게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결혼 전에 지인들 사이에서 사랑꾼으로 소문이 나 있었기 때문이다. 결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렇게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션이나, 최수종, 차인표 씨에 비할 바는 아니다.

세 사람에 비하면 나는 새 발의 피지만, 어쨌든 다른 부부들에 비하면 우리 부부는 덜 싸운 편이다. 싸우더라도 크게 싸우지 않는다. 어떤 부부는 집 안에 있는 온갖 물건을 던지고 때려 부순다고 한다. 또 어떤 부부는 살벌하게 욕을 하며 싸운단다. 우리 부부는 그러지는 않는다. 둘 다 소리 지르거나 물건을 집어던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우리 두 사람의 인격이 남들보다 고상해서 그런 건 아니다. 일단 내가 소리를 지르지 못한다. 내 목청이 약해서 소리를 살짝 질러도 목이 따갑다. 금방 쉰다. 그래서 평생 소리 질러 본 적이 없다. 군대에서 구보 시간에 군가를 부를 때와 유격 훈련 때 목소리를 크게 낸 것을 제외하고 말이다. 물건을 던지지 않고, 때려 부수지 않는 이유는 매우 현실적이다. 싸움이 끝난 후 부서진 잔해를 치워야 한다. 치우기 귀찮다. 부순 게 필요한 물건일 경우 다시 사야 한다. 돈 아깝다. 그래서 나는 절대 물건을 부수지 않는다. 돈이 많았으면 부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혼해 보니, 결혼생활은 정말 쉽지 않음을 느낀다. 결혼하면 연애 때처럼 풋풋하고, 알콩달콩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2~30년을 해로한 결혼 선배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함께하려면 서로 많이 양보하고 인내하며 노력해야 한다. 아니 끝없이 양보하고 끝까지 인내하며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럴 배짱이 없으면 결혼하면 안 된다. 그런 배짱은 웬만한 각오 없이는 가질 수 없다. 과장해서, 그런 배짱을 가지려면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결단이 필요하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는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다. 한쪽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다른 쪽에서 돕지 않으면 결국 한계에 다다르기 마련이니까. 절대로. 그리고 한쪽만 노력하는 건 좋지 않다. 노예도 아니고 왜 한쪽만 노력해야 하는가. 둘 다 노력해야지. 한쪽만 노력하게 하는 건 바르지 않을뿐더러, 이기적이며 나쁜 거다. 그럴 거면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 서약을 한 순간 두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 모든 노력과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맹세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결혼 서약을 했으면 지키기 싫어도 그 서약을 지켜야 한다. 그럴 줄 몰랐다는 핑계는 말도 안 된다. 그럴 줄 몰랐어도 지켜야 하는 게 서약이다. 서약은 그렇게 무서운 거다.




우리 부부는 결혼한 지 4년 됐다. 4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다. 4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얼마나 함께 살지 모르겠지만 - 함께 행복하게 오래 살면 좋겠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 지금 누리는 행복이 지속되었으면 한다. 지금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아내와 지금까지 함께한 시간은 짧지만, 함께할 시간이 많으니까. 그 긴 시간 동안 행복하게 살아야지 않겠는가. 행복하지 않으면, 그런 현실은 지옥보다 더 고통스러울 테니까. 이왕 같이 사는 거 천국보다 더 천국 같은 행복을 누려야지 않겠는가. 그러려고 결혼했으니 그렇게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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