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이 죽자.
“여보, 우리 한 날 한 시에 같이 죽자.”
아내와 내가 종종 하는 말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이다음에 늙어서 내가 먼저 죽으면 혼자 남은 아내는 나를 그리워하며 외로이 지내야 하니까. 반대로 아내가 먼저 가면 아내 곁에 갈 때까지 나 역시 아내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한다. 그러니 우리는 함께 가자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우리 부부의 평생소원이다.
얼마 전 멀지 않은 시간을 두고 잇달아 명을 달리 한 노 부부의 사연을 접했다(https://news.v.daum.net/v/20190618105736120). 애도할 일이지만, 사연 자체는 아름다워 보였다. 노 부부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우리 부부도 과연 저렇게 갈 수 있을까?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함께 잠든 아내가 숨을 쉬지 않는다면... 아, 상상도 하기 싫다. 그런 일을 겪으면 너무 놀라서 내 심장이 멎을지 모른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그러면 좋겠다! 아내 없이 혼자 사는 삶은 상상도 하기 싫으니까. 그래서 아내에게 농담 삼아 이런 말을 한다.
“함께 죽을 수 없다면, 내가 먼저 죽을게. 자기는 강한 사람이라 나 없이 혼자 살 수 있지만, 나는 약한 사람이라 자기 없이 혼자 살 수 없으니까.”
그럼 아내는 볼멘소리를 낸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해. 죽으려면 같이 죽어야지. 나도 자기 없이는 혼자 못 살아!”
한창 젊은 나이에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말해주는 아내에게 말도 못 할 정도로 고맙다.
서로 연결 다리가 전혀 없는 사이임에도 하늘의 도움으로 만나게 되었다. 만난 것도 신기한데, 부부의 연까지 맺게 되었다. 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서로 다른 생각과 성향을 가진 두 사람이 부부가 되기는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천생연분’이라는 말이 있듯이 하늘의 도움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우리는 하늘의 도움으로 부부가 되었다. 서로 티격태격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한쪽 없이는 못 사는 사이가 되었다. 콩 한쪽이라도 얻으면 먹기 전에 늘 아내 생각이 난다. 혼자 먹지 않고 항상 가방에 잘 챙겨 넣어 집에 가져간다. 집에 돌아와 먹을 걸 꺼내 든 내게 아내는 이렇게 말한다.
“얼마나 된다고, 혼자 먹지. 왜 가져왔어”
그럼 어떡하겠는가. 혼자 먹으면 맛이 없는 걸. 둘이 나눠 먹으면 얼마 먹지 못하지만,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니 혼자 먹을 수가 없다.
아내는 내게 그런 존재다. 늘 생각나고, 늘 신경 쓰이는 존재. 그런 아내가 내 곁에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아내가 없는 빈자리는 심장이 떨어져 나간 허전함보다 더 허전하게 느껴질 것이다. 내 평생에 그런 일은 없으면 한다. 그렇다고 아내 혼자 두고 먼저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먼저 가면 아내가 나를 그리워할 테니까. 그러니 함께 가기를 바랄 수밖에.
삶이 우리 뜻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부디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길 기도한다. 하늘이 우리 두 사람을 부부로 묶어 주었으니, 끝까지 함께할 수 있게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먼저 태어났지만, 저 세상에는 아내와 함께 갔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게 지인이 자식 낳은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생각하냐고, 둘 다 가면 자식 마음이 어떻겠냐고 농담 삼아 말했다. 어쩔 수 없다. 자식보다는 우리 두 사람이 더 중요하니까. 자식이야 분가하면 그만이다. 아무리 분가를 했어도 부모가 살아 있는 것과 이 세상에 없는 것은 천양지 차이지만, 어쨌든 내게는 자식보다 아내가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
아내와 함께 새 삶을 시작했으니, 마지막 순간도 꼭 그녀와 함께 맞이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