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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Nov 29. 2019

내성적이라고 해서 꼭 민감한 것은 아닙니다

내성적이지만 충분히 잘 살고 있습니다 #19

, 괜히 말했어.  말에 상처 받은  아냐?  말에 기분 나쁘지 않았을까? , 이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아니,  말을 아예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

나는 민감한 편이다. 누군가에게 아무 생각 없이 한 마디 툭 던져놓고 후회하곤 한다. 생각하고 말을 했어도 좀 더 생각한 후에 말을 했어야 한다고 나 자신을 나무란다. 말 뿐이겠는가.

행동으로 실수를 해도 마찬가지다. 왜 그런 실수를 했는지 자책하고, 나 자신을 혼낸다. 왜 그런 실수를 했냐며 멍청한 그대여마음속에 꿀밤을 날린다. ‘그럴 수도 있지하며 쿨하게 털어내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다. 털어내기는커녕 괴로움이 극에 달할 때까지 실수를 곱씹고 자책한다.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민감한 건 아니다. 외향인 중에도 민감한 사람이 있다. 덜 민감하고 더 민감하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민감함은 내향인이든 외향인이든, 누구에게나 있다.

민감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규칙을 세운다. 자신이 정한 선을 넘는 걸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그 선을 넘지 않았을 때 만족과 안정감을 느끼고, 선을 넘었을 경우에 세상이 무너진 듯 심한 괴로움을 느끼며 자신을 강하게 질책한다. 덜 민감한 사람이 보면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자기 규칙을 철저히 지킨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은 환경 변화에 예민하다. 외부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덜 예민한 사람이라면 인지하지 못하고 넘어갈 일도 무시하지 않고 반드시 잡아챈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다.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 등, 주변의 온갖 변화를 신경 쓰기에 정신이 쉽게 지친다.




앞서 언급한 민감한 사람의 특징이 내향인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민감함과 내향성을 혼동한다.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 내향인은 민감한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반대로 민감한 사람은 내향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전부 민감하지는 않다. 내향인 중에 덜 민감한 사람도 있고, 매우 민감한 사람도 있다.

물론 내향인 중에 덜 민감한 사람보다 매우 민감한 사람이 더 많을 수는 있다. 민감함과 내향성은 쿵짝이 잘 맞기 때문이다.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다. 가령 민감한 사람은 환경 변화에 예민하다 보니 혼자 있는 걸 선호한다. 정서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내향인도 마찬가지다. 밖에 나가거나 누굴 만나면 피로를 금세 느끼기 때문에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

또한 민감한 사람과 내향적인 사람은 외부 자극에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외부 자극으로부터 동력을 얻지 않는다. 자신의 내면, 자신의 사고와 숙고로부터 동력을 얻는다. 지식과 경험을 숙고하고 정제한 후에 얻은 결과물을 동인으로 삼는다.

이처럼 민감함과 내향성이 공유하고 있는 특징은 많지만, 그렇다고 민감함과 내향성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매우 민감한 사람이 모두 내향인은 아니다. 모든 내향인이 매우 민감하지는 않다.




내성적이라고 해서 꼭 민감한 건 아니지만, 공교롭게도 나는 내성적이면서도 민감하다. 민감하다고 해서 매우 민감한 건 아니다. 민감도를 1에서 10까지 수치화해서 10이 ‘매우 민감이라고 한다면 나의 민감함은 4 에서 6 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매우 민감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매우 민감하지는 않다고 해도 어쨌든 민감하긴 하다. 하지만 다행히 내성적인 성향과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다.

매우 민감한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은 민감함을 외부로 발산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터트린다. 다른 사람의 기분은 신경 쓰지 않는다. 별 거 아닌 일로도 다른 사람에게 버럭 화를 내거나 짜증을 쏟아낸다. 아니면 자신만의 규칙을 전 국민의 법으로 만든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한다. 자신의 규칙에서 어긋나는 말이나 행동을 다른 사람이 저지르면 지적하고, 교정해 주려고 한다. 자신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피곤하게 만들고 피를 말리게 한다.

나는 그러지는 않는다. 나도 살아가는 데 있어 나만의 규칙이 있지만, 철저히 나에게만 적용한다. 그리고 그 규칙을 스스로 지키지 못했을 때 몹시 괴로워한다. 때론 몸이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괴로워한다. 그것으로 그친다.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괴로움을 티 내지 않는다. 나는 내성적이니까. 나는 괴로움을 티 내는 것조차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감춘다.


내성적이라고 해서  민감한  아니라는 글을 써놓고, 나는 내성적이면서 민감하다고 글을 썼다. ... 나는 이런 것까지 신경 쓰인다. 민감도가 4~6 정도 되니까.




민감한 사람의 특징이 내향인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민감함과 내향성을 혼동한다. 동일한 것으로 취급한다. 내향인은 민감한 사람이라고 규정한다. 반대로 민감한 사람은 내향인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내향인이라고 해서 전부 민감하지는 않다. 내향인 중에 덜 민감한 사람도 있고, 매우 민감한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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