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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12. 2019

리더로서의 상사를 만나고 싶다.

상사가 되기는 쉽지만, 리더가 되기는 어렵다.

우리 본부장님은 탁월한 리더였다. 아니, 탁월한 리더인 줄 알았다. 입사 초기에 말이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게 착각한 이유는 직원들의 복지와 업무처리 방식을 세심하게 신경 쓰고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는 업무로 인해 지친 직원들이 피로를 풀 수 있게 아무 때나 자유로이 쉬게 했다. 직원들은 업무 중에 짬짬이 산책을 하고, 침대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다.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업무 집중도를 높이려는 일거양득의 조치였다. 복지 정책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지만, 지면상 생략

또한 직원들에게 애로사항을 먼저 묻고 사내 문화와 업무처리 방식을 바꾸어 나갔다. 잘못된 문화나 생산성이 떨어지는 업무처리 방식을 과감히 고쳐서 직원 간에 마찰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하여 생산성을 높였다. 직원들이 계속 다니고 싶은 회사로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다. 그는 정말 멋진 리더였다. 다시 말하지만 입사 초기에는 말이다.

하지만 그의 멋진 리더십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반년이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그도 ‘상사’로 변했다. 그는 직원들의 업무량과 피로를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오로지 성과와 매출만 신경 썼다. 직원들이 업무 중간에 쉬는 것을 못마땅해하는 눈치였다. 직원들이 그리 많이 쉰 것도 아니다. 평균 10분, 길어야 20분이었다. 쉬는 시간이 길어진다 싶으면 괜히 말을 걸며 눈치를 줬다. 직원들이 지치거나 말거나, 정해진 업무를 예상 시간보다 빨리 끝내라고 눈치를 주기 일쑤였다. 업무 결과가 얼마나 완벽한지보다 빨리, 많이를 우선시했다. 그래놓고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시간을 더 달라고 하지 결과가 이게 뭐냐고 나무랐다. 그는 왜 갑자기 그렇게 변했을까? 알 수 없다. 무엇이 그를 변하게 했는지 모르지만, 그는 변했다. 그는 이제 멋진 리더가 아니라 여느 상사와 똑같은 상사가 되었다.




리더와 상사, 누군가 그 둘의 차이가 뭐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본 글에서 말하는 상사란 그저 윗사람일 뿐이다. 직급에 따른 권위를 휘두르기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직원들을 혼내기만 하고, 일할 말이 떨어지게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이 바로 상사다. 리더란 그 반대다. 권위를 선용하고, 능숙하게 사용하는 사람이다.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여 직원들이 일할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 직원들의 업무 능력을 키워주는 사람을 말한다.

아무나 상사가 되기는 쉽다. 진급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진급하면 자연히 상사가 된다. 하지만 리더가 되기는 쉽지 않다. 리더는 진급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인격이 성숙해야 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다. 말을 듣지 않는 직원 앞에서 화를 참을 줄 알아야 하고, 실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먼저 다스려야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네 업무 환경에서 어떻게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냐고? 위에서는 내리누르고, 밑에서는 말을 듣지 않는데 당연히 상사가 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맞는 말일지도. 하지만 그렇게 상황을 탓하기만 하니 리더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핑계다.




본부장님이 다시 리더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까? 계속 상사 노릇만 하면 어떡하지? 그렇다면, 무척 아쉽지만 내가 적응하는 수밖에. 부하 직원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라는 대로 해야지. 리더였던 그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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