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직원들을 쥐어짜는데 능하다.
내가 처음 다닌 회사는 직원 간에 화목했다. 업무 분담이 잘 되어 있었지만, 뒤처지는 직원이 있으면 서로 도와 일을 처리했다. 덕분에 업무 생산성이 좋았고, 사내 분위기는 따뜻했다. 그런 면에서 정말 다니기 좋은 회사였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급여 면에서는 오래 다니기 힘든 회사였다.
사장님 아내도 같이 근무(경리로)를 했는데, 두 분 다 차가 있었고 두 대 다 외제차였다. 그것만 봐도 회사 매출이 괜찮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직원 월급은, 기본급이 최저 임금에도 못 미쳤다. 야근 수당을 주기는 했지만, 기본급이 낮다 보니 한 달 내내 야근을 해도 월급이 많지 않았다. 뭐,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무슨 특근을 그리 자주 시키는지! 당시는 주 6일 근무제를 하던 시절이었다. 특근, 일요일 근무까지 하면 개인 시간이 아예 없었다. 다행히 특근 수당도 주긴 했지만, 역시 기본급이 많지 않으니 (안 주는 것보다 백 배 낫지만) 받으나 마나였다. 결국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잦은 특근에 불만이 많았던 나와 동료들은 특근 거부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회사를 골탕 먹일 계획을 세웠다. 나를 포함해서 네 명이 회사에는 특근하겠다고 말하고, 무단결근을 했다. 과장님과 사장님은 매우 화가 났다. 얼마나 화가 났는지, 네 명 모두 해고했다. 우리는 그 결과를 예상했다. 해고당할 줄 알고 일부러 무단결근을 한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화가 나겠지만, 뭐 그런 일로 해고하냐고? 사장님 인격이 그 정도였다. 임금 협상을 해봐야 제대로 된 협상이 불가능할 테니, 해고당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이후 다닌 회사는 더했다. 야근 수당, 특근 수당을 주지 않은 것이다. 안 그래도 월급이 적어 기분이 좋지 않은데 수당까지 주지 않으니 화가 났다. 특근 후 대체 휴무? 그런 것도 없다. 수당도 안 주고, 대체 휴무도 없이 일을 시켰다. 왜 그런 회사를 다녔냐고? 그런 회사인 줄 알고 입사했겠나! 다니고 싶어서 다녔겠나! 다닐 수밖에 없어서 다녔지.
야근, 특근 수당을 주는 회사도 많겠지만, 주지 않는 회사도 많을 것이다. 야근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야근 수당을 주지 않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회사가 많다. 야근 수당을 요구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야근하기 싫으면 나가라는 식이다. 근로기준법을 당당하게 어긴다. 그보다 더 가관은 그런 회사는 꼭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운데 야근은 왜 할까? 야근하는 건 일감이 있다는 말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론 대기업 하청에 하청 업체는 일감은 있지만,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납품가가 너무 낮아 정말 어려울 수 있다.
회사가 어려워서 초과 근무 수당을 주지 못한다면 최소한 미안해하기라도 해야지. 주지 못한 수당은 회사 상황이 좋아졌을 때 보너스로라도 챙겨줘야지. 미안은커녕 당연하게 여긴다. 직원의 희생만 강요한다. 그래놓고 사장은 좋은 차를 끌고 자택에서 산다. 정말 어려운 게 맞나?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직원들을 쥐어짜는 게 회사의 주특기고, 사장들은 그렇게 자신의 배만 채운다. 참으로 불합리한 처사다.
다행히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는 야근하지 않는다. 특근도 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면에서 야근 아닌 야근, 특근 아닌 특근을 시킨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근무한 것도 아니고 근무를 안 한 것도 아닌, 기묘한 상황을 만든다. 어떤 이의 제기도 할 수 없는 상황을 말이다. 참으로 난감하다.
우리 노동자들은 언제쯤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까? 사장들은, 회사는 언제쯤 직원들 쥐어짜기를 그만둘까? 회사가 어렵다는 핑계는 그만 댔으면 좋겠다. 회사가 그렇게 어려우면 고통을 같이 부담해야지. 사장과 임원들은 말로만 고통을 함께 지자고 한다. 자신들은 챙길 거 다 챙기면서. 자신들 살 궁리만 다 해놓는다. 정말 나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