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짓는남자 Jan 11. 2019

성과를 내라고?

그럼 월급을 올려 주세요!

미지의 일을 동경하여 그 일을 하기 위해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다. 지금 하는 내가 일은 무려 15년 동안 꿈꾸어 오던 일이다. 나는 마침내 꿈을 이뤘지만, 꿈을 이룬 기쁨도 잠시. 입사하자마자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회사에서 경력 이상의 실력 발휘와 성과를 요구한 것이다. 그게 뭐 어떠냐고? 회사는 그러려고 직원을 고용하는 거 아니냐고? 맞는 말일지도. 하지만 나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나는 신입이기 때문이다. 아직 업무 파악도 못 한 신입에게 경력자에게나 요구해야 할 실력 발휘와 성과를 요구하고, 그걸 강요하니 문제다. 내가 경력자였으면 할 말이 없다. 경력자라면 경력에 맞는 성과를 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신입인데...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파악하는 것도 정신 없고 벅차다. 그런 상태인데 성과를 요구하면 어떡하냐고!

지인에게 답답한 마음을 쏟아내니 백 년 묵은 채기가 싹 내려가는 위로를 해줬다.


“그 정도 실력이 있었으면 그 회사에 다니지 않았지. 더 좋은 회사에 다니지 그 회사에 왜 다녀!”


와, 역시 나의 지인이다. 제대로 된 위로를 해줬다. 그래, 맞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었으면, 뭐하러 그 회사에 다니겠나! 더 높은 연봉을 받으며 다른 회사에 다니지. 그렇게 실력 이상의 성과를 원하면 연봉을 더 올려 주든가! 그럼 나도 죽어라 실력을 쌓아서 어떻게든 성과를 내겠지.




회사는 직원들의 마음을 모른다. 적당히 모르면 좋으련만. 몰라도 너무 모른다. 화병이 걸릴 정도로. 회사는 반대로 말하겠지. 직원들은 회사의 상황과 입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그러나 회사와 직원 혹은 노사관계에서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쪽은 대개 회사다. 월급을 주니까.

직원들의 바람은 단순하다. 월급을 많이 주든지, 업무량이 적든지. 업무량이 많으면, 그에 비례하여 월급을 많이 받았으면 한다. 월급이 적으면, 업무량도 적었으면 하고. 회사는 정반대다. 월급을 많이 주고 더 많은 일을 시키고 싶어 한다. 월급을 적게 주고 그래도 일을 많이 맡기려 한다.

성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직원에게 실력 이상의 (혹은 월급보다 상회하는) 성과를 원하면, 직원은 회사가 요구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는 대신 그에 걸맞은 보상을 기대한다. 다음 연봉 협상 때 연봉을 올려 주든지, 성과급을 주든지. 이 문제에서 회사는 여전히 반대 입장이다. 월급을 이만큼 줬으니 준 만큼이 아니라 ‘그 이상 일을 하고 성과를 내야 한다’ 생각한다. 그걸 당연하게 생각한다. 직원을 쥐어짜려고만 한다. 여느 대기업처럼 쥐어짜더라도 확실한 보상이 따르면 아무 말도 안 하지. 보상 없이 쥐어짜기만 하니 문제다.




월급도 안 올려주고, 실력 이상의 성과를 강요당하는 이 상황을 어찌해야 할까? ‘에라’ 사표를 던질 수도 없다. 먹고 살려면 적은 월급이라도 손에 쥐어야 한다. 치사스럽다. 그러니 다른 방법은 없다. 어떻게든 실력을 쌓는 수밖에. 신입이라고 핑계 댈 수만은 없다. 1년, 2년, 3년이 지나면 나도 경력자가 되니까.


“나는 신입이라고!”


그때는 이 핑계를 댈 수 없다. 꼼짝없이 성과를 내야 한다. 물론 그때도 경력 이상의 성과를 요구하겠지. 그때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 지금은 당장 살길이나 찾자.

매거진의 이전글 하라면 하라는 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