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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11. 2019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는 곳

회사에서 그동안 내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라고 지시했다. 얼마간 다른 직무의 일을 하라고 한다. 회사의 결정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 뭐, 아무래도 좋다. 나가라고 한 게 아닌 이상, 무슨 일을 하든 대수랴. 비록 다른 직무의 일이지만, 이전 회사에서 해 본 일이라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 하는 일보다 더 편하고 능숙하게 할 수 있다. 해야할 일 그 자체로는 아무 불만이 없는데, 상황이 불만이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을 하려고 입사했다. 잠시 맡게 된 그 일을 하려고 입사한 게 아니다. 회사에서는 그 일을 급히 처리해야 하고,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라 내게 맡겼음을 잘 안다. 그래.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 일을 해야 할 담당 직원이 있음에도 나를 시켰다는 게 문제다. 그 직원이 하면 되는데 왜 나를 시키냔 말이다. 나도 할 일이 있는데. 더구나 순수하게 내가 적임자라서 시켰다면 불만이 없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100% 순수하게 보이진 않는다.

지금 내 업무는 처음 해보는 일이라 서툴다. 지금 업무와 관련해서는 신입이다. 회사에서는 내가 성과를 내지 못하니 시간이 아깝고, 월급이 아까워서 다른 일을 시키는 것이다. 성과를 낼 수 있는 일을 말이다. 냉정하게 보면 잘못된 지시는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과 결과가 중요하니까. 그러면 입사 때부터 나에게 지금 일을 맡기지 말았어야지. 애초에 잠시 맡게 될 그 일을 맡기는 게 옳지 않은가. 나는 아직 신입인데 일을 못 한다고 다른 일을 시키면 되나. 심정적으로는 회사의 결정에 심히 유감이다.




회사가 그렇다.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할 수는 없다. 중소 규모의 회사는 대개 처음부터 하기로 했던 일을 하지만, 큰 회사일 경우 처음 해보는 일을 맡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중소기업이라고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 언제 직무가 바뀔지 모른다. 한 마디로 규모와 상관없이 직장생활을 하면 하던 일이 언제 바뀔지 혹은 언제 다른 일을 떠맡을지 알 수 없다. 일이 바뀌지 않고, 다른 일을 떠맡지 않고 하던 일만 계속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 시키는 일은 무엇이든 해야 한다. 예스맨이 돼야 한다.

그러나 어쩌겠나. 회사는 동호회나 학원이 아닌 것을. 회사는 냉정하다. 나의 처지를 봐주지 않는다. 나에게 무슨 일을 맡기든 회사 마음이다. 회사는 돈을 준 만큼 일을 시키고, 직원은 받는 월급만큼 이라고 적고 그보다 더 큰이라고 읽는다. 성과를 내야 한다. 그게 회사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 떠나지 않으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회사는 정글이다. 살아남지 못하면 낙오될 뿐이다. 강한 자만 살아남아 더욱 강한 자가 된다. 약한 자는 떨어져 나가거나 비실 거리며 겨우겨우 목숨을 부지한다. 씁쓸한 현실이다.




한숨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숨만 쉬고 있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악화될 뿐이다.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한탄하지 말고, 기회로 생각하자. 나의 실력을 드높일 기회!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직원으로 거듭나자!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을 맡았으니 이보다 좋은 기회가 있겠나! 이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 자, 다시 힘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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