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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10. 2019

애사심이 쉽게 생기나!

애사심이 생기게 해줘야 생기지!

며칠 전,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전에 일하던 회사의 동료직원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회사에 대한 불만을 양껏 쏟아냈다. 정확히 말하면 상사, 사장에 대한 불만이었다. 10년을 넘게 충성하고, 열정을 바쳐 일했는데 고작 한다는 말이 “일을 왜 할 줄 몰라”였단다. 회사를 아끼지 않는단다. 상사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일 처리가 매끄럽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 직원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만 하다. 세 명이 하던 일을 그 직원 혼자 하니 당연히 과부하가 걸리고, 일 처리가 매끄럽지 않을 수밖에. 원래 하던 일도 아니고, 여러 명이 하던 일을 혼자 하는데 어떻게 일 처리가 매끄러울 수 있나! 게다가 회사를 아끼지 않았으면 그렇게 순순히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을 더 뽑아 달라고 졸랐겠지. 그런 직원에게 “고생한다”고 격려해줘야 하지 않나! 아니면 월급을 올려 주던지! 그렇게 일하는 직원에게 그게 할 말인가!

그 직원들과 친했던 직원들, 호흡이 잘 맞았던 직원들이 몇 년 전에 퇴사해 버렸다. 남은 직원 중에 그나마 호흡이 맞았던 직원들도 퇴사한단다. 마음 나눌 사람이 없어져 외롭지, 일은 많지,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겠는가? 로봇이라면 가능하겠지. 하지만 사람은 불가능하다. 적절한 보상이나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다. 안 그러면 그 직원도 퇴사할지 모른다. 마음은 이미 퇴사로 기울어진 듯하다. 회사를 아끼는 마음은 진작 사라졌다.




사장이나 상사들은 모른다. 부하 직원들이 언제 애사심을 갖는지. 윗사람들은 아랫사람들이 기계인 줄 아나 보다. 애사심을 가지라고 강요하면 ‘그래, 오늘부터 애사심을 가져야지’ 갑자기 애사심이 솟는 줄 아나 보다. 전혀 아니다. 애사심은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생기는 게 아니다. 애사심은 회사가 탄탄하고 누구나 알만한 회사이거나,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도 월급을 많이 받거나, 그도 아니면 동료들 간에 화합이 잘 되거나 혹은 일이 재미있는 등 여러 요건이 있다. 그 요건이 성립해야만 애사심이 생긴다. 절대 억지로 생기는 게 아니다.

하지만 윗사람들은 그런 걸 모른다. 분명 그들도 부하 직원이었던 시절이 있을 텐데 그 시절 자신들의 감정과 기억은 까맣게 잊었나 보다. 아니면 그들은 그런 경험이 없던지. 어느 쪽이든 그들은 부하 직원들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상사의 위치에 있는 사람 중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알아서 뭐하냐”고, “굳이 알 필요가 있냐”고. 당연하지! 알 필요 있지! 부하 직원을 잘 다루려면 그 마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부하 직원이 회사를 아끼는 마음을 갖게 하고, 회사에 충성하게 하려면 그 입장을 헤아려야 한다. 사람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때 마음이 저절로 움직인다. 윗사람들은 이걸 모른다. 그저 압박만 한다.




과연 힘들어하는 그 직원도 퇴사할까? 내가 보기에 1년 이내에 퇴사할 것 같다. 그는 애초에 회사에 대한 애착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미 마음이 떴으니, 그 마음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는 더 이상 회사를 사랑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퇴사하면 회사(혹은 사장)는 땅을 치고 후회하겠지. (회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네 명의 몫을 감당하던 유능한 직원을 잃었으니. 그 직원이 하던 일을 시키려면 최소한 직원을 두세 명 더 뽑아야 하니까. 지출이 더 커질 테니 그 직원을 놓친 걸 후회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건 (그나마) 해피 엔딩. 슬픈 결말은 그 직원의 행동을 괘씸하다고 생각하는 것. 그 직원 때문에 사람을 더 쓰게 생겼고, 회사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못마땅해한다면 정말 최악이다. 아니, 오히려 그 직원은 퇴사를 정말 잘한 셈이다. 사장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 회사에는 더는 남아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거니까. 그런 회사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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