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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진정성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관계 연습 #15

by 인생짓는남자

사람의 진정성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난다. 기념일도 안 챙기고, 평소에 연락도 제대로 안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해서 “사랑해”라고 말하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당연히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사람의 진정성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지인은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했다.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가 한 말이라고 했던가, 유시민 작가와 반대 입장에 있던 패널이 한 말이라고 했던가. 누가 한 말이든 그게 뭐 중요하랴. 그 말에 공감하기만 하면 됐지. 그리고 어떤 맥락에서 저 말을 했는지 지금 이 글에서는 중요하지 않다. 맥락과 상관없이 저 문장 자체만 놓고 글을 풀어갈 거니까.




한국 사람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밥 한 번 먹자.”

이다. 이 말은 진심일 수도 있고, 그저 인사치레일 수도 있다. 누가 나에게 이 말을 했을 때 둘 중 어떤 의도로 했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밥 한 번 먹자 해놓고 왜 거짓말을 해’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그런 경험을 했다.

정말 친한 지인이 있다. 그와 알고 지낸 지 10년이 넘었다. 어느 날 그와 카톡으로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가 “언제 한 번 점심 때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이 나왔다. 내가 먼저 꺼낸 게 아니다. 그가 한 말이다. 막역한 사이인 데다 서로 다니는 회사가 가까우니 당연히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연락이 없었다.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을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할 사이이지만, 바쁜가 보다 했다. 한가해지면 밥 먹자고 연락이 올 거라 믿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이 오지 않았고, 그는 퇴사를 했다. 그가 내게 한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은 그저 인사치레였던 것이다. 그와는 이제 연락하지 않는다.

반대 경험도 있다. 또 다른 지인인 그는 나와 안면이 있는 사이이긴 하지만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다. 그저 알고 지내는 사이이다. 그런데도 그는 내게 먼저 “밥 한 번 먹자”라고 말했고, 얼마 후에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우리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그는 인사치레가 아니라 진심으로 그 말을 했고, 그 말을 지켰다. 그 덕분에 우리는 한층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그가 굳이 나를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나를 만난다고 이득 볼 게 있지도 않았다. 오히려 시간을 내서 먼 걸음을 해야 하니 귀찮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얼마나 고마웠던지.




사람의 진정성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난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가령 연인에게 “사랑한다”라고 말해보자. 상대가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일까?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평소에 어떻게 행동했는지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다. 그 말이 진심이라고 믿을 만한 행동을 평소에 했으면 진심이라고 받아들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그저 입에 발린 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기념일도 안 챙기고, 평소에 연락도 제대로 안 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해서 “사랑해”라고 말하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당연히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말의 진정성이 드러날 만한 행동을 평소에 해야 그 말을 믿는다.

사람의 진정성은 직장생활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밥먹듯이 지각하는 사원이 있다고 치자. 그는 지각할 때마다 다시는 지각하지 않겠다는 말을 추임새처럼 덧붙인다. 내일은 꼭 늦지 않겠다고 말한다. 과연 그의 말을 믿을 사람이 있을까?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설령 그가 정말 내일은 지각하지 않더라도, 그가 지각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직원들은 그가 내일도 늦을 거라고 추측할 것이다. 그는 행동으로 진작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누구든 그의 말에는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그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




말로는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다. 행동으로만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 물론 행동이 아니라 말로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가령 금실이 좋은 부부 사이에는 굳이 행동을 하지 않아도, “사랑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상대를 사랑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 평소에 지각 한 번 하지 않던 직원이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차가 밀려서 지각을 하게 됐다면, 그런 사정으로 지각했다는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처럼 행동이 아니라 말로도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앞서 말했듯이 평소에 행동이 뒷받침되었을 때에 한해서다. 평소에 신뢰할 만한 행동을 하지 않고서 말로는 진정성을 드러낼 수 없거나 드러내기 힘들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동은 하지 않고, 말로만 진정성을 드러내려고 할 때가 있다. 그건 진정성이 아니라, 가식이나 위선 혹은 거짓일 확률이 크다. 아니면 인사치레 거나. 어떤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관계에 해가 되거나 손해가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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