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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득이 될 때만 잘해주는 사람

관계 연습 #8

by 인생짓는남자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만 다른 사람에게 잘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타인은 도구다. 그들에게 타인은 이용 가치가 있을 때는 ‘필요한’ 존재이고, 다 이용했으면 얼른 버려야 할 거추장스러운 짐에 불과하다.




“ㅇㅇ야, 회사 이직했어?”
“네~ ㅇㅇ 회사로 이직했어요.”
“잘 됐다. ^^ 하던 일 하니?”
“아뇨. 여기서는 다른 일 해요. 어쩌고저쩌고~.”
“날 잡아서 한 번 보러 갈게.”
“네. 시간 되시면 봬요.”

나를 보러 온다던 그는 7달이 지났는데도 오질 않고 있다. 내가 이직할 때마다 어떻게 알고 먼저 안부를 묻고 찾아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온 적은 없다. 나는 그에게 필요 없는 사람이니까.

그는 내 첫 직장 선임이었다. 그가 급하게 퇴사하느라 딱 일주일만 인수인계를 받았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많이 서툴고 아는 게 없어서 그가 퇴사한 이후 두 달 동안 일주일에 몇 번씩 전화해서 모르는 걸 해결했다. 내가 전화할 때마다 그는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그래서 그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그가 변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내가 맡은 업무는 조금 독특하다. 같은 업무를 맡고 있는 다른 회사 사람들과 서로 선후배, 형 동생이라고 부른다. 회사는 경쟁 관계인데, 업무 담당자들은 서로 돈독하다. 그 선임도 그중 한 명인데, 사람들 사이에서 평이 좋지 않았다. 자기 혼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채하며 선배들을 무시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는 자기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만 가까이하고, 필요 없다고 판단되면 멀리 했다. 가까이했던 사람이라도 필요 없어지면 언제 친했냐는 듯 등을 돌렸다. 그는 그렇게 적을 수없이 만들었지만, 혼자 잘난 듯 일을 했다.

몇 년 뒤 그는 다른 업무를 맡아서 일을 했지만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을 무시했고, 특히 사람을 골라 사귀었다. 이득이 되는 사람은 잘해주고, 이득이 되지 않는 사람은 멀리했다. 나도 그중 한 명이다.

몇 년 뒤 나도 이직했고, 같은 업계 다른 부서에서 일을 했다. 평소에 연락을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먼저 연락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봤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 이후로 연락이 없었다. 다시 몇 년 뒤 나는 해당 업계 또 다른 부서로 이직했다. 이번에도 그는 먼저 연락했지만, 나를 보러 오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고마웠다. 이직할 때마다 연락 주는 게 선후임이라는 연결 고리로 인한, 나에 대한 인간적인 관심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내가 매번 다른 회사, 다른 부서로 이직했기에 업계 정보를 빼내기 위한 술수였다. 나중에 얻을 정보가 있으면 얻으려고 일부러 다리를 걸쳐 놓은 것이었다. 그걸 알게 된 후로 그를 멀리했다. 이용만 당하고 나중에 버려지고 싶지 않았으니까.




선임과 같이 인간관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만 가까이한다. 다시 말해서 이득이 되면 잘해주고, 이득이 되지 않으면 멀리한다. 관계를 철저히 악용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순수하게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을 이용 대상으로 삼는다.

관계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누군가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 싶으면 굉장히 잘해준다. 살뜰하게 챙긴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도 오래 알고 지낸 것처럼 대한다. 그런 사람들은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알기에 능수능란하게 타인의 마음을 흔든다.

그들에게 타인은 도구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에게 타인은 이용 가치가 있을 때는 ‘필요한’ 존재이고, 다 이용했으면 얼른 버려야 할 거추장스러운 짐에 불과하다.




관계를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그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즉 그들은 빠르게 접근했다가 빠르게 빠진다. 그들이 금세 치고 빠지면 구별할 필요가 없지만, 완전히 파악이 되지 않아 탐색 중이라면 구분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때는 그들이 걸어오는 말의 내용을 통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회사, 모임, 또래 집단 등 어떤 상황에서 접근해오느냐에 따라 그들의 질문과 대화가 달라지긴 하지만, 보통 그들은 상대 자체에 관심이 없다. 우리가 다른 사람과 가까워질 때는 사람 그 자체에 관심을 갖는다. 가령 취미가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등 그 사람의 내면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저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다. 상대가 일에 있어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고, 물질적으로는 얼마나 가졌는지 등 나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묻고, 캐낸다. 물론 노골적으로 묻지는 않는다. 그러면 누구든 경계를 할 테니까. 이런저런 대화 가운데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그 점을 살펴야 한다.

물론 이 방법으로 100%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방법으로도 파악하기 힘들 수도 있다. 특히 그들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탐색을 하는 단계에서는 매우 친근하게 대하기에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때는 자신도 모르게 어장 관리를 당하게 된다.

그들을 항상 100% 구별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그리고 저 사람이 나를 이용하려고 접근하는 건지 순수하게 친해지고 싶어서 접근하는 건지 일부러 신경 쓰는 사람은 없다. 그럼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 그렇기 때문에 후조차가 중요하다.

그런 사람임을 알게 되었을 때 쿨하게 행동하자. 기분 나빠하지 말고, 황당해하지도 말자. 그냥 관계를 끊어 버리면 된다. 그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내가 이용 가치가 없다면 애초에 그쪽에서 나에게 다가오지도 않겠지만, 내가 이용 가치가 있다면 그는 나와 계속 관계를 유지하려 들 것이다. 그런 건 개의치 말고 관계의 끈을 싹둑 잘라버리자. 안 그러면 그에게 시달릴 것이다. 나를 이용하려는 그의 온갖 술수에 질력이 날 것이다. 특히 인간관계를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은 먹잇감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정신적 타격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소모품에 불과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얼른 관계를 끊어 버려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정신을 온전히 지킬 수 있다. 세상은 넓고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많다. 질이 나쁜 사람에게 내 정신 에너지를 쏟고, 그에게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전혀 없다.



Key Issues

1. 자신에게 이득이 될 때만 잘해주는 사람이 있다.
2. 그런 사람은 상종하지 말자.
3. 만에 하나 이용당했으면 X 밟았다고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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