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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15. 2019

사생활을 빼앗는 회사

아무것도 할 시간이 없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책을 어느 정도 좋아하냐면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는 곳은 물론이고,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지인을 만나려고 기다리는 동안 등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라고 말씀하신 안중근 선생의 명언에 깊이 공감한다. 나도 같은 고백을 한다. 나는 그 정도로 책을 좋아해서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처럼 출퇴근할 때 읽으면 되고, 볼일 볼 때 읽으면 되지! 틈틈이 읽으면 되지 시간이 없긴 왜 시간이 없어’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 게 아니라 읽을 마음이 없어서 읽지 않는 것이라는 가시 돋친 생각을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그 말이 핑계가 아니라 사실임을 알았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정말 시간이 없는 직장인이 의외로 많다. 알고 보니 야근은 기본이요, 특근하는 사람이 주변에 허다했다. 기본 업무 시간만 일해도 몸과 마음이 지친다. 거기에 야근까지?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추가로 특근도? 말 다 했다. 몸이 천근만근인데 독서는 무슨. 독서를 하지 못하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사생활을 가질 시간이 없다는 게 큰 문제다!




직장인들은 시간이 없다. 매일 이어지는 야근으로 집에 들어가면 빨라야 밤 10시. 보통은 밤 11시, 12시. 그 시간이면 뭘 할 수가 없다. 씻고 바로 자야 한다. 일상이 ‘출근’ - ‘일’ - ‘퇴근’ - ‘잠’ 쉴 새 없이 이렇게만 돌아간다. 개인 시간이 아예 없다. 일하는 기계 같다. 독서? 그건 돈 많고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사치다. 독서는 둘째치고,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니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하려고 사는 건지, 왜 사는 건지 삶에 회의가 들만한 일상이다.

회사는 야근하고, 특근하니 월급 많이 받고 좋지 않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천만의 말씀! 월급을 많이 받는 게 다가 아니다. 돈을 모으려고 일하나? 쓰려고 일하지. 취미생활을 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고, 사고 싶은 물건을 사려고 돈을 벌고 모은다. 단지 모으기만 하려고 일하는 사람은 없다. 그럼 일하느라 쓸 시간이 없으니 돈이 많이 모이고, 한꺼번에 쓰면 되지 않냐고? 돈을 쓸 시간이 없다고! 일.일.일만 하는데, 돈을 언제 쓰나! 그러다 몸 상하면 겨우 모은 돈 치료비로 다 쓸 수도 있다.

사람은 노동 자체에 목적을 두고 일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일 중독자면 모를까 대부분은 하고 싶어서 일하는 게 아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한다. 그런데 많은 회사가 직원들을 괴롭힌다. 직원들이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게 한다. 회사 매출을 위해, 회사만 살려는 이기적인 욕심으로 직원들의 숨통을 조인다. 개인 시간을 빼앗는다. 개인 시간을 조금 더, 최대한 많이 빼앗아 회사를 위해 사용하게 만든다. 그게 회사다. 직원은 개인 시간과 사생활을 전부 반납하는 대가로 그리 크지 않은 보상을 받는다. 그것으로 작은 위안으로 삼는다.




미혼이면 그나마 낫다. 주말이나 일요일에 근무하지 않으면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했다면, 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면 개인 시간은 제로가 된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니까. 결혼한 사람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건 의무와 책임이니 그렇다 치자. 그러나 잦은 야근과 늦은 귀가로 평일에는 가족과 함께할 시간이 없고, 그나마 시간이 나는 주말에는 몸과 마음이 지쳐 모든 게 다 귀찮다. 그런데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니, 그것은 즐거움이 돼야 하는데 또 다른 노동이 된다.

회사는 왜 직원들을 가만 두려 하지 않는 걸까? 왜 그리 착취하려고만 할까? 지급한 월급이 아까워서 그런 걸까? 좀 가만 내버려 두면 안 되나? 직원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지 않고서야 그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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