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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17. 2019

상사들은 칭찬하면 큰일 나는 줄 아나 보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하고, 부하 직원을 날아다니게 한다.

직원들은 칭찬에 굶주려 있다. 상사의 칭찬 한 마디면 부하 직원들은 불가능한 일도 해낸다. 정말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만큼 의욕 넘치게 일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상사들은 칭찬에 인색하다. 칭찬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것 같다. 칭찬하면 마음이 들떠서 기고만장하고, 일을 제대로 못 하게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본부장님도 칭찬에 인색하다. 직원들과 대화할 때 리액션은 아주 잘해 주신다. 전업 방청객을 하면 국내 모든 방송국 섭외 1순위가 될 정도로 리액션이 화려하다. 직원들이 무슨 말을 하든 호탕하게 웃고, 활기차게 대답하신다. 그런데 칭찬할 줄은 모른다. 대화하며 칭찬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업무 관련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 번은 칭찬 비슷한 걸 하신 적이 있긴 하다. 기획 회의 시간에 말이다. 어떤 직원도 시도해 보지 않은 아이템으로 기획서를 썼을 때의 일이다.


“오, 이런 기획 좋아요.”


내가 쓴 기획서를 보신 본부장님의 첫 마디였다. 첫 마디부터 듣기 좋은 말씀을 하시니 칭찬이 이어질 줄 알고 설레었다. 하지만 설렘은 1초 만에 사라졌다. 칭찬은커녕 비판이 줄줄 쏟아졌다. 정확히 말하면 기획서 피드백이지만. 칭찬은 물 건너 갔고, 피드백은 나쁜 게 아니니 피드백 후에 응원으로라도 마무리를 해주시길 바랐다. 응원은 무슨. 기획서 평가는 부정적인 말로 끝났다. 칭찬도 제대로 못 들었는데, 마무리까지 그래서 앞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칭찬이 얼마나 위력 있는지 이보다 더 확실히 알려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칭찬은 정말 그렇다. 비단 칭찬은 고래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놀라운 마술을 부린다. 아니, 사람에게 더 큰 효력을 발휘한다. 일례로 상사가 부하 직원들을 시기적절하게 칭찬한다면? 부하 직원들은 순간순간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하지만 직원들을 관리하는 데 매우 유용한 당근인 칭찬을 적절히 사용하는 상사들은 많지 않다. 상사들은 칭찬에 관심이 없다. 아니면 칭찬이라는 개념 자체가 머릿속에 없던지.

상사들이 칭찬에 인색한 것도 문제지만, 칭찬하더라도 기술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칭찬할 때는 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하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칭찬한답시고 아무 말 잔치를 하거나 상황에 맞지 않게 하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그렇다면 칭찬은 어떻게 해야 할까?

칭찬은 여러 사람 앞에서 해주어야 효과적이다. 그래야 칭찬 받는 직원의 면이 서고, 기분이 좋아진다. 일할 의욕이 생긴다. 반대로 꾸지람은 단둘이 있을 때 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상사가 정반대로 한다. 칭찬은 단둘이 있을 때, 다른 직원들 앞에서 혼을 낸다. 그러면 주눅이 들고, 상사에게 안 좋은 감정이 쌓이며, 일할 의욕이 줄어든다.

또한 칭찬했으면 그걸로 끝내야 한다. 우리 본부장님처럼 칭찬하고 부정적인 말로 끝내면, 칭찬 효과는 완전히 사라진다. 직원의 마음에는 안 좋은 감정만 남는다. 혼도 내야 하고 칭찬도 해야 한다면, 혼을 내고 칭찬으로 마무리하는 게 좋다.




“정말 좋은 시도입니다. 이번 기획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더 좋은 아이템과 기획서를 기대합니다.”


라고 본부장님이 말씀해 주셨으면 좋으련만. 그럼 나는 더 칭찬받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새로운 아이템을 찾았을 것이다. 칭찬은 하지 않고, 늘 지적만 하시는 본부장님 덕에(?) 이후 나는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기획서를 썼다. 내가 잘못한 건가? 아니, 누구든 그런 상황에서는 나와 똑같이 반응했을 것이다. 최선을 다 해봤자 ‘지적’이라는 날카로운 화살만 날아와 가슴에 박히는데, 누가 의욕적으로 일할까? 당연히 혼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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