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예의는 지키고 퇴사해야지!
(지인 사연이다.) 동료 직원이 말도 없이 퇴사했다. 주말이 지나고 연락 두절. 잠수도 기가 막힌데, 남은 직원들이 그가 하던 업무를 살피던 중 더 기가 막힐 일이 벌어졌다. 그가 거래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미수금이 상당했다. 위에서 그의 업무 상태를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자 책임지지 않으려고 도망간 것이다. 연락이 되지 않아서 남은 직원들은 인수인계를 받을 수도 없는 상황. 뒷감당은 오롯이 남은 직원들의 몫이었다.
퇴사한 직원이 일을 얼마나 크게 만들어놨는지, 세 명이 달라붙어서 뒷수습을 했다. 세 명도 각자 업무가 있었는데, 문제의 직원 때문에 뜻하지 않게 다른 업무를 떠안게 되었다. 거래처에 미수금 잔액을 입금해달라고 매일 전화했다. 2~3년 거래 대금까지 밀려있었으니 말 다 했지. 상황이 이런데 사장님은 미수금이 왜 이렇게 많냐고 직원들에게 화를 내신단다. 퇴사한 직원이 만들어 놓은 거라고 하니 그럼 어떡해야 하냐고 물었단다. 어떡하냐니, 처리하려고 매일 전화하는 거 안 보이나. 그것 때문에 안 하던 야근을 몇 달 동안 매일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뭘 본 건지.
정말 열 받는다. 남이 싼 똥을 치우면. 일을 깔끔하게 해놓고 퇴사했으면 좋으련만. 그동안 도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건지. 왜 내가 다른 사람이 저질러 놓은 일 뒤처리를 해야 하는지. 다니는 회사에서 겪는 일이면 불평이라도 하지.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그런 일을 겪으면 아무 말도 못 하고 해야 한다. 전임자가 엉망으로 해놓은 일 뒤처리는 이제 막 입사한 내가 해야 한다. 그래 뒤처리 하는 것까지는 좋다. 열심히 하고 있는데, 왜 일을 그렇게밖에 못하냐는 핀잔을 들으면 억울하다. 못하고 싶어서 그런 거냐고! 전임자가 일을 엉망으로 해놨으니 그렇지.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마음의 소리를 참을 수밖에 없다.
퇴사하는 데도 예의가 있다. 인수인계를 못 해주고 먼저 퇴사할 경우 업무 메뉴얼을 만들고, 서류와 컴퓨터 파일과 폴더를 정리해 놓으면 최고. 그럼 후임자는 업무 파악도 쉽고, 일도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 메뉴얼도 없고, 아무것도 정리해놓지 않고 퇴사하면 화가 치민다. 고생고생, 온갖 고생을 해야 한다. 전임자 욕이 절로 나온다.
직장인들은 일요일 밤만 되면 다음 날 출근할 생각에 우울해진다. 하물며 평소에 그런데 지인 마음은 어떨까?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다. 몇 달째 남이 싼 똥을 치우고 있는데, 치워도 치워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똥 치우는 것 자체만으로도 힘든데, 사장님이 미수금 줄이라고 날마다 압박하니 얼마나 스트레스받겠는가!
퇴사할 때 ‘이놈의 회사, 한번 당해봐라!’ 그동안 쌓인 감정을 풀 요량으로 똥을 싸질러 놓는 사람들이 있다. 그 심정이야 이해 못 하지는 않는다. 직장인들의 마음은 다 똑같지 않겠는가. 그래도 욱하는 마음 가라앉히고 한 가지만 생각하길 바란다. 내가 똥 싸놓으면 죄 없는 사람들이 뒷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뒷감당하는 그 사람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