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연봉도 남 얘기라니...
2018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2017년 총급여가 1억 원이 넘는 직장인은 71만9천 명이다. 연봉 1억이라니!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까마득한 숫자니 평균급여나 살펴보자. 같은 자료를 보면 근로소득자 평균급여액은 3,519만 원이다. 아, 나는 지금 평균급여액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다. 너무 슬프다. 평균에도 들지 못하다니! 인생 루저가 따로 없다. 자괴감이 크게 들지만, 나만의 문제는 아니니 조금 위안이 된다.
나와 비슷한 처지 혹은 나보다 못한 상황에 있는 직장인이 많다. 3,519만 원에 한참 밑도는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평균급여액의 반도 못 받는 사람들이 있다. 아르바이트하는 거 아니냐고? 몇 년 전 얘기 아니냐고?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현재’ 얘기다. 뭘 하는데 그렇게 받는 건지? 대표적으로 청소, 경비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출판, 디자인 계열 등도 추가할 수 있다. 출판도 직급과 부서마다 다르고, 디자인도 어떤 디자인 계열이냐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이들은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대표 직업군이다.
연봉이 사회 이슈로 떠오를 때마다 오가는 얘기가 있다. 사업주들은 이런 말을 한다.
근로자들은 이렇게 맞선다.
어느 쪽 말이 더 타당할까? 경기가 좋지 않아 중소/대기업이든, 개인 사업자든 매출이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개중에 이윤을 내는 기업과 가게도 있지만, 태반이 겨우겨우 회사나 가게를 유지한다. 그게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임금으로 직원을 고용하는 게 옳을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착취이고, 너나 나나, 모두 죽자는 자폭이기도 하다.
상황이 오죽했으면 국가에서 매년 최저임금을 올릴까. 세금을 더 걷으려고 올리는 건지, 국민의 최소 생계를 보장해주려고 올리는 건지 알 수 없다. 이유야 어쨌든 최저임금도 못 받는 근로자가 얼마나 많으면 국가에서 “사업자는 근로자에게 최소한 이만큼은 주라”고 강제할까. 정부의 노력에 기대어 최저임금을 약탈하는 사업자를 비난해야 할까? 아니면 나의 능력 부족을 탓해야 할까? 여기서 갑자기 한 가지가 궁금해진다. 도대체 연봉 1억을 받는 사람들은 얼마나 능력이 좋기에 그 정도 돈을 버는 건지, 그들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
지금 받는 연봉을 받으려고, 지금 하는 일을 선택한 게 아니다. 지금 하는 일은 평생의 꿈이었고, 마침내 이 일하게 됐을 때 꿈을 이뤄서 기뻤다. 연봉은 다음 문제였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혼자 살 때야 아무래도 상관없었지만, 책임질 가족이 생기고 먹여야 할 입이 늘어나니 가슴이 턱 막힌다. 가족이 생기니 현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실이 보이니 이 연봉을 받으며 계속 일해야 하나 고민이 된다. 그동안 뭐 하고 살았나 매일 나 자신을 탓한다. 괜히 꿈을 좇아 살았나 싶다. 꿈보다 현실을 택할 걸 그랬나 후회가 된다.
연봉 1억은 바라지도 않는다. 인간적인 욕심으로야 당연히 그렇게 벌고 싶지. 하지만 내 능력으로는 죽을 때까지 불가능하니 평균급여액만큼만 받아도 소원이 없겠다. 너무 소박한가? 누가 꿈은 크게 품으라고 했다. 연봉 1억을 목표로 살까? 하지만 내가 속한 직업군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사장이 되면 또 모르지. 아무리 실력이 늘고, 진급해서 사장 바로 아래까지 가도 3,519만 원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금 더 큰 회사로 가서 팀장이나 본부장이 되면 4,000만 원이나 5,000만 원은 기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내 직업군에서는 웬만한 실력이 아니고서는 받을 수 없으니 내 생에 동안에는 포기해야 하나 보다. 포기하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다. 아름답게 마무리 해야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다. 지금 내가 받는 연봉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연봉 1억을 목표로 하자! 불가능하다고? 뜻을 두지 않으면 목표도 생기지 않는다. 목표가 생기지 않으면 사람은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현실은 그 자리에서 멈추고, 더 나은 미래는 없다. 뜻을 품으면 방법을 찾게 된다. 방법을 찾으려면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면,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연봉 1억을 버는 사람들은 그렇게 시작했을 것이다. 한 걸음씩. 그래 나도 그렇게 시작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