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하다 깨달은 인간관계
주린이 : 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주식투자 초보자를 뜻하는 신조어(네이버 국어사전).
주식 용어 중에 '주린이'라는 말이 있다. 주린이는 '주식'과 '어린이'를 합친 말로, 쉽게 말해서 주식 초보를 뜻한다. 주린이는 주식 투자가 서툴러서 매매를 하면 버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열 번 매매하면 여덟 번 잃고, 두 번 버는 식이다. 잃는 것도 한두 번이지, 계속 잃으면 오기가 생기거나 포기하거나 둘 중 하나다.
절차탁마(切磋琢磨). 오기가 생기면 매매기술을 더 연마해서, 환골탈태(換骨奪胎). 마침내 꾸준한 수익을 내는 안정적인 투자자가 된다. 아니면 주식 투자를 중도 포기하고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된다.
"주식? 그거 하지 마. 내가 해봤는데, 그거 하면 돈 잃고 패가망신해."
주식 투자를 직접 해보지도 않고, 주식 투자를 해서 누군가 큰 손해를 봤다는 '카더라'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읊는 말을 똑같이 하게 된다. 카터라 소식은 주로 주린이에 의해 살이 덧대어진다. 살아남지 못한 주린이는 주식 시장에 환멸을 느끼며 쓸쓸하게 퇴장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주린이가 있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게 서툰 사람들이 있다. 어떻게 타인을 대해야 할지 몰라 의도하지 않게 실수나 잘못을 저지른다. 반면 자기 방식대로 타인을 대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똑같이 생각할 거라는 착각에 빠져 다른 사람들을 대한다.
둘 다 다른 사람들에게 싫은 소리를 듣게 되어 있다.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 입장에서는 교만하고, 이기적으로 보일 테니까. 상대방이 보기에는 온 우주가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행동하는 것처럼 느껴질 테니까. 둘 다 문제지만,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서 실수하는 사람은 희망적이기라도 하다. 배우서 고치면 되니까.
몇 년 전 일이다. 아내가 친한 친구와 통화하는 걸 의도치 않게 듣게 되었다. 그 통화를 듣지 않았으면 좋았으련만. 아내 친구가 나에 대해 비하 발언을 하는 게 아닌가.
"아니, 그 얘기를 듣고 왜 가만히 있어? 뭐라고 해야지!"
그 친구의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아내를 다그쳤다.
"나쁜 애 아니야.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야.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걸 거야."
아내는 미안하다고 말하기는커녕 친구 편을 들어주었다. 세상에나, 민망하고 멋쩍어서 그렇게 말한 건 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미안해. 걔한테 한 마디 할게."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내의 모습에 더욱 화가 났다. 어쨌든 이후에 그 친구는 아내를 통해 나에게 사과를 했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는 걸 전했다.
그 당시 아내 친구의 모습을 보고 처음 알았다. 나이와 상관없이 기본 예의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다. 나는 나이를 먹다 보면 누구든 일정한 예의와 도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된다고 생각했다. 일부러 배우려고 하지 않아도 말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게 아니었다. 아내 친구처럼 말이다.
'역시 주식은 하는 게 아니야...'
라고 생각하며 주식 시장을 떠나는 주린이들은 아마도 이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주식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투자 연습을 충분히 하지 않거나, 둘 다 하지 않거나. 인터넷 뉴스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가가 오르고 있고, 아무개가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는 소식에 빚투를 한 주린이인 경우는 단시일 내에 쓸쓸히 주식 시장에서 퇴장할 수밖에 없다. 매매 기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가지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만한 경험과 노하우가 전혀 없으니까. 그가 주식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는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 그가 돈을 벌 수 있는 건 초심자의 행운뿐이다. 준비 없이 뛰어들면 백전백패하는 게 주식 시장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려서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회사를 거치며 사회생활을 하며 인간관계에 대해 경험하고 배운다. 인간관계에 대해 따로 공부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인간관계에 대해 서툴 수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
주린이처럼 주식 시장에 잘못 접근하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매스컴의 유혹으로 상승장에 끌려들어가 우연찮게 귀에 걸린 종목을 추매 해놓고, 곧 떼부자가 될 거라고 허황된 착각에 빠지면 빈 주머니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친구, 직장동료, 연인, 배우자 등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안기거나 다른 사람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있다. 사회생활 깨나 했다고 해서 인간관계에 자신 있다고 인간관계 고수라고 때문이다. 초심자의 행운에 어깨가 한껏 으쓱해진 주린이처럼. 그래서 주식처럼 인간관계도 공부해야 한다. 초심자의 행운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인간관계에 대해 공부하지 않으면 둘 중 하나에 처하게 된다. 남들에게 불편함을 주거나 다른 사람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