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How to Love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생짓는남자 Jan 12. 2022

결혼은, 미친 짓이 맞다.

How to Love #8

결혼식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만 6연, 햇수로 7년에 접어들었습니다. 결혼 선배님들이 보시기에 참으로 가소로울 시간이지만, 나름 긴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부끄럽지 않게 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질적인 면은 물론이고, 특히 부부 관계를 보면 말이죠.

 

"결혼하지 마."


7년 전, 제가 지인들에게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한사코 말렸고, 불쌍하게 쳐다봤습니다. 결혼은 미친 짓이라는 영화의 제목처럼, 결혼하고 살아보니 낭만적이지만은 않으니까요. 결혼이라는 현실은 기대와 달리 때론 잔인하고, 혹독하니까요. 행복할 때도 있지만, 항상 행복한 건 아니니까요.


"아직 행복하지?"


결혼 1년 차에 가장 많이 들은 말입니다.


"3년까지는 좋을 거야."


아직 행복하지라는 선배들의 물음에 이어지는 예언입니다. 결혼 선배들의 말에 저는 이렇게 대답했죠.


"아직은요."

"저는 평생 행복하게 살 거예요."


자신 있어서요? 아니오. 저는 그리 멘탈이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 정말 자신 있어서 한 말이 아니에요. 결혼은 우리가 꿈꾸는 대로 낭만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거든요. 그 후 5년이 지났습니다. 저도 결혼은 미친 짓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아내와의 관계가 좋은데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 말을 할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요. 결혼은 미친 짓이 맞지만, 미친 짓이 아니라 할만하다는 걸, 얼마든지 낭만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여전히 노력 중이고요.





결혼은 정말로 미친 짓입니다. 상대에게 완전히 미쳐야 결혼할 수 있기 때문이죠. 동시에 결혼은 우리가 기대하고 바라는 대로 낭만 그 자체입니다. 낭만을 유지하는 비결은 미친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미쳐야 결혼할 수 있고, 계속 미쳐 있어야 낭만을 누릴 수 있어요. 이런 의미에서 결혼은 미친 짓이 맞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성을 되찾습니다. 제정신이 돌아오면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네" 상대를 판단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아이고, 내 팔자야. 괜히 이 사람을 만나서..." 쓸데없는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결혼은 말 그대로 미친 짓이 되고 맙니다.


결혼의 행복은 거저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는 희생과 인내와 낮아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손해로 여깁니다. 그렇게 하는 것을 자존심 상해합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내가 왜?" 제정신을 차린 우리는 절대 손해 보려 하지 않고, 상대에게 요구하기만 합니다. 상대만 나에게 미쳐있길 바라죠. 그러면 안 됩니다. 내가 미쳐야 합니다. 상대가 아니라 내가 말이죠. 내가 아니라 둘 다 미쳐 있어야 합니다. 계속이요. 정신을 차리는 순간 결혼의 행복이 깨집니다.


제가 아직까지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내에게 미쳐있기 때문이죠. 아내도 그렇고요.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사실은 아내가 저보다 저에게 저 미쳐있습니다. 그런 저희 두 사람, 제가 그리고 아내가 언제 정신을 차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의 행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 선배님들 말씀대로 3년은 지났으니까 이제 평생 행복하기만 할까요? 이제 서서히 힘들어지기 시작할까요? 그건 알 수 없죠.


언제 정신이 돌아올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바람이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평생 이 말을 듣고 싶습니다. '공처가'입니다. '애처가'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공처가'가 맞습니다. 사람들이 '공처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아내에게 몹시, 평생 미쳐있고 싶으니까요.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요? 네. 그러려고 결혼했으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하는 기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