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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31. 2019

직원은 사장처럼 일할 수 없다. 사장이 아니니까.

사장만큼 돈을 줘야 사장처럼 일한다.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세요.”


전에 다니던 회사 사장님이 내게 한 말이다. 직원도 주인처럼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말이야 쉽지 그게 가능한가? 직원들은 그렇게 일할 수 없다. 아니, 절대 그렇게 일하지 않는다. 주인이 아니니까. 사장처럼 일해봐야 좋을 게 없다.

나도 한때 앞서 말한 회사에서 주인처럼 일한 적이 있다. 사장처럼 일했다. 아니, 사장님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자부한다. 정식 출근 시간은 9시. 6시에 집을 나와 회사에 도착하면 7시 50분 정도. 당시 나는 영업직이라 오전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점심 전후에 늘 외근을 나갔다. 외근을 나가면 점심은 거르고 일했다. 퇴근 시간은 6시. 늦게까지 일한 건 아니지만 항상 6시 20분쯤 현지 퇴근했다. 그보다 늦을 때도 있었고. 그렇게 6년을 한결같이 다니며 일했다.

이 정도면 정말 열심히 일한 거라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회사 매출을 올려보겠다고 최선을 다해 일했는데도 내게 돌아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 하나 있다. 점심을 거르며 외근을 다녔더니 몸에 무리가 가서 나이도 젊은데 입사 1년 만에 대상포진에 걸렸다. 태어나서 처음 걸려봤다. 그때 걸린 대상포진으로 아직도 가끔 고생한다. 이것 말고 또 있다! 일찍 출근하고 점심도 안 먹고 일했는데, 일찍 퇴근했다고 사장님께 혼났다.

몸이 피곤해서 6시 칼퇴근한 적이 있다.


“사무실 직원들은 바빠서 이번 한 주 내내 고생하며 밤늦게 퇴근했는데, 어떻게 칼퇴근할 수가 있어요!”


사장님이 내가 칼퇴근한 사실을 아시고는 혼내셨다. 고생한 직원들을 생각하니 뜨끔했다. 다음 날, 혹시나 한 직원에게 한 주 내내 야근했냐고 물었다. 정말 야근을 하긴 했단다. 일주일이 아니라 하루. 사장님이 참 야속하게 느껴졌다. 사무실 직원들은 매일 칼퇴근하다가 단 하루 야근했을 뿐인데 고생한다고 생각하시고, 나는 그리 늦게 퇴근한 건 아니지만, 매일 늦게 퇴근하다가 하루 칼퇴근했을 뿐인데 혼내시다니! 게다가 출근도 일찍 하고, 점심도 안 먹고 일했는데... 그 사실을 사장님은 모르셨다는 게 문제지만, 어찌 됐든 죽어라 일해봐야 사장님은 고생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직원은 당연히 그렇게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어 그 뒤부터는 요령껏 일하기 시작했다.




사장의 마음과 직원의 마음은 180도 다르다. 사장이야 당연히 죽어라 일하겠지. 죽어라 일해야 매출이 오르고, 매출이 오르면 그것은 고스란히 자기 몫이 되니까. 직원은 사정이 다르다. 직원이 죽어라 일하면? 매출은 오르겠지. 매출이 오르면 돌아오는 몫은? 물론 있다! 고정 급여, 끝. 그뿐이다. 성과급? 그런 걸 주는 회사가 얼마나 되겠나. 몸이 부서져라 일해봐야 월급밖에 못 받고, 성과급 대신 상한 몸만 얻는다. 그러니 누가 사장처럼 일하겠는가. 나는 사장이 아닌데 사장처럼 일하겠나!

사장들은 직원들을 보며 한숨 쉰다. 내 일처럼 일하지 않는다고 섭섭해한다. 때론 내 일처럼 일하라고(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혼도 낸다. 사장들이야 당연히 직원들이 사장 마인드를 갖고, 자신처럼 일했으면 할 테지. 그래야 회사가 유지되고, 매출이 오르니까. 하지만 직원은 결코 사장의 마인드를 갖지도 않고, 열정을 다해 일하지도 않는다. 그저 받은 만큼만 일한다.




직원들이 사장처럼 일하기를 바란다면, 그만한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탐욕스럽게 자신의 배만 불린다면 어느 직원도 사장이 원하는 만큼 희생하지 않을 것이다. 식탁 위에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으려는 간신은 눈치 보며 열심히 일하는 척하겠지.


‘내 회사니까, 투자도 내가 하고 위험 부담도 내가 하니까 당연히 내가 더 많이, 아니 다 가져가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장이 있다면, 직원들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말아야 한다. 투자도 위험 부담도 사장이 떠맡은 사실이지만, ‘회사를 유지하는 것은 직원’이라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으니 생각 자체가 글러먹었다.

직원은 사장이 아니기에, 월급만큼 일하는 게 당연하다. 직원이 더 많이, 더 열심히 일하게 하려면 월급을 올려주든 성과급을 주든, ‘직원이 즐겁게 일할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 셋 중 어느 것도 해주지 않으면, 어떤 직원도 사장처럼 일하지 않을 것이다. 사장이 과욕을 부리고 쥐어짜기만 하면 직원들은 자기 몫만큼, 아니 자기 몫만큼도 일하지 않을 것이다. 사장이 직원에게 냉정하고 매정한 만큼 직원도 사장에게 냉정하고 매정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해고에도 예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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