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나오지 말라고요?
(지인 사연이다.) 회사에서 그동안 잘 다니던 직원 둘을 갑자기 자르겠단다. 이달 말일까지만 나오고, 2월부터 출근하지 말라고. 갑자기 웬 날벼락인가! 해고에도 예의가 있다. 퇴사 시점을 기준으로 한 달 전에 통보해야 한다. 직원에게는 다른 회사를 알아볼 시간을 주고, 회사는 인수인계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회사의 갑작스러운 통보에는 두 가지 꼼수가 담겨 있다. 설 상여금과 2월 급여 지급으로 발생하는 지출을 아끼겠다는 고약한 심보다. 2월은 1년 중 가장 짧은 달이다. 게다가 올 2월에는 설이 있어 근무 일수가 적다. 근로기준법대로 한 달 전에 통보하여 2월에 퇴사시키면 일도 얼마 하지 않았는데 한 달 급여와 상여금을 줘야 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긴 손해다. 그럼 진작, 12월에 통보해서 1월에 퇴사하게 했어야지!
또 다른 꼼수는 다른 회사와의 업무 통합과 관련 있다. 다니던 회사가 몇 달 전에 다른 회사와 하나가 됐다. 말이 하나지, 사무실만 함께 사용하고 사장, 사업자, 회사명이 다르고, 직원들은 회사별로 업무를 한다. 그런데 이제부터는 저쪽 회사에서 이쪽 직원과 업무 관리를 한단다. 그러니 이쪽 직원 중 필요 없는 인원은 해고할 수밖에. 어이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 치자. 이쪽 직원을 자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이쪽 사장님은 이제 회사 관리에서 손을 떼겠다고. 회사에 손을 대지 않는 대신 매출의 반만 가져가겠단다. 나머지 반은 저쪽에서 가져가기로 하고. 이쪽 회사 매출은 저쪽 매출과 비교가 안 된다. 저쪽은 사무실 임대료 내기도 빠듯한 상황. 기울어지던 회사가 로또를 맞은 셈이다. 자기 몫을 늘리려면 직원을 잘라야 한다. 자기 직원들은 관리하기 편하니 자르면 안 되고, 그럼 당연히 관리하기 힘든 이쪽 직원을 잘라야겠지. 그래서 갑자기 해고 통보를 하겠다는 거다. 나쁜 회사.
느닷없이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가 있다. 예고 따윈 없다. 해고 사유도 알려주지 않는다.
이 한 마디로 끝이다. 너무 무례하다. 출근하지 않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직원도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는 회사가 있을지 모르겠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그런 직원이 있다고 해도 회사가 직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직원을 해고하려면 30일 전에 예고해야 한다. 30일 전에 예고하지 않으면 해고예고수당으로 30일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직원에게 지급해야 한다. 물론 해고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직원을 해고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이 있다. 근로자가 계속 근무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이거나, 천재지변으로 사업장을 유지할 수 없거나, 직원이 고의로 사업장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을 때 해고 예고를 하지 않고 해고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제26조(해고의 예고)). 또한 아래에 해당하는 직원에게는 예고해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1. 일용근로자로서 3개월을 계속 근무하지 아니한 자
2. 2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
3. 계절적 업무에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사용된 자
4. 수습 사용 중인 근로자
- 근로기준법 제35조(예고해고의 적용 예외)
이렇게 국가가 법으로 정한 바가 있는데, 법을 막무가내로 어기면서까지 직원을 해고하는 회사가 있다. 그런 회사는 가지 않는 게 맞지만, 그런 회사인지 아닌지는 입사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곧 잘리게 될 직원들에게 아직 해고 통보를 하지 않았다. 하필 둘이 31일부터 일본 여행을 간다는데. 회사는 내가(필자의 지인) 중간관리자니 나보고 말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말해야 할지... 여행 갈 생각에 기분이 들떠 있는데, 지금 말하면 기분을 완전 망칠 터. 그렇다고 설 연휴 지나고 말하면, 출근하자마자 짐 싸서 집에 가야 한다. 100만 볼트 전기에 감전된 듯 충격이 클 것이다. 같이 일한 정이 있어서 회사에는 그런 게 어딨느냐고, 한 달 미루자고 했다. 2월 말까지 출근하게 하자고 강력하게 건의했는데 과연...
이렇게 무례하고 막무가내인 회사라면, 아니 저쪽 회사가 탐욕을 더 부린다면 나도 집에 보내겠지. 자신들의 이익을 더 챙기려면 나도 곧 자를 게 분명하다. 그럼 나는 노동부에 진정 제기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