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상사의 책상 위에 ‘사직서’를 힘껏 던지는 상상을 한다. 상사가 나를 괴롭게 한 날은 그의 얼굴에 사직서를 던지는 상상도 해본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아니. 그런 날은 절대 오지 않을 것이다. 기껏해야 수줍은 듯 사직서를 슬그머니 내밀며 “저, 퇴사하겠습니다”라고 힘없이 말하는 날은 오겠지. 아니면
이렇게 매일 속으로만 외칠지도. 통쾌한 상상은 현실 불가능.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퇴사는커녕 먹고 살려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니 퇴사는 그저 상상 속 일일 뿐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의 대사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대사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아 기억나는 대로만 적는다.)
완전 명대사다! 저 대사를 듣고 ‘띠용’했다. 직장인들의 마음을 이보다 더 잘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직장인들이 퇴사를 꿈꾸면서도 매일 출근하는 이유는? 먹고 살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화 대사대로 퇴사를 결심하기 위해서다. 바라고 바라는 퇴사를 실제로 할 수는 없으니, 일단 출근한다. 출근해서 퇴사를 결심한다. 그렇게 퇴사를 결심하고 또 결심하려고 매일 출근한다. 참으로 웃픈 현실이다.
퇴사하고 싶은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 누구는 일이 힘들어서, 또 누구는 몸이 안 좋아서, 어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아니면 상사나 동료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유야 여러 가지이지만, 퇴사하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다. 누구는 보란 듯이 실현하고, 또 누군가는 침만 꿀꺽 삼킨다.
퇴사. 꿈만 같은 얘기다. 그런데 퇴사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상황이 나아질까? 그렇지도 않다. 퇴사하면 그걸로 끝이 아니다. 퇴사하고 얼마 후에 다시 다른 일을 찾아야 한다. 퇴직금으로 몇 달은 버틸 수 있겠지만, 퇴직금을 다 쓴 후에는 생활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고, 입사 후에는 또다시 퇴사를 꿈꾸는 처지가 된다. 퇴사는 끝이 아니다.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그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나도 수원왕갈비 통닭집을 해볼까? 왕갈비 통닭은 아무리 봐도 핫아이템이다! 정말 맛있을 것 같다. 팔면 불티나게 팔릴 것 같!!기는 개뿔.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각설하고, 솔직히 나도 딱히 대안이 없다. 그래서 매일 출근하고, 날마다 퇴사를 꿈꾸기만 한다. 그렇게 퇴사는 이루고 싶은 꿈이 됐고, 그 꿈이 이루어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매일 아침 출근한다. 아니, 이건 비밀인데.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 중이다. 언젠간 진짜로 퇴사하기 위해 다른 일을 준비하고 있다. 누구나 선망할, 출퇴근이 없는 일을 말이다. 그 꿈이 실현되면, “이거나 받아라!” 과감히 사표를 던질 것이다! 드림스 컴 트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