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에 만족하며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회사에 다녀야 할까? 퇴사하고 내 일을 찾아서 해야 할까?'
40대가 되어도 저는 이런 고민은 하지 않을 거라고 믿었어요. 아니, 하고 싶지 않았어요. 인생을 수동적으로 혹은 무기력하게 산 결과처럼 느껴졌으니까요. 그래서 40대가 되기 전에 미리 퇴사 준비를 시작했어요. 닥쳐서 고민을 하지 않게 말이죠.
월급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꼬임에 넘어가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수익화 블로그를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죠. 5년 동안 블로그로 1,000만 원 이상 직간접적인 수익을 얻었어요. 월수익으로 계산하면 20~30만 원 정도니, 용돈 벌이를 한 셈이죠. 추가로 티스토리 블로그와 워드프레스 블로그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요. 월급보다 더 많은 수익은? 글쎄요. 아직 멀은 것 같아요.
출간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브런치 작가에 지원했어요. 몇 번의 도전 끝에 결국 합격했죠. 그렇게 브런치에 글을 쓴 지 5년이 넘었어요. 브런치 덕분에 여러 제안을 받았고, 광고대로 출간 작가가 되었어요! 꿈에서나 그리던 출간 계약서를 두 번 썼어요. 한 원고는 편집까지 다 끝내고 출간 직전까지 갔는데, 출판사로부터 계약 해지 요청을 받아서 출간이 무산됐고요. 다른 한 원고는 마침내 작년 말에 책으로 출간되었어요. 드디어 출간 작가의 꿈을 이뤘죠. 하지만 작가로 밥벌이는 못하고 있어요.
이외에도 크몽에서 전자책도 팔아보았고요. 인스타그램에서 작가 채널도 운영 중이에요. 그리고 몇 달 전부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퇴사 준비 결과는? 실패라고 해야 할까요?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여전히 용돈 벌이만 하고 있어요. 저는 아직도 회사원이에요. 5년 전부터 준비했는데 말이죠.
유튜브를 보면 너도나도 N잡으로 월 300백만 원, 500만 원, 1천만 원을 버는 것처럼 보이더라고요. 누구나 그렇게 벌 수 있다고 광고를 하더라고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안타깝다고 해야 할지... 그 꼬임에 넘어간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니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사탕발림에 넘어가 자신이 그 N잡 신화의 주인공이 되길 바랐지만, 현실은... 역시 만만하지 않더라고요.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저는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어요.
'월급에 만족하며 다닐 수 있을 때까지 회사에 다녀야 할까? 퇴사하고 내 일을 찾아서 해야 할까?'
40대가 되면 이런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나 슬퍼요. 부모님이 가장이던 시절에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있었죠. 정년이 될 때까지 한 직장에 꾸준히 다닐 수 있었어요. 고용, 물가, 급여가 안정되어 있었으니까요. 성실하게만 산다면, 먹고살 걱정은 크게 하지 않을 수 있었죠. 내 집 마련 걱정도요. 한 직장에만 꾸준히 다니면 평생 내 집 하나는 마련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1997년 IMF 사태로 경제가 무너지고, 고용 불안이 발생하면서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졌어요. 한 직장에 자신의 일생과 가족의 안위를 맡길 수 없게 되었죠. 가장의 무게가 이때부터 가중되지 않았나 싶어요.
시간이 훌쩍 지나서 '40대 가장이 하게 되는 흔한 고민'을 제가 하고 있네요. 그 고민을 하지 않으려고 미리부터 발버둥 쳤지만, 결국 하게 되었어요. 저의 실력과 능력 탓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 '원래 그런 거야', 세월의 흐름 중 일부라 생각하고, 그 흐름에 순응하거나 적응해야 할까요?
퇴사 준비를 포기한 건 아니에요. 마무리가 될 때까지 계속 도전할 거예요.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을 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10년만 젊었어도...'
어느덧 40대가 된 것처럼, 조만간 50대, 60대가 되겠죠. 그때 가서, 지금의 저를 돌아보며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능력이 부족하고 시간이 걸려도, 돌고 돌아서 가더라도 계속 가고 있어요. 그게 제가할 수 있는 전부니까요. 남들처럼 빠르지 않아도, 비록 느리지만 계속 걷는 거 말이죠. 그러면 언젠가 40대 가장이 하게 되는 흔한 고민을 더 이상 하지 않고 있겠죠. 그 고민에서 얼른 벗어나서 제 뒤를 이어온 40대 가장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요. 훗날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힘을 내세요! 능력 없는 저도 해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