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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Dec 21. 2018

나는 억울한 신입이다.

신입은 어디서 일을 배우라고!?

“회사는 학원이 아니다. 부족한 실력은 퇴근하고 알아서 키워라.”


몇 달 전에 업무와 관련하여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해서 상사에게 혼이 났다. 나는 지금 하는 일을 처음 해본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전직을 했다. 당연히 일이 서툴 수밖에. 상사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내 상황은 봐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신입이라는 핑계를 대지 말고 알아서 실력을 키우라는 뜻.

나는 억울했지만, 할 말이 없었다. 감정적으로야 항변할 말이 있지만, 논리적으로는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 맞다. 실력은 알아서 키워야 한다. 일은 회사 안에서 배우는 게 아니다. 밖에서 배우고, 안에서 적용해야 한다. 그래, 그게 오늘날 대부분의 회사들이 원하는 바다.




회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회사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사익(주주들 혹은 사장)을 위해 존재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회사가 직원을 고용하는 목적은 지극히 사적이다.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서 급여만큼의 일을 시키기 위해 직원을 고용한다. 급여만큼 성과, 매출을 올려주길 바라며 직원을 고용한다. 라고 적고, “사실 회사는 직원이 급여보다 더 큰 성과를 내주길 원한다”라고 읽는다.

하지만 필자가 소싯적에 배운 회사의 목적 내지 역할은 조금 달랐다. 필자는 학창 시절 회사의 역할을 다르게 배웠다. 회사는 이윤 추구만이 아니라 사회 역군을 길러낼 책임도 있다고 배웠다. 한 마디로 학원의 역할도 어느 정도 겸한다는 뜻이다. 사장님들이 이 말을 들으면 노발대발할지도 모르겠다. 사회 역군을 길러내기 위해 신입을 뽑았는데, 성과를 내기까지 발생하는 유무형의 손해는 누가 감당하냐고, 그걸 말이라고 하냐고. 당연히 그건 회사가 감당해야지!

취업 관련 어플을 통해 구인 공고를 보면 - 분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 죄다 경력자만 뽑겠단다. 신입도 뽑겠다는 공고는 그리 많지 않다. 구직자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답답하고, 화도 난다. 신입을 안 뽑으면 신입들은 도대체 어디서 일을 배우고, 어떻게 취직하냔 말이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먹튀 하는 직원이 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일 못 하는 신입을 뽑아서 시간과 매출을 손해 보며 혼자 일할 수 있을 만큼 키웠더니, 자신의 경력이나 급여를 위해 다른 회사로 가버린다. 이것만큼 손해 보는 장사와 야속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당연히 경력자만 원할 수밖에. 상황이 이런데 누가 누굴 탓할 수 있겠나.




회사는 학원이 아니라고 하니 내가 알아서 배워야지. 내 업무를 가르쳐 줄 만한 학원은 없으니 내가 알아서 비법을 터득해야지. 억울하다고 소리쳐 봐야 들어줄 사람 하나 없으니 서글프고 답답할 뿐이다. 회사란 본래 그렇게 냉정한 곳이다. 회사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분하기에 상사에게 속으로만 이렇게 외친다.


‘당신도 신입이었던 적이 있으면서, 내 입장도 이해해주지 못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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