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하나?
애인이 있는 사람이 지인과 가족들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그래서 솔로들은 명절을 싫어한다. 가족들의 집중포화를 받으니까. 사람들은 판에 박힌 생각을 잘한다. 나이가 들면 연애해야 하고, 연애하면 결혼해야 한다고 말이다. ‘통과의례’라고 하는 판에 박힌 생각, 자신의 고정관념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해서 스트레스를 준다. 좋지 못한 행동이다.
사랑하면 꼭 결혼해야 할까? 그건 아니다. 사랑한다고 꼭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다. 사랑한다고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랑해도 일부러 결혼하지 않거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결혼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사랑과 결혼이 하나는 아니다. ‘인연’이 아니라면 사랑해도 결혼하지 못한다. 인연이어야 결혼할 수 있다. 그래서 옛적부터 결혼한 연인을 보며 ‘천정연분’(天定緣分) 또는 ‘천생인연’(天生因緣)이라고 하지 않던가. 혹은 ‘천생배필’(天生配匹)이라거나. 그만큼 결혼이 쉽지 않다는 말일 게다.
아내와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커플 전용 앱인 ‘비트윈’을 사용했다. 비트윈을 뒤져 옛 추억을 꺼내어 보니 손발이 엄청 오글거렸다. 닭살이 벗겨지지 않을 만큼 두텁게 생겼다. ‘내가 정말 저런 사랑 표현을 했어?’ 별의별 사랑 표현을 다 했더라. 오글거리는 표현 중 갑 오브 갑은 결혼 결심이다.
사귄 지 17일 만에 결혼하고 싶다고 난리였다. 누가? 내가. 서로 얼마나 안다고, 얼마나 사귀었다고 결혼하고 싶다고 난리였는지! 결혼한 지금, 그 마음과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웃긴다. 그때 내 모습을 돌아보니 예닐곱 살밖에 먹지 않은 꼬맹이들이 결혼 얘기하는 걸 보는 기분이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그만큼 아내를 사랑했다는 뜻이렷다!
사랑한다고 해서 꼭 결혼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나는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했다.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아내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었다. 매일, 1분 1초도 빠짐없이 함께 있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간절해서 자연히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자마자 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아니, 일단 확인해야 했다. 아내도 같은 마음인지를. 만난 지 17일밖에 되지 않았는데? 나야 그렇다 치고 아내가 그런 마음을 가질 리 있겠는가! 혹 아내의 마음도 같다면 우리는 정말 ‘천생연분’인 셈. 천생연분이 아니면 어떤가. 그래도 결혼하면 되지.
그때부터 아내의 마음을 확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확인 작업이 아니라, 세뇌라고 해야 맞겠다. 세뇌 전략을 세밀하고, 치밀하게 세워야 했다. 17일 만에 들이대면 반감을 품을 수도 있으니, 가랑비에 옷 젖기 작전을 세웠다. 결혼 얘기를 조금씩 흘리자! 무슨 얘기를 하든 “결혼 어쩌고”, ‘결혼’이라는 말을 입에 주렁주렁 매달았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결혼, 결혼”한 건 아니다. 그러면 정말 반감을 품을 테니, 기회를 엿봐서 재빠르게 “결혼해서 이렇게 하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치고 빠졌다. 그 결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