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결혼 생활
우리는 배우자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관계를 더욱 단단히 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배우자와의 대화가 시작되면 문제 해결은커녕 감정만 상하고 더 큰 갈등으로 번지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특히 논점을 흐리는 태도는 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기도 하지요. 과연 이렇게 대화의 본질을 벗어난 행동은 부부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5년 차인 소현은 남편 민준에게 작은 불만이 있었습니다. 민준이 냉장고 문을 제대로 닫지 않아 음식이 상할 뻔한 일이 여러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소현은 민준에게 "여보, 냉장고 문 잘 닫아 달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또 그랬네? 음식이 다 상할 뻔했잖아!"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민준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소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늘 하는 말을 건성으로 듣고, 내 말을 무시하는 태도가 문제야. 말투도 왜 그렇게 짜증 섞였어?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는 또 내 약속 잊어버리고... 내가 뭘 믿고 당신이랑 같이 살아?" 민준은 자신이 잘못한 '냉장고 문' 문제가 아닌, 자신의 태도, 말투 그리고 과거의 다른 잘못까지 한꺼번에 끄집어내지는 것에 황당함과 함께 깊은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마음이 사라졌고, 방어적으로 돌변했습니다. "내가 냉장고 문 안 닫은 건 미안해. 근데 당신은 나한테 화낼 자격이나 있어? 지난번에 당신은 나한테 얼마나 심하게 말했는데?" 민준 역시 논점을 흐리고, 상대방의 잘못까지 끄집어내며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대화는 문제 해결을 위한 생산적인 토론이 아닌,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는 소모적인 '과거 소환 전쟁'으로 변질되었고, 냉장고 문은 닫히지 않은 채 그들의 마음의 문만 굳게 닫혔습니다.
대화할 때 논점을 흐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잘못했으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됩니다. 배우자가 잘못했으면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면 됩니다. 그런데 잘못한 내용이 아니라, 말투, 표정 등 잘못한 내용과 상관없는 부분을 꼬투리 잡거나, 과거의 잘못과 상관없는 내용까지 끌어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은 논점을 흐리는 것이며, 문제의 책임을 불필요하게 부풀리는 행위입니다.
사실 이러한 행동의 이면에는 자신의 불리함을 모면하거나, 대화와 관계의 주도권을 쥔 채 상대방을 통제하고 배우자 위에 군림하려는 숨겨진 욕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굳이 잘못에 대해 따지고 싶다면, 잘못한 부분이 부부 관계와 가정에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만 이야기하고, 앞으로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만 대화하면 됩니다. 논점을 흐리는 것은 동등해야 할 부부 관계를 일방적인 '상하 관계'로 만들어서 관계의 건강과 균형을 깨뜨리는 매우 잘못된 태도입니다. 이는 정서적 불평등을 야기하며, 장기적으로는 서로를 향한 존중과 신뢰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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