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결혼 생활
아내들의 오랜 불만 중 하나가 있습니다. 남편을 아무리 불러도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분명히 들은 듯한데 몇 번을 더 불러야 겨우 입을 여니 속에서는 천불이 나기도 합니다. 도대체 남편들은 왜 그러는 것일까요? 단순히 못 들은 척하는 태도일까요, 아니면 이 침묵 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른 소통의 메시지가 숨어 있을까요?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8년 차인 아내 지현은 남편 동우 때문에 매일같이 화를 참기 힘들었습니다. 동우는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현이 주방에서 "여보, 이거 좀 치워줘!", "여보, 쓰레기 좀 갖다 줘!" 하고 부르면, 동우는 들은 듯한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습니다. 세 번, 네 번을 더 불러야 "왜?" 하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지현은 자신이 무시당한다고 느꼈고, 매번 화를 내며 "내 말이 그렇게 우스워? 말을 하면 들은 척이라도 해야지!" 하고 소리쳤습니다.
동우 역시 답답했습니다. 그는 "중요한 일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불러대니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야"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의 생각으로는 '지금 바로 대답할 만큼 중요한 호출'과 '몇 번 부르다 마는 사소한 호출'이 분명히 구분된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아내의 호출 소리를 들으면 무의식적으로 그 중요도를 먼저 판단하는 일이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사소하다고 판단한 부름에는 즉시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짜증 섞인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지현에게는 무시처럼 느껴졌지만, 동우에게는 '불필요한 반응을 피하는 방어적인 태도'였습니다. 결국, 서로 다른 소통 방식과 기대는 끝없는 오해와 불만만 쌓아 올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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