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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나이 들면 아내 껌딱지가 되는 이유

슬기로운 결혼 생활

by 인생짓는남자

결혼 초기, 남편은 바빴습니다. 회사 일, 친구 모임, 취미 생활. 아내가 "여보, 어디 가?", "여보, 언제 와?" 물어도 짧게 답하고 나갔습니다. 주말에도 골프, 등산, 낚시.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나자 풍경이 바뀝니다. 이제는 남편이 아내를 따라다닙니다. "여보, 어디 가?", "나도 같이 갈게", "혼자 두고 가지 마." 아내가 친구 만나러 나가려 하면 섭섭해합니다. 시장 가는데도 따라오고, 찜질방 가는데도 가겠다고 합니다.


많은 부부들이 이러한 변화를 경험합니다. 젊었을 때 독립적이던 남편이 나이 들면서 점점 의존적으로 변합니다. "남자는 늙으면 애 아니면 개가 된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날까요? 남편들은 무엇을 갈망하는 걸까요? 그리고 아내는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퇴직 후 달라진 남편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35년 차 철수와 영희 부부 이야기입니다. 철수는 60세에 퇴직했습니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올라갔던 능력 있는 남자였습니다. 그는 늘 바빴고, 집에는 잠만 자러 왔습니다. 영희는 외로웠지만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퇴직 후 달라졌습니다. 철수가 집에 계속 있었습니다. 처음 몇 달은 좋았습니다. 함께 여행도 가고, 산책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영희는 숨이 막혔습니다. 철수가 어디를 가든 따라왔습니다.


"여보, 친구들이랑 점심 먹으러 간다." 영희가 말하면 철수가 물었습니다. "나는?" "여자들끼리 모이는 거야." "나도 갈게. 밖에서 기다릴게." 영희는 답답했습니다. 친구들도 불편해했습니다.


찜질방에 가려 해도 "나도 같이 가자", 마트에 가려 해도 "나도 갈게", 동네 산책도 "함께하자." 철수는 영희 없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혼자 집에 있으면 불안해했습니다. "여보는 언제 와?"라고 계속 전화했습니다.


영희는 지쳤습니다. "당신 친구들 좀 만나지 그래?" 철수가 대답했습니다. "친구들? 다 바빠. 골프 치는 애들은 돈도 들고. 예전 회사 동료들은 나 퇴직하니까 연락도 안 해." 영희가 물었습니다. "취미라도 가지지 그래?" "혼자 뭐해. 같이 있는 게 낫지."


영희는 깨달았습니다. 철수가 괜히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외롭고, 불안하고, 아내만이 유일한 연결고리라는 사실을. 그제야 철수가 달라 보였습니다. 능력 있는 임원이 아니라, 세상에서 자리를 잃고 의지할 곳을 찾는 늙은 남자였습니다.




남자는 왜 나이 들면 이렇게 변할까


남편이 나이 들어 아내에게 의존적으로 변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정서적 의존도의 증가


나이가 들면서 남성도 정서적으로 부드러워집니다. 젊을 때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이 독립성과 경쟁심을 자극했지만, 나이 들면 호르몬 변화로 정서적 욕구가 커집니다. 혼자 있는 게 불안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집니다. 특히 한국 남성들은 감정 표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평생 "남자는 강해야 해", "우는 건 약한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그러다 나이 들어 취약해지면,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릅니다. 유일하게 안전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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