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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남편이라는 존재가 귀찮아지는 이유

슬기로운 결혼 생활

by 인생짓는남자

자녀들이 모두 독립했습니다. 드디어 자유입니다. 30년 넘게 살림하고, 아이 키우고, 시댁 챙기느라 바빴던 세월이 끝났습니다. 이제 좀 내 인생을 살 수 있겠구나 기대했습니다. 친구도 만나고, 취미도 즐기고, 여행도 다니려 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퇴직한 남편이 집에 있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집에 있습니다. "아침 뭐 먹을까?", "점심은?", "저녁은?" 삼시 세끼를 차려줘야 합니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앉아서 밥만 기다립니다. 친구 만나러 나가려 하면 "어디 가?", "언제 와?" 묻습니다. 숨이 막힙니다.


많은 노년 여성들이 이런 현실에 직면합니다. 기대했던 자유 대신 또 다른 돌봄 노동이 기다립니다. "삼식이"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닙니다. '한때 사랑하던' 남편을 왜 이렇게 부르게 된 걸까요? 단순히 밥 수발이 귀찮아서일까요?




40년간 쌓인 섭섭함의 폭발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결혼 40년 차 부부인 영숙과 철수. 철수는 성실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밤늦게 귀가했습니다. 집안일? "내가 돈 벌어오는데 그거까지 해야 돼?"라며 거들지 않았습니다.


영숙은 혼자 모든 걸 감당했습니다. 아이 둘을 키우고, 시부모님을 모시고, 집안 대소사를 챙겼습니다. 아이가 아파도 혼자 병원 갔고, 학교 행사도 혼자 참석했습니다. 힘들다고 말하면 철수는 "나도 힘들어. 바깥일이 얼마나 힘든데"라고 답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철수가 퇴직했습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집에 계속 있었습니다. "여보, 아침 먹자", "점심 뭐야?", "저녁은 뭐해줄 거야?" 영숙은 지쳤습니다. 40년간 혼자 집안을 챙겨왔는데, 이제는 남편 수발까지 들어야 합니다.


영숙이 친구를 만나러 나가려 하자 철수가 물었습니다. "어디 가?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영숙이 대답했습니다. "여자들끼리 모이는 거예요." 철수가 섭섭해했습니다. "요즘 나 혼자 두고 자꾸 나가네."


영숙이 폭발했습니다. "당신은 40년 동안 매일 늦게 들어오고, 주말마다 골프 치러 다녔잖아요! 나는 한 번도 어디 가냐고 안 물었어요. 그땐 괜찮았는데, 이제 내가 나가려니까 섭섭해요?"


철수는 당황했습니다. "그땐 일이었잖아. 지금은 다르지." 영숙이 울었습니다. "다를 게 뭐가 있어요? 당신은 평생 당신 하고 싶은 대로 살았어요. 나는 내 인생 없이 당신 뒷바라지하고, 아이들 키우고, 시부모님까지 모셨어요. 이제 좀 내 인생 살려는데 또 당신 때문에 못 사네요."


그제야 철수는 깨달았습니다. 영숙이 자신을 귀찮아하는 이유는 단순히 밥 차리는 게 귀찮아서가 아니었습니다. 40년간 쌓인 섭섭함, 존중받지 못한 상처, 노동의 피로가 폭발한 겁니다.




남편은 왜 짐이 되었나?


노년의 남편이 아내에게 짐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뭘까요?


평생 받지 못한 사랑과 존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젊은 시절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섭섭함입니다. 남편은 돈만 벌어오면 자기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정서적 지지, 감사 표현, 함께하는 시간 등 원했습니다. "고생했어", "당신 덕분이야", "함께해 줘서 고마워." 이런 말을 듣고 싶었습니다. 남편의 따뜻한 사랑 말이죠. 하지만 남편은 아내의 고생을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밥하고 애 키우는 게 당연한 거 아냐?" 이 사랑과 중의 부재가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불공평한 노동 축적


맞벌이든 외벌이든, 대부분 가사와 육아는 아내 몫이었습니다. 남편은 "바깥일이 힘들다"라는 핑계로 집안일을 외면했습니다. 아내도 일했다면 이중 부담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지쳤습니다. 수십 년간 혼자 감당한 노동의 무게가 쌓였습니다. 남편은 그 고생을 인정하지도, 감사하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나이 들어 몸도 약해졌는데, 또 남편을 돌봐야 합니다. 억울합니다. 이제는 정말 지칩니다.


자유에 대한 갈망과 새로운 속박


자녀가 독립하면 드디어 자유입니다. 평생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았으니, 이제 자기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친구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취미도 즐기고 싶습니다. 그런데 퇴직한 남편이 새로운 속박이 됩니다. 어디 가면 섭섭해하고, 밥 차려달라고 하고, 혼자 있으면 불안해합니다. 기대했던 자유 대신 또 다른 감옥에 갇힙니다. 실망과 분노가 커집니다.


과거 빚이 된 무관심


젊을 때 남편의 무관심이 노년에 빚으로 돌아옵니다. "그때 아내를 사랑했다면", "그때 집안일을 함께했다면", "그때 감사를 표현했다면." 과거를 바꿀 수 없습니다. 쌓인 감정의 빚은 이자가 붙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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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이혼 증가


이 상황이 지속되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황혼 이혼 증가


노년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녀가 독립한 후, 아내가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 더 이상 참을 필요 없어", "남은 인생은 나로 살고 싶어.", "이제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어." 평생 쌓인 불만이 폭발합니다.


부부의 정서적 단절


이혼하지 않아도 정서적으로 완전히 분리됩니다. 같은 집에 살지만 각자의 방, 각자의 시간을 보냅니다. 대화도 없고, 교감도 없습니다. 단순한 동거인입니다.


남편의 고립과 우울


아내의 거부를 느낀 남편은 고립됩니다. 친구도 없고, 취미도 없고, 아내마저 멀어지면 완전히 혼자입니다. 우울증에 빠지고, 건강도 악화됩니다.




이미 늦었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일들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합니다. 아직 희망은 있습니다.


남편의 진심 어린 사과와 인정


먼저 남편이 과거를 인정해야 합니다. "당신이 평생 고생한 거 알아", "나 때문에 힘들었지", "고맙고 미안해."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합니다. 변명하지 말고, 인정하고, 감사하세요.


독립생활 능력 키우기


남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밥도 차려 먹고,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세요. 아내에게 의존하지 말고, 독립적으로 생활하세요. 이는 아내의 부담을 줄일 뿐 아니라 남편의 자존감도 높입니다.


아내의 자유 존중하기


아내가 친구 만나고, 취미 활동하고, 여행 다니는 걸 막지 마세요. 오히려 격려하세요. "재미있게 놀다 와", "당신 시간 즐겨." 아내의 자유를 존중하면, 역설적으로 관계가 나아집니다.


함께하되 각자의 공간 유지하기


완전히 분리되지 말고, 함께하는 시간도 만드세요. 하지만 각자의 공간과 시간도 존중하세요. 균형이 필요합니다.




오늘부터 할 수 있는 세 가지 실천


1. '감사 편지' 쓰기



남편이 아내에게 편지를 쓰세요. 평생 해준 모든 일에 대한 감사를 구체적으로 적으세요. "아이들 키워줘서 고마워", "집안일해줘서 고마워", "시부모님 모셔줘서 고마워", "당신 덕분에 내가 일에 집중할 수 있었어." 진심을 담아 쓰고, 직접 읽어주세요.


2. 가사 분담


남편이 최소한의 가사를 스스로 하세요. 자기 밥상은 자기가 차리고, 설거지는 자기가 하고, 빨래와 청소도 나눠서 하세요. 처음에는 서툴러도 괜찮아요. 하면 늘어요. 아내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행동이 변화를 만듭니다.


3. '각자 시간' 보장


일주일에 최소 2~3일은 각자 자유롭게 보내는 시간을 정하세요. 그 시간에는 서로 간섭하지 않습니다. 아내는 친구도 만나고 취미도 즐기고, 남편은 동호회나 봉사 활동에 참여하세요. 독립적 시간이 있을 때 함께하는 시간도 더 소중해집니다.




젊은 날이 투영된 노년의 관계


나이 들어 남편이 짐이 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평생 사랑받지 못한 섭섭함, 존중받지 못한 상처, 불공평한 노동의 피로 등이 쌓인 결과입니다.


젊은 시절 남편이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감사를 표현했다면, 집안일을 함께했다면, 노년은 달랐을 겁니다. 하지만 돈만 벌어오면 충분하다고 생각했고, 아내의 노고를 당연하게 여겼습니다. 그 빚이 노년에 돌아왔습니다.


이미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고, 감사하고,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아내의 자유를 존중하세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현재와 미래는 바꿀 수 있습니다.



충분히 사랑하지 않고 사랑받지 못하면
노년에 폭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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