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를 이렇게 부르면 안 된다.

슬기로운 결혼 생활

"민수 엄마, 저녁 뭐 먹을까?" "지우 아빠, 언제 와?" 자녀가 태어난 후 많은 부부가 서로를 이렇게 부릅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고 귀엽게 느껴집니다. 아이 중심으로 가족이 돌아가니 당연해 보입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민수 엄마", "지우 아빠"로 부릅니다. 어느새 서로의 본래 이름을 잊어버립니다. 배우자가 독립적 인격체가 아니라 단지 아이의 부모로만 존재합니다. "여보", "자기야"라는 호칭은 기억 속으로 사라집니다.

많은 부부들이 이 변화를 대수롭지 않게 여깁니다. "호칭이 뭐가 중요해? 사랑하면 되지." 하지만 언어는 관계를 형성합니다. 우리가 상대를 어떻게 부르느냐는 그 사람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직결됩니다. 그렇다면 배우자를 아이의 부모로만 부르는 습관이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단순한 호칭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의미가 숨어 있을까요?

"여보"를 되찾은 부부

(아래는 가상의 이야기입니다.)

준혁과 서연 부부는 결혼한 지 15년 되었습니다. 딸 하윤이가 태어난 후부터 서로를 "하윤이 엄마", "하윤이 아빠"로 불렀습니다. 15년 동안 한 번도 "여보"라고 부른 적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부부 상담을 받았습니다. 관계가 냉랭해졌기 때문입니다. 상담사가 물었습니다. "서로를 어떻게 부르세요?" "하윤이 엄마, 하윤이 아빠요." "본인들 이름이나 여보는요?" 두 사람은 놀랐습니다. "그런 호칭은 안 써봤어요."

상담사가 설명했습니다. "호칭은 관계를 정의합니다. 서로를 아이의 부모로만 부르면, 부부 정체성이 사라집니다. 부부는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단지 육아 동업자가 됩니다."

준혁과 서연은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그들의 대화는 모두 하윤이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하윤이 학원, 하윤이 성적, 하윤이 친구 관계. 부부로서의 대화는 없었습니다. 서로를 배우자가 아니라 단지 공동 양육자로 여겼습니다.

상담사가 과제를 냈습니다. "일주일 동안 서로를 '여보'라고 불러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했습니다. "여보... 저녁 뭐 먹을까?" 입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계속 연습했습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보"라고 부르니 상대방이 다르게 보였습니다. 단순히 아이 엄마, 아이 아빠가 아니라 내 배우자, 내 인생의 동반자로 느껴졌습니다. 대화 주제도 달라졌습니다. 하윤이 이야기만이 아니라 서로의 하루, 감정, 생각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3개월 후 두 사람은 상담사에게 말했습니다. "호칭을 바꾼 게 이렇게 큰 변화를 가져올 줄 몰랐어요. 서로를 다시 보게 됐어요. 우리가 부부라는 사실을 다시 느꼈어요."

호칭에 담긴 무의식의 힘

배우자를 아이의 부모로 부르는 습관은 단순해 보이지만,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정체성의 축소와 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