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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Dec 31. 2018

회사일은 요령껏, 적당히 하는 게 좋다.

열심히 일한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요?

전에 다니던 회사의 사장님은 업무에 있어서 기준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깜빡깜빡을 잘한다고 해야 할까? 당시 나는 영업부에서 근무했다. 회사 매출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정말 애썼다. 온라인몰에 런칭할 이벤트를 기획하여 제안서를 썼다. 승인받기 위해 사장님께 제안서를 보여드릴 때마다 사장님은 한결같이 말했다.


“장사꾼처럼 보이기 싫으니 하지 말라.”


오잉? 이 무슨 황당한 대답인가? 회사를 유지하려면 매출을 높여야지! 매출을 높이자는데 장사꾼처럼 보이기 싫다니. 그럼 회사가 망해도 된다는 말인가? 많이 황당했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회사 매출도 매출이지만, 회사에서 살아남으려면 성과를 내야 했다. 그래서 매출을 올릴 방안을 끊임없이 고민했고, 사장님께 제안했다.




한번은 자사 홍보 및 매출 증대를 위해 리퍼 제품 판매를 기획했다. 사장님 대답은 예상대로였다.


“나는 돈 밝히는 장사꾼처럼 보이기 싫다. 리퍼 제품은 다 버리면 버렸지, 고작 그거 벌겠다고 장사꾼처럼 보이기는 싫다.”


정부 정책으로 인해 회사 매출을 대대적으로 올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반드시 사장님을 설득해야겠다고 작정하고 덤볐다.


“저는 영업자로서 회사 매출을 올리고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알려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리퍼 제품을 폐기하면 손해만 봅니다. 싼값에 판매하면 회사 매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니 당연히 판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면 사장님을 설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장님의 결정타 한 방에 KO 당했다.


“사장인 내가 하기 싫다는데, 왜 직원인 **씨 마음대로 하려고 하느냐?”


참으로 속상했다. 나 좋자고 한 말이 아닌데, 매출이 오르면 사장님한테 좋은 거 아닌가! 회사를 위해 한 말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정이 뚝 떨어졌다. 그런데 그보다 더 기가 막힌 일이 한 달 뒤에 벌어졌다.


내가 사장님께 제안했던 이벤트를 동종 업계 업체들이 인터넷몰에서 하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그 광경을 보시곤 이렇게 말씀하셨다.


“다른 회사들은 이런 이벤트를 하는데, 왜 우리는 안 하느냐?”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아니… 분명히 한 달 전에 내가 그 이벤트를 하자고 했을 때는 엄한 말씀을 하시더니, 그걸 싹 잊었단 말인가? 와…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숨이 막혔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간신히 참았다. 어쩌겠는가. 나는 힘없는 을인걸. 그냥 “이벤트 진행하겠다”고 한마디만 했다. 아, 힘없는 나여...




회사의 재산은 제품이 아니다. 매출도 아니다. 직원이다. 회사의 매출은 직원이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직원, 열과 성을 다해 일하는 직원이야말로 회사의 가장 큰 재산이다. 하지만 사장님들은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다. 소중한 줄 모르고 직원들을 함부로 대한다. 직원의 열정을 무시하거나 오해한다. 최선을 다해봐야 소용없다. 알아주지 않는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직장 일은 적당히 하는 게 가장 좋다. 물론 일 잘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을 알아주는 회사 혹은 상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런 회사나 상사가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 알아주지 않는 회사가 많으리라. 그것이 현실이니 일은 적당히 해야 한다. 사장님들이 보시면 이 글을 싫어하겠지.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계속 벌어져서 결국 나는 열정을 잃었다. 상황을 봐가며 적당히 일하기 시작했다. 열심히 일해봐야 인정해 주는 게 아니라, 돌아오는 건 면박뿐이니 최선을 다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렇게 나는 일을 적당히 하다가 더 나은 회사로 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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