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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Jan 06. 2019

갑질 공화국

갑질은 누구나 저지르는 일이다.

몇 달 전 갑질에 관한 뉴스 보도를 봤다. 인천의 한 하이마트 지점장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일부 직원에게 욕설을 했다고 한다. 본사에서는 그 지점장에게 중징계를 내렸다고 한다. 아마도 그는 본사의 압박에 시달렸을 것이다. 지점 매출로 지점장 고과가 평가될 테니 매출 부진 때문에 마음이 초조했을지도 모른다. 마음이 초조해서 직원들을 압박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심정은 이해한다. 이해하지만, 그래도 갑질은 잘못된 것이다.


‘백화점 모녀 사건’과 ‘땅콩 회항 사건’, ‘노 룩 패스’ 사건은 갑질을 대표하는 사건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갑질은 이 사건들처럼 돈이 많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만 저지르는 잘못이 아니다. 뉴스 내용처럼, 갑질은 이제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어디서나 벌어지는 일이다. 누구나 갑질을 하고, 누구나 당하는 일이 되었다.


아파트에서 주민이 관리실 직원과 경비에게, 직장에서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마트나 식당에서 손님이 종업원들에게, 승객이 버스나 택시 기사에게 혹은 그 반대로 갑질을 한다. 심지어 부부 사이에서는 물론이고 부모 자식 간에도 갑질 아닌 갑질이 벌어진다. 이처럼 갑질은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만 갑질하는 게 아니라 너나 나나 갑질을 한다. 이쯤 되면 그야말로 갑질 공화국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사람들은 왜 갑질을 할까? 가진 자들에 대한 부러움 때문일까? 자신도 그런 힘을 소유하고 싶어서 말이다. 그 힘을 가질 수 없으니 아무 데서나 쓸데없이 힘을 사용하는 걸까? 아니면 권력자들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울분을 터트리는 걸까? 잘못된 방식으로, 아무 대상에게 말이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권력욕과 과시욕, 정복욕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유가 어쨌든 갑질은 옳은 행동이 아니다.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몇 달 전 동료 직원이 상사에게 갑질당하는 모습을 봤다. 갑질 아닌 갑질을 당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있다. 갑질한 상사가 다른 직원들에게 자신을 변호하기 바빴다는 사실이다. 그는 갑이기 때문에 굳이 자신을 변호할 필요가 없는데 말이다.


“나는 나쁜 상사가 아니다. 나는 합리적인 근거에 따랐을 뿐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같았다. 직원에게 혐의를 씌우려는 의도에서 한 말 같았다. 자신의 갑질을 정당화하려는 모습이, 좋게 말해서 참으로 눈물겨웠다.




갑질의 가장 큰 문제는 갑질을 했다는 그 자체에 있지 않다. 갑질하는 사람이 자신의 행태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갑질을 하고도 갑질하는 줄 모르는 게 문제다. 자신의 이익과 기분만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갑질인 줄도 모른다. 갑질이 계속 발생하는 이유다. 자신이 갑질한 줄도 모르기에 - 나의 직장 상사도 그렇고 하이마트 지점장도 그렇고 - 갑질한 사람은 변명하기 바쁘다. 당한 사람만 피눈물을 쏟는다. 화병에 걸린다.


갑질은 그런 것이다.  저지를 때는 저열하게, 저지르고 나서는 치졸하게. 이런 게 갑질이다. 이러한 갑질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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