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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pr 16. 2019

33년간 모태 솔로의 신혼일기 #22

결혼해서 돈을 모으는 게 더 빠르다.

결혼하기 전에 많이 들은 말이 있다. 결혼한 선배들이 한 말인데, 돈을 모아서 결혼하는 것보다 결혼해서 돈을 모으는 게 더 낫다는 말이었다. 결혼한 사람들이 한결같이 결혼해서 모아야 더 빨리, 더 많이 모은다고 말했다. 결혼하고 나서야 그 말이 이해됐고, 깊이 공감됐다. 결혼 전에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모아서 결혼하는 게 낫지 않나 싶었는데 결혼해 보니 아니다. 선배들 말마따나 결혼해서 모으는 게 낫다. 물론 아기를 낳는 순간 말이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많은 커플이 결혼하기에는 모아놓은 돈이 부족해서 돈을 더 모아 결혼하려고 한다. 목표한 금액까지 결혼 바용을 모아서 결혼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현명한 생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악착같은 사람이 아니고서야 미혼 때는 그리 많은 돈을 모으지 못한다. 연봉을 많이 받지 않고서야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많이 모으기 힘들다. 몇 가지 이유 때문이다.

1. 결혼 전에는 씀씀이가 크다. 씀씀이야 결혼 전이든 후든 사람의 성향과 생활 패턴에 달려 있지만, 대개 결혼 전에는 씀씀이가 클 수밖에 없다. 자신이나 가족을 위해 아낌없이 쓴다. 거리낄  게 없기 때문이다. 결혼이 멀게 느껴지고,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 악착같이 모으지 않는다. 목표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보다 많이 모으지 못한다. 월급을 받으면 저축금액을 일정량 떼어놓고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쓸 거 다 쓰고 남는 돈을 저축한다. 당연히 결혼 직전까지 결혼 비용으로 생각하는 금액을 모으기 힘들고, 그 금액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2. 데이트 비용으로 돈을 많이 쓴다. 데이트를 하면 아무래도 남자가 돈을 더 많이 쓰게 된다. 식사비와 후식비, 차비까지, 예전에는 데이트 비용을 거의 다 남자 혼자 감당했다. 여자는 가끔 상황을 봐가며 돈을 썼다. 요즘에는 인식이 달라져서 남자가 식사비를, 여자가 후식비를 내거나 상황에 따라 반대로 하기도 한다. 서로 비슷하게 데이트 비용을 지출한다. 하지만 아무리 데이트 비용을 함께 감당해도 돈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 데이트를 하려면 서로 옆집에 살지 않는 한 무조건 집 밖에서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지출이 발생한다. 아무리 아끼고 아껴도 데이트를 하다 보면 꽤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된다.

반면 결혼하면 돈을 그리 많이 쓰지 않고도 데이트를 실컷 할 수 있다. 밖에 나가기 싫으면 온종일 집에 있으면 된다. 밖에서 데이트할 때와 기분과 분위기가 다르긴 하지만, 집에서 요리를 해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집에서 할 게 너무 많다. 집 밖에 나가 데이트를 하더라도 집에서부터 같이 움직이니까 차비부터 조금 절약된다. 데이트를 하다가 할 게 없으면 집에 와서 쉬면 된다. 집에 와도 그녀가 혹은 그가 옆에 있으니 좋다. 장소만 바뀌었을 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데이트가 이어진다. 물론 결혼하면 뜻하지 않은 비용이 지출된다. 경조사비가 두배로 들고, 결혼 전에는 없던 가족 행사비가 지출된다. 이상 못한 지출이 꽤 많이 발생한다. 하지만 예상 못 한 수입도 생기고, 무엇보다 수입이 두배가 되고 공동 관리를 하기 때문에 결혼 전보다 돈을 더 빨리,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애를 낳기 전까지 말이다.




사람마다, 씀씀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보통은 결혼해야 돈을 더 많이 모을 수 있다. 돈을 모아서 결혼하려고 하면 결혼 못 한다. 결혼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같은 금액을 모으기로 작정했을 때 결혼 전보다 결혼 후에 더 빨리 목표액을 모을 수 있다. 가령 신혼집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고 가정해보자. 결혼 전에 남자 혼자 목표액을 모으는 것보다 목표액만큼의 전셋집으로 들어가서 둘이 힘을 합쳐 대출금을 갚는 게 빠르다. 물론 그걸 남자 혼자 결정할 수는 없지만, 요는 돈을 모아서 결혼하려고 하면 위에 적은 이유 등으로 세월아 네월아 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나도 결혼 전에 돈을 얼마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결혼 후 3년 만에 놀랄 만큼 큰 금액을 모았다. 모아놓고 보니 어떻게 이만큼을 모았나 싶다. 결혼 전에 그만큼 모으려 했다면 3년이 아니라 10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아내가 어려운 시집살이를 결정한 덕에 그리고 여가 생활을 포기한 덕에 모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여가 생활을 전혀 못 한 것도 아니다. 해외여행도 가고, 국내 여행도 몇 번 가는 등 나름 즐길 거 다 즐기면서 살았다. 그런데도 꽤 큰 금액을 모았으니, 빨리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해서 돈을 모아야 빨리 모은다는 말을 크게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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