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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Apr 26. 2019

33년간 모태 솔로의 신혼일기 #23

결혼하니 이게 좋다.

결혼하기 전에, 지인들에게 결혼한다고 알릴 때 이런 말을 많이 들었다.

“결혼하면 여자 친구와 같이 집에 들어가고, 아침에 눈을 뜨면 여자 친구가 눈앞에 있다.”

정말 부럽다고? 부러우라고 한 말이 아니다. 그만큼 자유가 없다는 뜻이다. 연애 때는 시간이 되면 각자 집에 돌아가야 한다. 남자는 이때부터 개인 시간을 갖는다. 대부분은 집에 가서 연인과 전화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주고받을 것이다. 잠잘 때까지. 특히 연애 초반에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전화 통화나 문자가 뜸해지는 커플도 있다.

아무튼 남자는 전화 통화를 하지 않거나 문자를 주고받지 않으면 자기 할 일을 한다. 여자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자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남자는 개인 시간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남자, 아니 모든 남자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여자는 주로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등 대인 관계로 스트레스를 푼다. 여자들은 그런 방식으로 자기 시간을 갖는다. 남자는 다르다. 남자는 혼자의 시간을 중시한다.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에 잠을 자든, 게임을 하든, 영화를 보든, 다른 무얼 하든 간에 혼자만의 시간이 무조건 있어야 한다. 결혼 전이나 후나 상관없이 말이다.

그런데 결혼하면 그런 시간을 갖기 힘들다. 퇴근하면 집에 바로 가야 하고, 집에 도착하면 아내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잠잘 때까지, 아니 잠잘 때도 옆에 있으니 다른 걸 할 수가 없다. 계속 아내와 시간을 보내야 한다.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 하면 자신을 내버려 두고 혼자 뭐하냐는 볼멘소리를 듣게 된다. 무얼 하든 자기와 함께 하면 되지 않냐고 묻는다. 하지만 남편은 그렇게는 안 된다. 무얼 하든 혼자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내는 남자의 그런 성향을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한다. 주위의 여러 부부가 이 문제로 갈등을 겪었거나 괴로워하는 걸 종종 목격했다.



결혼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아서일까? 나는 그런 게 전혀 없다. 결혼한 지 10년쯤 되면 나도 그런 마음이 생길까? 글쎄, 그건 그때가 돼봐야 알겠지. 결혼한 지 4년이 됐는데 아직 그런 게 없다. 결혼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늘 퇴근하면 곧장 집에 가고 싶은 마음뿐이다. 아내가 보고 싶고, 아내와 함께하고 싶다. 잠잘 시간이 되면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다. 출근할 때마다 아내와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슬프기까지 하다.

내가 특별한 사랑꾼이어서 그런 게 아니다. 아내가 날 편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도 막 결혼했을 때는 그 문제로 대화를 나눴다. 남자는 개인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아내도 처음에는 수긍하지 못했다. 다른 여자들처럼 “나와 함께 하면 되지 않아”라고 물었다. 그때 아내에게 차분히 설명해줬다. 왜 그런지, 남자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줬다. 그래도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알겠다고는 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면 시간을 달라고 요청하되, 그 시간은 철저히 보장해 주기로 했다.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아내와 함께하기로 했다.

그 뒤로 그에 관한 문제로 두 번 정도 더 대화를 나눴다. 역시나 아내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건 이해할 문제가 아니라 남자의 특성이자 성향이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남자도 여자의 성향 중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고, 그건 이해할 게 아니라 그냥 받아들여야 하듯이 말이다. 아내는 알았다고 했고, 그 이후로 그 문제로 대화한 적이 없다. 아내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나는 언제든 개인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내는 내가 아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줬으며 물러서 줬다. 그래서 나는 다른 남자들이 느끼는 그런 불편과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오히려 아내가 나 때문에 다른 아내들은 겪지 않는 일을 겪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결혼하니 좋다.

결혼 선배들이 얘기했던 문제를 나는 겪지 않았다고 자랑하는 게 아니다. 내가 좋다고 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함으로 가정을 아름답게 가꾸어나가는 것, 그게 좋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 혼자가 아니라 같이 행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좋다.

결혼은 연애와 다르다. 연애할 때는 보이지 않던 단점이 보이고, 심지어 모든 게 못마땅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때마다 싸우면 아마 살림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그럼 결코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상대를 얼마나 배려하고, 이해를 구하며 차분하게 설득시키느냐, 그게 결혼의 행복을 좌우한다. 인내와 이해와 노력 등으로만 행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부부가 자신은 이해하려 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은 채 상대의 희생만 요구한다. 그러니 자꾸 삐거덕대는 것이다.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함께 노력하는 것도 부족하다. 잠깐 노력해선 안 된다. 계속 노력해야 한다.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겨우 결혼의 행복을 계속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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