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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짓는남자 May 07. 2019

33년간 모태 솔로의 신혼일기 #25

내 생애 첫 해외 여행

세상에 태어나 해외 여행을 처음 해봤다. 신혼 여행 때 말이다. 해외 여행뿐만 아니다. 국내 여행도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해봤다. 스무 살이 넘어서 해본 국내 여행이라고는 백일 휴가 때 아는 형을 만나기 위해 전남 강진에 간 것뿐이다. 그것 말고는 개인적으로 국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 회사 다니며 출장으로 전국 사방팔방 다니긴 했다. 대전, 군산, 광주, 전주, 익산, 목포, 여수, 순천, 마산, 포항, 울산, 경주, 구미, 대구, 부산 등 전국 여기저기 다니긴 했지만, 그건 여행과 아무 상관없었다. 여러 지역을 다녔지만, 시간이 없거나 피곤해서 구경 한 번 해보지 못했다. 그런 내가 해외 여행이라니! 결혼하길 잘했다! 해외 여행도 다 하고~ 해외 여행 때문에 결혼을 잘했다고 하는 건 아니니 오해 마시길.

우리는 보라카이로 신혼 여행을 갔다. 아내가 가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나와 연애할 때 친구들이랑 보라카이에 갔다 오더니 꼭 다시 한번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 보라카이는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다”며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인지 가보기 전까지 알 수 없지만, 아내가 가고 싶어 하니 가야지. 나는 여행에 그다지 취미가 없어서 딱히 어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 스위스에 가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스위스에 가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 신혼 여행으로 주어진 5일의 휴가로는 어림없다. 보라카이는 5일이면 충분하니, 가자! 보라카이로~

신혼 여행이 어땠는지 결론부터 말하면, 아내의 말은 진리였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가본 사람은 없다”는 그 말 그대로 정말 좋았다! 보라카이가 좋았던 이유는 첫째, 보라카이니까. 둘째, 아내와 함께했으니까. 셋째, 아내와 단둘이 떠나는 첫 여행이니까. 넷째, 처음 가 본 해외여행이니까.




우리는 1월에 결혼하여 보라카이에 갔다. 우리나라에서 1월은 비수기이지만, 보라카이는 성수기라고 한다. 날씨가 가장 좋아서다. 2월부터 바다에 녹조가 낀다. 그때부터는 바다 경치가 좋지 않다. 스노클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하지만 1월에는 녹조가 없고, 비도 거의 오지 않는다. 자연경관이 환상 그 자체이고, 날씨까지 좋으니 스노클링은 물론 힐링하기에 더없이 좋다. 덕분에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마음껏 감사하며, 충분히 힐링할 수 있었다.





보라카이는 경치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동선이 짧다는 게 참 마음에 들었다. 숙소-디몰-해변-숙소. 동선은 이게 끝이다. 물론 해변도 여러 군데가 있지만, 어떤 해변이든 숙소에서 멀지 않다. 메인 해변에 숙소가 몰려 있으니 숙소에서 쉬다가 해변을 거닐고, 해변을 거닐다 디몰 구경을 하는 등 휴양하기에 더없이 좋다. 신혼 여행은 피곤하다. 특히 첫날이 그렇다. 결혼식을 한 직후라 피곤할 수밖에 없다. 결혼식에 온 신경을 집중해서 체력이 바닥난 상태이니까. 그래서 아는 부부는 신혼 여행 때 하와이를 갔는데, 여행을 하나도 못 즐겼다고 한다. 하와이는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데, 몸이 너무 피곤해서 숙소에만 있었단다. 하와이에 간 걸 후회했다고 한다. 보라카이는 그럴 일이 전혀 없다.





보라카이는 관광지가 아니라, 휴양지이다. 우리는 여유 있게 보라카이를, 여행을 즐겼다. 피곤하면 숙소에서 쉬고, 컨디션이 괜찮으면 해변을 거닐었다. 그러다 피곤하면 다시 숙소에서 쉬고, 체력이 회복되면 디몰을 구경했다. 보라카이를 충분히 즐겼다. 게다가 경치까지 아름다우니 이보다 더 좋은 곳이 없었다. 이것뿐인가. 우리는 신혼여행을 가기 전까지 함께 국내 여행도 해보지 못했다. 당일치기조차 말이다. 첫 여행에, 처음으로 오랜 시간 단둘이 있을 수 있으니 신혼 여행이 좋았던 이유가 추가되고 또 추가되었다. 보라카이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이었다.




정말 푹 쉬다 왔다. 짧은 3박 5일을 마음껏 즐기다 왔다. 하지만 여행은 아무리 길게 해도 짧게 느껴지는 법.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보라카이에 다시 가고 싶어졌다. 보라카이뿐이랴. 다른 곳으로도 여행을 가고 싶어졌다. 여행을 한 번도 다녀본 적 없는 내가, 아내를 만나서 신혼 여행을 다녀온 뒤로 여행 마니아가 되었다.

소개팅 당시 아내가 자신은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나보고 여행 다녀본 적 있냐고, 여행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다녀본 적 없다고 말했다. 싫어서 그런 건 아니고,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라고 답했다. 사실이었다. 이제 함께 여행 다닐 사람이 생겼다! 아기 낳기 전까지 부지런히 다녀야 할 텐데. 아기를 낳으면 꼼짝하지 마가 되니까. 과연 여행을 마음껏 다닐 수 있을까? 아기를 언제 낳을지 모르는데, 우리 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을까? 제발 그래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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