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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비 Nov 07. 2022

술취함이 진화의 실수?

보통 진화론(進化論)이라고 하면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과 그의 저작 《종의 기원》(1859)이 떠오른다. 진화론은 ‘진화’에 관한 이론이다. 진화론이 전공이 아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진화에 대해 그다지 할 말이 많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난 이번 참에 네이버 지식 검색을 한번 해봤다. “진화란 생물이 환경 속에서 생식(生殖)을 통하여 대(代)를 이어가는 사이에 변화해 가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구조나 기능에 있어서 간단한 것으로부터 더욱더 분화하고 복잡한 것으로 발전하며, 적은 수의 종류로부터 많은 종류로 갈라져 가는 것을 의미한다.” 《두산백과 두피디아》에서 나온 설명 중 한 구절이다. 즉, 한마디로 하면 진화는 생물이 환경에 따라 변화해 가는 과정이다. 문제는 진화는 오류가 없는 완벽한 과정인가, 아니면 가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오류도 생기는 과정인가 하는 것이다. 진화를 행동의 주체인 행위자로 본다면 이 질문을 이렇게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진화라는 놈도 실수할까, 아니면 실수를 하지 않는 완벽한 존재인가?


인간이 백해무익하다고 하는 술에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경향에 관해 과연 진화는 실수를 한 것일까, 아니면 실수를 하지 않은 것일까? 술취함에 따른 주변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사건 사고를 생각하면 술에 관해 진화에 오류가 생겼고, 진화가 실수를 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하여 그것이 어떤 종류의 실수인지를 설명하는 이론들이 쏟아져 나왔으며,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었다. 하나는 납치 이론이고 다른 하나는 숙취 이론이다. 

찰스 다윈

하지만 《취함의 미학》의 저자 슬링거랜드 교수는 술취함에 대한 인간의 취향을 진화의 실수로 보지 않는다. 《취함의 미학》은 인간의 술취함 성향에 대한 학계의 생각이든 일반 사람들의 생각이든 그 생각에 새로운 균형을 맞추려고 슬링거랜드 교수가 기획한 책이다. 진화는 단단하고 견고한 시스템이고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긴 시간이라는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서 인간의 눈에 띄지 않고 은밀하게 작동한다. 진화는 인류가 나타나기 전부터 작동했고, 지금도 인류와 지구상의 모든 생물에게 작동하고 있으며, 혹시 인류가 이 지구상에 사라진다고 해도 다른 생물체들과 관련해 그 작동을 계속 이어나갈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진화에게는 그 진화상의 시간에서 모래 한 톨에도 지나지 않는 인간의 행동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실수를 했느니, 오류가 있느니 하는 판단은 대등한 사람들끼리 하는 것이지, 진화의 시간상에서 하찮은 존재인 인간이 감히 진화에게 할 수 있는 판단이 아니다. 그래서 슬링거랜드 교수는 진화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 그는 판단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알았던 것이다. 그는 진화라는 상상 이상의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하찮은 인간의 행동 중 딱 한 가지인 술취함의 취향을 들여야 보고자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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