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와 마인드볼 게임

by 불비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교수는 《애쓰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라는 책에서 핵심이 되는 ‘무위(無爲)’라는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서론에서 게임 하나를 소개한다. 그것은 캐나다 밴쿠버의 사이언스월드 박물관에 있는 마인드볼(Mindball)이라는 게임이다.

마인드볼 게임

그림의 오른쪽 위에 “relax & win”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우리말로 옮기면 “긴장을 풀면 이긴다”이다. 승리를 얻으려면 긴장을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테니스 같은 경기를 할 때 긴장이 되고 몸이 떨린다. 그런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우린 보통 심호흡을 크게 한다. 심호흡은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산소를 들이마시고 더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내뱉음으로써 생리적인 긴장을 감소시켜 전신을 이완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긴장이 풀리고 몸이 부드러워지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그만큼 높다. 이는 우리가 흔히 하는 경험이다.


그림의 왼쪽 위에는 “Want to stay vigorous, vital and healthy? Calm down, slow down and lighten up”이라는 문구가 있다. 우리말로 옮기면 “만약 활기차고 활력 있고 건강해지고 싶다면, 진정하고 느긋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세요”이다. 마음을 진정하고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 자체가 활기와 활력, 건강을 가져다준다는 뜻이다. 전자는 행동이 수반되지 않는 비활동이지만, 후자는 행동이 수반되는 활동이다. 비활동이 활동을 일으킨다는 것이 언뜻 봐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활기와 활력을 얻고 건강해지려면 운동을 하듯이 몸과 마음의 동작을 동원해야 하는데, 이 게임에서는 이를 내포하지 않는다.


마인드볼 게임은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 게임 이길래 승리하려면 긴장을 풀어야 하고, 활동성을 얻으려면 활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추천하는가? 마인드볼 게임은 전통적인 경쟁 개념에 반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경기자의 뇌파 활동을 측정하기 위해 EEG(뇌파도; electroencephalogram) 기술을 사용하는, 서로 머리로 하는 게임이다. 마인드볼 게임에서 이기게 하는 것은 활동과 아드레날린이 아닌 차분한 마음 상태이다. 상대보다 더 여유로워져서 금속 공을 당신으로부터 멀리 이동시켜 그 공이 상대에게 이르게 되면 결국 당신이 승리하게 되는 게임이다. 마인드볼 게임의 하드웨어는 테이블에 장착되어 있다. 테이블 위에서 공은 경기 중에 앞뒤로 움직인다. 두 사람이 긴 탁자의 반대 끝에 앉아서 각자 전극 장치가 있는 머리띠를 착용한다. 이 머리띠는 뇌파의 일반적인 패턴을 수집하도록 설계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 금속 공이 있으며, 각자 정신을 사용해 이 공을 탁자 맞은편 끝으로 먼저 밀어내는 사람이 이긴다. 각 경기자의 뇌파는 탁자 아래의 자석을 통해 공으로 전달되며, 뇌의 긴장이 이완될 때 생성되는 알파파(alpha wave)와 세타파(theta wave)의 결합으로 동력이 생긴다. 알파파와 델타파가 많이 나올수록 공에 더 큰 힘이 발휘된다. 본질적으로 마인드볼은 누구의 마음이 가장 안정적인지를 측정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는 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드러난다. 두 사람이 각자 머리띠를 착용하자마자 눈을 감는 등 최대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 더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한 사람이 승리하게 되면, 승리한 사람은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렇게 손을 번쩍 들고 환호성을 지르는 활동성은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한 비활동성의 결과이다. 그렇다, 이것이 ‘무위’이다. 무위를 영어로 직역하면 ‘no doing’이다. ‘애쓰지 않기’나 ‘행하지 않기’라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위는 행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행하지 않은 대상에 대한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데이트 상대를 구하려고 행동하지 않았지만, 결국 데이트 상대를 얻게 되는 결과가 생기고, 정치를 하지 않았지만 정치를 해서 얻게 되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마인드볼 게임과 무위의 닮은 점이다.


마인드볼 게임에서 경기자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도 공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발휘된다. 마인드볼은 눈에 보이지 않는 뇌파로 공을 움직인다. 특히 뇌의 긴장이 이완될 때 생성되는 알파파와 세타파의 결합물로 공을 움직인다. 그 결합물에서 동력이 나온다. 먼저 뇌파의 종류부터 살펴보자.

뇌파의 종류

감마파는 30Hz 이상의 가장 높은 주파수를 가진 뇌파로서, 극도로 긴장하거나 복잡한 정신 활동을 수행할 때 활성화된다. 베타파는 일반적으로 13~30Hz의 주파수를 가진 뇌파로서, 정신 활동과 관련이 있으며, 흥분하거나 특정한 과제에 집중할 때 우세하게 나타난다. 알파파는 8~12Hz의 주파수를 가진 뇌파로서, 과도하게 긴장을 하거나, 마음이 불안하거나,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것이 아닌 정신적 이완 상태,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상태일 때 활성화된다. 세타파는 4~7Hz의 주파수를 가진 뇌파로서, 얕은 수면 중에 나타나고, 깊이 내면화되고 조용한 상태의 육체, 감정 및 사고 활동과 관련되어 있으며, 창조적이고 자발성이 있을 때 활성화된다. 델타파는 1~3Hz의 주파수를 가진 뇌파로서, 뇌 기능이 완전히 이완된 깊은 수면 상태에서 우세하게 나타나므로 수면파라고도 한다.


이런 다섯 가지 뇌파 중에서 마인드볼과 무위에서 발휘되는 힘은 알파파와 세타파이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현대 신경과학과 기술 발달로 그 뇌파를 측정하여 가시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무위라는 고대중국의 개념은 사변적으로만 이야기하고 그치는 것이 아닌 가시화된 뇌파를 통해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무위의 인지 혁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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