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와 덕

by 불비

무위(無爲)는 유위(有爲)나 인위(人爲)의 반대 개념이다. 노자 《도덕경》 〈망지〉(忘知)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학문을 하면 날로 보태는 것이고[爲學日益; 위학일익], 도를 함은 날로 덜어내는 것이다[爲道日損; 위도일손]. 덜고 또 덜어서[損之又損; 손지우손)] 함이 없음에 이르면[以至於無爲; 이지어무위]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無爲而無不爲; 무위이무불위].”


노자가 말하는 무위는 글자 그대로 ‘애쓰지 않기’나 ‘행하지 않기’로 번역되지만, 활기 없는 비활동은 아니다. 실제로 무위는 최적으로 활동적이고 효과적인 사람의 ‘동적이고, 힘들이지 않으며,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마음 상태’를 가리킨다. 무위 상태에 있는 사람은 마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느끼지만, 이와 동시에 훌륭한 예술작품을 창작하거나 복잡한 사회적 상황을 부드럽게 처리하거나 전 세계를 조화로운 질서로 가져갈 수 있다. 에드워드 슬링거랜드 교수는 이런 성질을 가진 무위를 ‘힘들이지 않는 행동(effortless action)’ 또는 ‘자발적 행동(spontaneous action)’으로 정의한다.


무위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는 덕(德)이 있다. 덕은 한 마디로 ‘카리스마(charisma)’이다. 덕은 누군가가 무위 상태에 있다는 가시적인 신호이고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광채이며, 무위 상태의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신뢰를 느끼게 한다. 《논어》에는 “덕으로 다스리는 사람은 그저 자기 자리에서 작은 무수한 별들의 존경을 받는 북극성과 같다”라는 구절이 있다. 고대중국에서는 북극성은 밤하늘의 고정된 중심이고, 모든 천체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무위 상태에서 덕의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사람은 덕의 중력으로 모든 사람들을 자기 주변으로 끌어당길 것이다.


덕을 가진 지도자는 카리스마를 풍기므로 상대를 압박하고 강요할 채찍과 상대를 회유할 당근은 필요가 없다. 사람들은 단지 그 지도자에게 협박을 받거나 그 지도자가 그들에게 좋은 인센티브를 주므로 그를 따르는 것이 아니다. 그저 그에게 복종하고 그를 따르고 싶어 그렇게 할 뿐이다. 그래서 그런 지도자 하의 조직은 자연스럽게 질서가 잡힌다. 그렇다고 덕이 정치를 하는 지도자에게만 있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도 무위 상태에 있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카리스마를 풍긴다. 만약 당신이 무위 상태에 있어서 덕이 있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좋아하고 신뢰하며 당신 주변에서 편안해한다. 덕을 가진 사람에게는 늘 이렇게 사람이 몰리기 마련이다.


무위는 행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고, 힘들이지 않는 행동이다. 그런데도 무위는 효율성과 생산성을 갖는다. 무위의 효율성과 생산성은 덕을 통해 나온다. 덕은 무위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카리스마라고 했다. 이런 카리스마 때문에 지도자는 힘들이지 않고도 조직을 올바르게 이끌면서 그 조직에 질서를 만들어낸다. 덕을 가진 사람에게는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사람에게 이익이 될만한 것들을 제공해 준다. 따라서 ‘무위 ⟶ 덕 ⟶ 생산성/효율성’이라는 공식이 나온다.


무위와 덕은 ‘인간 협동’과 관련해 효율성을 발휘한다. 우리 인간은 사리사욕으로 가득 찬 이기적인 영장류 동물에 속한다.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존재이므로 자립하고 자급자족하며, 사리사욕으로 가득하므로 매우 합리적인 계산에 능숙한 개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살다 보면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무리를 지어 어울려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즉, 우리 인간이 다른 사람에게 긴밀하게 정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의존하는 무리를 이루는 동물이 되어야 한다. 서로 협동하는 사회적 동물이 된다는 것은 원래 이기적인 영장류 동물인 우리 인간에게는 힘든 도전적인 일이다. 우리는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것을 멀리하고 주변 사람들과 정서로 묶여 있게 하며, 사회에서 그들과 자발적으로 협동하게 하는 가치관을 채택해야 한다. 이런 가치관을 통해서만 우리는 대규모의 인간 집단을 하나로 뭉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런 가치관을 진실하고 자발적으로, 즉 무위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무위와 덕을 통해서만 인간 협동이라는 인간의 사회적 차원을 발견하고 구현시킬 수 있다. 우리가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여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인간 사회에서 협동의 개념은 온전히 우리 것은 아니게 된다. 우리 각자 무위 상태에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덕을 발휘하게 되며, 이런 덕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끌리게 되어 자발적으로 인간 협동의 개념이 자리를 잡게 된다.


무위와 덕의 개념은 현대 중국과 동아시아 문화에서 사업이 진행되는 방식에서도 반영된다. 사업은 비용과 이익을 계산하는 철저한 이성과 합리성의 영역이다. 하지만 사업이 이성과 합리성만으로 성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런 문화의 사업 방식에서 엿볼 수 있다. 현대 동아시아 문화에서는 사업이 합리성 외에도 인맥과 비공식적인 사업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이렇게 하는 것에는 이론적 근거가 있다. 즉, 고대중국 사상에서는 엄격한 규칙을 준수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 중심의 직관적 판단을 선호하는 것에 기반을 둔다. 무위 행동이고 그에 따라 발산되는 덕의 특성인 자기를 의식하지 않는 자발적인 무의식적 표현과 무심코 하는 말이 사업을 위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드러내 주므로, 사업을 할 때는 반드시 서로 얼굴을 맞대어야 한다. 그래서 사업 계약을 최종적으로 마무리하려면 계약서의 내용을 꼼꼼히 읽고 얼마의 비용이 들고 이익은 얼마나 될지를 계산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흔히 며칠 동안 저녁 식사를 하면서 좋은 음식과 취할 정도의 술을 나누면서 상대의 무위 상태와 덕을 직관적으로 간파해야 한다. 술에 취한 사업 상대에게서 나오는 진정성 있는 말과 행동을 믿은 뒤에야 사업이 결국 성사되는 것이다. 술취함이 인간 협동과 관련해 무위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내용은 슬링거랜드 교수의 《취함의 미학》에서 자세히 얘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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