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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Apr 15. 2024

맹자가 말한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

청소년의 고전 읽기

중학생 아이들과 맹자를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주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맹자를 읽을 때, 


맹자는 고리타분한 책이고, 뻔한 말만 써놓은 책이고, 현실과는 동떨어진 책이라는 고정관념으로 읽으면 끝까지 읽기도 어렵겠지만, 무슨 말인지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도 없을 거다. 그런데 한 문장을 읽을 때, 왜 이 시대에 맹자는 이런 말을 했을까, 이 말을 통해 결국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걸까라는 생각을 하며 열린 마음으로 읽는다면 맹자는 보물 창고 같은 책이다.


'내가 청소년 시절 읽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맹자이다. 그리고 자녀를 교육하는 학부모님들께서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도 맹자이다. 요즘은 '자녀를 이렇게 교육하면 성공한다'는 식의 교육서가 넘쳐나지만, 어떤 교육서보다 맹자는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 특히 교육 계열로 진로를 정한 학생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다.


맹자 하면 '성선설'이 제일 먼저 떠 올리지만, 오늘은 벗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맹자는 '벗'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그리고 벗 사이에는 신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벗은 신의로 맺어진 관계이다. 그래서 천륜으로 맺어진 부모 자식 관계만큼 중요하지만, 천륜과 신의 사이는 차이가 존재한다.


맹자가 말하는 친구는 서로 책선해야 한다. 친구가 나쁜 길로 가려하면 바로잡아 주고, 서로에게 선한 행동을 권하는 관계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좋은 벗을 곁에 두면 불완전함을 보완할 수 있다.

오늘 하려는 말은 상우(尙友)다.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동시대의 친구만을 사귀는 것은 부족하니, 시대라는 시간적 제한을 넘어 벗을 사귀어야 한다는 말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독서를 통해 옛사람을 벗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이다. 고전을 읽으면, 수백 년 전, 그 시대를 가장 치열하게 살았던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친구가 되면 현세의 좋은 벗이 내 불완전함을 보완해 주듯이, 고전을 읽으면 내 결핍을 채우고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말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최애하는 소설 중 하나다. 처음 읽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밤을 새워 읽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이후 움베르토 에코의 작품을 찾아 읽곤 했다. 그런데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이런 문장이 있다는 건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역시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늘 새롭다.


"그래요. 우리는 난쟁이들이랍니다. 그러나 실망하지는 마세요. 우리는 난쟁이이지만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지요. 우리는 작지만 때로는 거인들보다 더 먼 곳을 내다보기도 한답니다."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중 거인은 맹자가 말한 '상우(尙友)"와 다르지 않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현인들이 말하는 지혜는 같다. 독서의 중요성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독서 또한 입시나 현 교육 과정과 연계해 이야기할 때가 잦다. 하지만 독서의 중요성은 그보다 더 깊고 넓다.


망년지교(忘年之交)라는 말도 좋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항상 마음속에 두는 말이다. 친구를 사귀는데 나이가 중요하겠는가. 아이들과 친구 같은 관계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려면 먼저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자는 의미로 좋아한다.

두루두루 새겨들을 만한 말들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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