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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Apr 05. 2024

소설을 읽을 때, 중심 소재를 이해하면 책이 보인다

왜 떡이고 왜 초콜릿일까?

초콜릿 레볼루션이라는 책이 있다. 오늘 마침 예비 선거가 시작되었는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리고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소설이라 특히 청소년들과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느끼는 점이 많은 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많은 은유와 상징이 등장한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이론적으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책 보다 재미도 있고, 민주주의의 주요 개념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해하기 좋다.


중학생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누다 한 아이가 질문을 했다.


"쌤, 왜 초콜릿일까요?" 아이의 질문은 왜 많은 음식 중에 저자가 초콜릿을 중심 소재로 정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빵도 있고 파스타도 있고, 단 맛을 내는 음식들은 다양한데, 왜 하필 초콜릿이었을까에 대한 호기심.


대부분 작가는 마음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글을 쓸 수 있다. 중심 주제이다. 그리고 다음에는 주제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어떤 소재로 글을 풀어나갈지 고민한다. 물론 개인마다 순서는 다르겠지만, 그렇게 주제와 소재가 정해지면 사건과 갈등 구조를 고민하고 그에 맞는 등장인물들을 생각하며 세상을 만들어간다.


그러니까 초콜릿 레볼루션에서도 저자가 초콜릿을 중심 소재로 정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터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초콜릿이라는 음식을 우리의 관점에서 보지 말고, 서양인의 관점에서 어떤 음식일지 생각해 보자고 했다.


20대 때, 캐나다에서 2년여간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다. 캐나다에 간지 얼마 안돼, 영어도 못하고 낯선 환경에 외로움을 느낄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아주머니는 온 가족을 불러 파티를 했다. 그날따라 대식가인 나도 다 못 먹을 정도로 많은 음식을 나누었고, 더 이상은 못 먹겠다는 생각이 들 때 즈음, 아주머니는 아이스크림에 엄청나게 단 애플파이에다 심지어는 아들이 선물로 들고 온 초콜릿을 디저트로 내오셨다.


안 그래도 단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나를 위해 파티까지 준비한 아주머니의 정성을 뿌리칠 수 없어, 환한 표정을 지으며 스위트함의 끝판왕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이후에도 무슨 날이면 이제 장성해 독립을 한 아주머니의 자식들은 어머니를 위해 초콜릿을 사 왔고, 따로 생활하셨던 아주머니의 엄마가 집에 올 때도 초콜릿을 사 오는 것을 잊지 않으셨다. 그리고 다음날은 어김없이, 남은 초콜릿을 먹으려는 어린 아들들과 건강을 생각해 이를 막으로는 엄마의 기분 좋은 논쟁이 이어졌다.


그때를 떠올려 보니, 그들에게 초콜릿은 단순한 디저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과 함께 나누는 정이기도 하고, 명절을 추억하는 음식이기도 하고, 어린 시절 추억을 포함한 일상의 행복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아마 작가는 사람들에게 초콜릿을 빼앗은 정부는 단순히 단 음식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행복과 추억, 일상의 자유를 빼앗아갔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 같다는 내 생각을 말해주었다. 그러면 결국 국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일상의 자유와 행복을 박탈당할 수 있다는 작가의 생각을 '초콜릿'이라는 흔한 소재로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만복이네 떡집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동화이다. 초등 3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수록이 되었고, 뮤지컬로도 만들어져 더 사랑받는 작품이고 만복이네 떡집 이후에도 떡집을 소재로 아이들의 마음을 가감 없이 전달해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만복이네 떡집의 김리리 작가는 떡은 우리 민족에게 좋은 일이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이를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의미가 있어 떡을 소재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했다. 작가의 생각을 들어보니 떡집 시리즈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소재로 이보다 좋은 소재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떡이 그렇듯 서양 사람들에게 초콜릿이 그런 음식이 아닌가 한다.


소설을 읽을 때, 중심 소재의 의미를 파악하면, 책을 이해하는 데에 열쇠 역할을 한다. 어떤 소설에서는 자전거가 그 역할을 하고, 나무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책을 읽을 때, 잠시 멈추어 왜 그 소재일까를 생각하는 습관은 좋은 독서법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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