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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Apr 26. 2024

문해력을 키우며 책을 읽는 방법

성격에는 다 이유가 있다

수능 국어와 관련하여 비문학 지문이 워낙 길고 어렵다 보니, 반대로 문학에  대해서는 쉽게 생각하는 오해가 발생한다.


그런데 지금 아이들에게 문학은 비문학만큼이나 어려운 분야이다. 어찌 보면 비문학은 지문에 등장하는 어휘의 낯섦이 아이들을 당황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그 낯선 두려움을 깨고 하나씩 차근차근 읽다 보면 답을 찾기 어렵기만 한 건 아니다. 그런데 오히려 문학, 특히 과거를 배경으로 한 문학 작품은 상황에 대한 이해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아버지를 난장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버려."

"그래 죽여버릴게."

"그래. 꼭."

"꼭."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중


중학생 아이들과 함께 읽는 책 중, 아마 가장 많은 사람이 질문하는 책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다. 아마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중고등학교의 시험이나 수행평가에서도 자주 출제되는 소설이다 보니, 학생들의 관심이 높은 듯하다.


위에 예시 글은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마지막 부분이다. 소설은 이렇게 끝이 난다. 지금의 10대 청소년에게 아파트 재개발 때문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집안이 가난해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서 일을 해야 하는 설정 자체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야기의 마무리도 무언가 속 시원하게 결말을 짓는 게 아니라, 영희와 오빠의 위와 같은 대화로 끝이 난다. 그러니 지금의 청소년들은 시종일관 이 소설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파악한다는 것이 어렵다. 분명 우리말로 쓰인 작품인데, 해석은 영어보다 더 어렵다. 솔직히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제목조차도 왜 이런 제목일까 의문이 든다.


소설은 작가의 생각을 간접 전달한다. 간접 전달하는 과정에서 등장인물의 성격과 시대적 배경, 공간적 배경, 사건 등은 모두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중에서도 등장인물은 가장 중요하다. 결국 소설은 인물이 사건을 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설을 읽을 때, 이해와 공감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와, 행동, 그리고 심리를 잘 따라서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과 소설을 읽고 수업하다 보면, 유독 소설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책을 읽다 등장인물 혹은 상황에 대해 내 관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을 경우, 


"왜 이렇게 행동해요? 왜 이렇게 생각해요? 이해가 가지 않아요." 

하며, 소설 속 등장인물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내 관점에서 해석하고 읽기를 끝마치는 경우가 많다. 


엄마, 아빠, 동생, 가족과 생활을 하다가도 동생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고, 엄마 아빠가 미울 때도 있다. 그렇다면 세상에는 소설 속에는 다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오히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그 안에서 찾는다는 것이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아닐까?


소설을 읽을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하면 읽어야 한다. 그 장면에서 주인공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 건 모두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하기 위해 만든 정교한 설정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따라 읽다 나의 예측 <정확히 말하면 '추론'이다>과 작가의 이야기 전개가 다를 경우, 충분히 생각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나와는 생각이 다르더라도 소설 속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을 이해해야 한다.


책을 읽었다고 해서, 내가 작가의 생각을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작가의 생각이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문학보다는 문학 작품 읽기에 더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그다음이 비문학이다. 비문학보다는 문학이 추론 능력을 키우는 데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10대 청소년이라면 청소년 소설을 많이 읽기를 권한다. '아몬드', '페인트', '순례 주택',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등등 우리나라 청소년 소설 중에도 좋은 책들이 매우 많다. 청소년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공부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렇지 않다. 물론 공부를 잘하기 위해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정확히 말하며 공부에 도움이 된다. 문해력을 키우는데 좋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은 보다 이해와 공감을 하기 용이한 환경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성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책 읽기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문해력이 쌓이면 고전이나 비문학을 읽을 때에도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


중학생들과 책 이야기를 나눌 때. 활용하고 싶은 청소년 소설들이 많다. 하지만 수업에는 조금 다른 책들을 읽는다. 중학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 "쌤, 우리도 수업 시간에 재미있는 책으로 수업해요?" 그러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재미있는 책은 집에 가서 혼자 읽으면 되지. 뭐 굳이 재미있는 책까지 나랑 읽냐? 나랑은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읽어야지."


청소년 책이 쉬운 책이고, 고전은 어려운 책이란 말은 아니다. 책에 따라서는 누군가의 안내가 필요한 책도 있다. 나는 안내를 하는 역할이니, 아이들과는 안내가 필요한 책을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할 뿐이다. 집에서 혼자 책을 읽을 때에는 좋은 청소년 소설을 많이 읽고 문해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다. 초등학생도 마찬가지다. 먼저 이야기책을 읽는 데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집에서 엄마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있다. 이때 책을 읽었는지 확인하는 의도의 질문보다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심리에 대해 이해를 높이는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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