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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Apr 29. 2024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읽는 힘이
독해력

생각하는 독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가장 흔하게 읽은 책 중 하나가 어린 왕자가 아닐까 한다. 제목에 왕자라는 표현이 들어가서 그런 걸까? 아니면 너무 유명한 책이다 보니 누구나 일찍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 그래서 중학생들과 어린 왕자를 읽고 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이들은 이미 여러 번 읽었다는 반응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어린 왕자를 여러 번 읽었지만,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책을 잘 이해했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들이 책을 못 읽어서는 아니다. 원래 이 책이 난해한 면이 있다. 그럼 아이들 관점에서 이 책이 왜 난해하게 느껴질까? 가장 큰 이유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하니 무슨 상황인지 공감이 가지 않는 이유가 크다.


어린 왕자라는 아이 자체가 참 독특한 아이지만, 어린 왕자가 여섯 개의 별을 여행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뭐 하나 정상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없다. 우스갯소리로 아이들과 여섯 개의 별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며, 

"혹시 우리 반에도 술꾼이 있는 거 아니야?"

질문을 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웃는다. 그럼 또 묻는다. 

"그럼 주변에 술꾼이 있나?

그러면 아이들은 "우리 아빠가 술을 좋아하세요." 등등의 이야기를 한다.


린 왕자에 등장하는 술꾼은 어떤 사람일까?

술꾼은 자신이 술을 마시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부끄러워한다는 것은 술을 마시는 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점을 본인이 인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잘못된 행동임을 알고 부끄러워하지만, 고치려 하지 않는다. 술꾼은 머릿속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다. 머릿속으로는 잘못된 행동임을 알지만, 행동해 고치려 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술꾼과 같은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이 자기 합리화이다. 술꾼과 같은 유형의 사람들은 잘못을 알지만 고치려 하지 않고 다시 잘못된 행동을 하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자기를 합리화한다.


나를 포함해 세상에 가장 흔한 유형의 사람이 어린 왕자의 술꾼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 나 또한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행동하지는 않고,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거라는 변명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때가 많다. 

이렇게 여섯 개의 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면을 살펴보면,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 안에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책이 어렵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러니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눈에 보이게 쓰지는 않았을 테다. 모든 문학이 그렇지만 작가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겨 놓는다. 


소설을 잘 이해하려면,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잘 찾고 추론하여 작가가 숨겨 놓은 진의를 파악해야 한다. 어린 왕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특히 많은 소설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설에서는 사악하고 영악하고 이기적인 캐릭터로  등장하는 뱀과 여우 또한 어린 왕자에게 깨달음을 느끼게 하는 현자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생텍쥐페리가 책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의 고정관념대로 뱀과 여우를 사악하게 그렸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런 고정관념이 어린 왕자를 읽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이해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래서 아이들은 뱀과 여우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뱀과 여우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어린 왕자의 성장 과정을 이해할 수 없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소설은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면을 찾아 이해하는 것이 소설 읽기에서의 독해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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