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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May 06. 2024

독서도 공부도 목적이 분명해야

목적 그리고 욕망

한 중학교 2학년 남학생이 있다. 인연은 초등학교 때 시작되었는데, 잠시 못 보다 다시 보게 되었다. 그사이 키도 크고 의젓한 훈남이 되어 나타났다. 잠깐인데, 아이들은 참 빨리 자란다.


이 아이는 항상 수업 시작하기 20분 전쯤 도착한다. 일찍 도착한 대부분 학생들은 잠깐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할까? 아마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모든 분들이 아주 쉽게 맞출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정답은 스마트폰을 꺼낸다!!!!!


하지만 수업 시작하기 전, 잠깐의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보는 아이들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요즘 아이들 너무 바쁘지 않은가?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고 있다면, 그거야 문제겠지만, 잠깐 쉬는 시간에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아이. 일찍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책을 꺼낸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조용히 책을 읽는다. 수업하는 책을 수업 전에 부랴부랴 읽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것이다. 거기다 읽는 책들이 멀리서 보아도 족히 700 페이는 되어 보이는 벽돌 같은 책들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으면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 제목을 물어본다. 


이 아이는 얼마 전에는 디즈니, 애플과 관련한 책들을 읽었는데, 이번 주에 읽는 책을 보니 워런 버핏의 자서전을 읽고 있었다. 취향이 분명하다. 이 친구는 스타트업 창업을 꿈꾼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성공한 기업가와 기업에 관심이 있을 터이다. 하지만 꿈이 있다고 모두 책을 열심히 읽는 건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있다. 꿈을 꾸는 아이는 많지만, 꿈만 꾸는 아이가 있는 반면 꿈을 꾸며 행동하는 아이가 있다. 중요한 건 행동이다. 머릿속으로 꿈만 꾸고 행동하지 않으면, 그 꿈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다. 그런데 꿈을 좇기 위해 작은 행동 하나라도 실천하면, 나중에 꿈이 바뀔지언정 바뀌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예전 중학생 때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도덕 시간에 플라톤의 '이데아'와 '동굴의 비유'를 배우고 시험에도 나왔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때는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시험에 나오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때야 주입식 암기식 교육의 결정판이었을 때니, 선생님께서도 이해보다는 외우는 것을 강조하셨으니...... 더 해괴했다.


지금은 제일 좋아하는 그리고 명저라 생각하는 책이 '플라톤의 국가'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거나 어른이 되었을 때,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국가의 원제는 'Politica'이다. 국가라는 단어보다는 '정체(政體)'라는 단어가 적합한 표현이다. 올바름과 이상적인 국가와 통치자에 대한 토론이라면,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정치 체제에 대한 고민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 과정에서 이데아란...... 어떤 의미일까?


모든 존재와 인식의 실재인 이데아. 나는 이데아를 지향점이라 이해한다. 올바름을 추구하고 이상적인 국가의 형태를 추구한다면,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 있는 것과 지향점이 없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이상적인 국가와 완전한 올바름이란 현실의 세계에는 존재할 수 없는 유토피아적인 개념이라 생각한다. 완전함이란 실존할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완전한 올바름에 최대한 가까이 가려는 항구적인 노력 아닐까? 도달할 수 없는 항구적인 노력은 지향점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


갑자기 다른 얘기로 샜지만, 공부도 마찬가지다. 분명한 목적 없이 공부를 한다면? 지금의 어른들도 다 해보았지만, 공부라는 게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다. 그런데 그 지난한 과정을 목적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열심히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열심히 해도, 내가 그 노력의 대가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다는 지향점이 없다면...... 지속할 수 없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님이라면, 중학생 자녀가 스스로 책장에서 책을 뽑아 읽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바람인지 실감하실 거라 생각한다. 책을 좋아하는 중학생이라도 700 페이지 가까운 벽돌 같은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다면... 끝까지 읽어 낼 수 있는 친구가 많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선택이 아니라면...... 쉽지 않다. 


오랜 시간 수많은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봤다. 꾸준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면, 그 과정이 길고 힘들다면, 무엇을 위해 하는지의 목적 <목표>이 있는 사람이 결국 버틸 수 있다. 공부도 책을 읽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막연히 다람쥐 쳇바퀴 돌듯 공부를 하기보다 틈틈이 내가 하는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길 권한다.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목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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