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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Jun 18. 2024

만복이네 떡집 열 번째 이야기,
왕구리네 떡집

김리리 작가의 작품 세계, 초등 추천

만복이네 떡집의 열 번째 이야기인 '왕구리네 떡집'이 출간 소식을 알렸다. 만복이네 떡집은 2010년 5월 28일 처음 세상에 선을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이야기다. 엉뚱한 상상을 해보면, 입만 열면 못된 말이 튀어나오지만 초연이를 짝사랑하던 만복이가 실존 인물이라면 20대 중반의 청년이 된 셈이다.

한 작품이 어린아이가 청년이 될 긴 시간 동안 독자에게 꾸준히 사랑받았다는 건,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떡집 시리즈의 장점은 이렇다. 작품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저자인 김리리 작가의 장점이기도 하다.

먼저 우리말의 장점을 잘 살렸다. 그래서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말놀이를 통해 우리말의 얼마나 훌륭한 언어이고, 세종대왕님이 왜 세계 최고의 위인인지 이해할 수 있다.  


'허파에 바람이 들어 비실비실 웃게 되는 바람떡'

'달콤한 말이 술술 나오는 술떡'

문장을 읽을 때 리듬감이 있어 글을 읽는 것만으로 재미가 느껴진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캐릭터', 매력적인 등장인물이다. 그동안 아홉 권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이 있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그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그래서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사랑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연민이 느껴져, 나라도 떡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소설을 읽을 때, 몰입력이 있는 작품의 공통점이 등장인물의 말과 행동, 심리에 독자가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떡집 이야기가 그렇다.

장점 하나만 더 들자면,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 아동 문학에서도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책이 아니더라도 숏폼이나 너튜브를 통해 아이들은 자극적인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순수한 이야기의 힘으로 어린이 독자의 사랑을 받는 작품이 있다는 건 그만큼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지켜지고 있다는 반증인 것 같아 안심이 된다. 또한 앞으로도 선한 이야기의 힘이 담긴 작품이 계속해서 만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한다.

만복이네 떡집이 세상에 나온 지 10년이 되는 해에 2편인 장군이네 떡집이 출간되었고, 이후로 해님 달님 떡집까지 아홉 권의 떡집 이야기가 나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떡집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예전에 겨울이면 새로운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를 기다리던 재미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 재미를 떡집에서 느끼고 있다.

  

     만복이네 떡집   

     장군이네 떡집   

     소원 떡집   

     양순이네 떡집   

     달콩이네 떡집   

     둥실이네 떡집   

     랑랑 형제 떡집   

     하하 자매 떡집   

     해님 달님 떡집   

어떤 책이 가장 기억에 남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마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다르다. 그만큼 각자의 입장에서 애착이 가는 인물과 이야기들이 다르다는 말이니, 작품들이 다양한 아이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왕구리네 떡집은 앞의 아홉 작품과는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먼저 왕구리가 무사해서 다행이다. 왕구리는 꼬랑지만큼이나 좋아하는 등장인물이었는데, 혹시 다시 못 보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다행히 이번 이야기에서 왕구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어 이야기의 재미가 더 해졌다. 거기다 변신한 왕구리의 모습이 참 귀엽다.

특히 왕구리네 떡집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을 위한 떡도 등장해 좋았다. 그런데 사연을 듣고 보니 실제 작가의 강연에서 어른을 위한 떡도 만들어달라는 어린이 독자의 요청을 듣고 이야기에 담았다고 하니, 독자와 작가가 함께 만드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삽화에서 보여주는 공간을 보는 재미도 크다. 작품 속 환상의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어린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떡집 이야기는 읽는 이에게 따뜻한 위안을 전해준다. 

어린이도 선생님도 위로가 필요한 시대이다. 왕구리네 떡집을 통해 많은 어린이와 많은 선생님들께서 따뜻한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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