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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민호 Jun 14. 2024

책을 읽는 습관 중 하나

바쁘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대학생이 되었지만, 오래전에 만났지만, 여전히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아이가 있다. 아이와 만난 아이가 중학교 1학년 학생이었을 때다. 먼저 선한 인성과 예의 바른 말투와 행동이 마음에 쏙 드는 아이였다. 


아이들에게 자주 하는 잔소리가 있다. 말을 예쁘게 해야 한다는 잔소리다. 잔소리라기보다 실제 어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타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라 생각하는 부분이 이기도 하다.


이 친구는 공부도 꽤나 잘하는 학생이다. 처음 만날 때부터 이 친구가 흥미롭기는 했다. 이유는 이 아이와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아이임에도 꽤 어려운 인문학 책들을 이미 읽었는데 나이에 비해 이해도가 높았다.

그래서 이 친구가 어떻게 책을 읽게 되었고, 어려운 책들을 무슨 이유로 골라서 읽게 되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아빠 책을 읽었다는 것이 그 친구의 답변이었다. 아이의 아버님이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아빠의 서재에는 책이 가득한데, 아이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아빠의 서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렇게 아빠의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읽고 아빠와 관심사가 비슷하다 보니 아빠와 함께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이 아이의 좋은 습관을 만든 셈이다. 아이는 그렇게 마이클 센델도 접하고 유발 하라리도 접했다고 한다. 만약 집에 아빠의 책장이 없었다면 아이는 지금과는 많이 달라져있지 않았을까 한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습관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유산이다.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의 책장은 역사책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방학이 되면 아버지는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으며 지냈고, 자연스럽게 나와 형도 옆에서 책을 읽었다. 여든이 된 어머님 또한 지금도 잠들기 전 항상 책을 읽고 주무신다.


몇 년 전부터 나에게 특이한 독서 습관이 생겼다. 집 안에 책을 여러 권 분산해서 쌓아놓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어느 날 가만 생각해 보니 한 달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로 그랬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지방 강연이 많고 회사 일도 바쁘니 집에 와도 책을 읽지 못했다. 물론 변명일 뿐이다. 그냥 게을렀다는 것이 정확하다.

그래서 그날 이후 침대 옆에 화장실에 서재에 거실에 읽어야 할 책들을 차곡차곡 눈에 잘 보이게 쌓아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앉았을 때 책이 눈에 보이면 읽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기 전에도 잠깐 책을 읽고, 음...... 그리고 화장실에서 중대사를 치를 때에도 옆에 놓인 책을 꺼내 들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니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던 것 같다. 지금도 집 곳곳에는 읽은 책, 안 읽은 책들이 섞여 쌓여 있다. 앞으로도 이 습관을 유지할 생각이다. 또 하나의 습관은  집에 가면 되도록 스마트 폰은 눈에 안 보이는 곳에 둔다는 점이다. 그래서 집에서 전화를 제 때 받지 못할 때도 있지만, 눈에 보이면 손이 스마트 폰으로 가는 것은 어른인 나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난 좋은 책을 옆에 놓아두는 것도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기르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친구 같은 책 몇 권 정도가 있었으면 한다. 좋은 친구라면 가끔 만나는 것보다 항상 옆에 있어 언제나 만날 수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두드려 책을 찾고 쉽게 살 수 있고, 앉아서 하루 만에 배송을 받고, 동네 도서관에서 쉽게 읽고 싶은 책을 빌릴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좋은 책을 언제든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책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다. 아이러니하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너무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만은 아닌 것 같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지 않아도 다음에 또 빌리면 되고. 책을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방법도 많고.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책이 친구가 아닌 일회용 소비재처럼 느껴지는 것 아닐까?

아이들에게도 책을 아껴야 한다는 마음, 책이 소중하다는 마음, 그리고 책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 언제든 유튜브 동영상을 손쉽게 꺼내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책과 친구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아주 조금이라 아이들 주변에 남았으면 좋겠다. 책은 일회용품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책을 좋아할 수 없다.


지금의 아이들이 30년이 지나 중년의 어른이 되었을 때, 책장에서 어렸을 때 읽었던 낡은 동화책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추억이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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