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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성을 빛낸 인물들의 발상의 근원

by Book끄적쟁이

커버사진 출처: 에릭요한슨 'Full moon service'


천재 = 영재, 수재?


최초의 IQ 테스트를 발명한 루이스 터먼은 IQ가 135가 넘는 '천재' 아이들 1521명의 인생을 관찰하였다. 아이들은 판사 2명, 국회의원 1명을 포함해 공무원, 경찰, 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삶을 살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삶은 평범했고 인류 역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만든 아이는 없었다. 반면 관찰집단에서 탈락된 아이들 중에서 트랜지스터를 발명하거나 실험물리학 분야의 혁신적인 연구실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2명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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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Q가 높은 '천재' 관찰집단보다 훨씬 뛰어난 성과를 낸 탈락자 2인. (왼) 윌리엄 쇼클리, (오) 루이스 월터 알바레즈


터먼은 최고 결과군을 '천재'라고 표기했던 것을 삭제하였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높은 IQ = 천재는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도 어린 나이에 친구들보다 뛰어난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아이들에게 '천재'딱지를 붙여 칭송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경우는 영재 또는 수재라고 부르는 게 더 적합하다. 칸트에 따르면, 천재란 '주어진 과제를 아주 능률적으로 수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들이 상상하지도 못한 새로운 세계를 연 사람'이다. 쉽게 말해, '규칙을 새롭게 만드는 능력자'를 말한다.


천재 = 정신병자?


천재를 '비범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규칙을 새로 만든다는 것은 기존 규칙을 파괴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게 보면 걸출한 천재 중에 정신병자가 많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교 교수 케이 재미슨에 따르면, 양극성장애(조울증)는 우울증과 조증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데, 무기력한 우울증 상태에서 감정이 몹시 흥분하는 조증 상태로 바뀔 때 천재에게 필요한 강력한 실행력과 창조적인 상상력이 동시에 생긴다고 한다. 마음의 불안정, 과민, 모순성이 인간을 좀먹기도 하지만, 뛰어난 생산활동을 촉진시키기도 하는 것이다. 파우스트가 악마와의 계약에서 얻은 '천재적 영감'은 정신병과 '트레이드오프' 관계이다.


아인슈타인 증후군


아인슈타인 사후에 뇌를 해부한 결과, 왜 그가 어릴 때 지진아나 저능아 소리를 들으며 자랐는지 밝혀졌다. 그의 뇌는 수학과 물리학에 필요한 능력을 담당하는 부위가 과도하게 발달하여 언어기능을 통제하는 부위를 침범한 상태였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를 '아인슈타인 증후군'이라고 한다. 역사 속 천재들은 나이 들면서 갑자기 지능이 좋아진 게 아니다. 남들은 전혀 관심 없는 분야에 신경 쓰느라 일반적인 학업을 못 따라간 것뿐이다. 천재를 만드는 데는 IQ 외에 다른 요인들이 필요한 것이다.


천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창작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운 좋은 발견이 필요할지도 모르나, 이 발견을 온전히 현실화하는 것이 창작이다. 고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라 창조적인 상상이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음악의 시학> 중에서


뉴스 등에 인기를 끄는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 항상 이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 저거 내가 생각했던 건데!"


안다 니가 생각한 거. 나도 생각했다. 아이폰도 생각했고, 재활용로켓 비슷한 것도 생각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실행능력이다. 창조성을 발휘한다는 것은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의 문제이다. 창조적 발상의 근원은 '무엇을 끄집어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끄집어낼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천재들은 항상 '어떻게'를 염두에 두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망상에 그치지 않고 창조적 상상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바로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결정적 차이이다.


상상력을 학습하는 천재의 생각도구


주방기구를 능숙하게 다룬다고 해서 백종원이 되는 건 아니듯이 독창성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하지만 창조적인 사람들이 실제 사용했던 생각도구들을 활용하면 현재 교육현장에서 점점 결별하고 있는 '학교지식'과 '실제경험'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수는 있다. 경험에 기반한 '질 높은 이해'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레시피에 근접한 요리를 만들 확률을 높여주는 것이다. 예컨대 첫 번째 생각도구 '관찰'을 살펴보자. 모든 이해는 관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때 관찰은 수동적인 '보기'가 아닌 적극적인 '관찰'을 의미한다. 평범하고 비루한 것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를 찾아내는 행위이다. 자신이 주의를 기울이는 것, 즉 각자의 관점에 따라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를 수 있다. '관찰'은 '생각'의 한 형태이고 '생각'은 '관찰'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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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과 다르게 보기'가 창조적 상상의 시작이다. (왼) 마르셀 뒤샹의 '샘', (오) 르네 마그리트의 '이미지의 반역'


적극적인 관찰력의 비결은 시간과 참을성에 있다. 보통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치는 순간, 세계는 참을성 많은 관찰자에게 그 놀라운 모습을 드러낸다. 인간은 잠든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종일 무언가를 보면서 지낸다. 당신은 방금 무엇을 보았는가?


당신이 가장 생각을 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가장 많이 생각해 보라. - 마르셀 뒤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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