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사진 출처: 만화 '몬스터'
자본주의의 반동인 공산주의와 변종인 나치즘(파시즘)은 도저히 서로 융화되지 못할 정도로 다른 사상이다. 히틀러는 반공을 외치며 공산주의자를 탄압하였고, 전후 공산국가 동독에서는 나치 신봉자들을 철저히 숙청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서로를 끔찍이도 싫어하는 둘이 묘하게 닮아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강력한 통제, 세뇌에 가까운 프로파간다, 개인의 자유 억압, 목표 달성을 위한 끔찍한 실험까지... 인간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는 이런 환경에서는 인간이 아닌 무언가(?)가 탄생하기도 한다. 온갖 종류의 폭력이 만성이 된 이런 지역에서는 여자들이 보호를 받고자 나쁜 남자들과 짝을 지음으로써 공격적 유전자를 퍼뜨리고 폭력성을 높이는 고리를 되풀이하기 때문이다.
난 소름 끼치도록 무시무시한 살인자일수록 위대한 인간이 될 만한 종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인간과 이상한 범죄자는 정반대의 세계에 사는 쌍둥이는 아닐까. 마음속에 감춘 꿈과 야망이 크면 클수록 인간은 위대해질 가능성과, 동시에 무서운 범죄자가 될 위험성을 품고 있지.
- 우라사와 나오키 '또 하나의 몬스터' 중에서
요한은 그런 환경 속에서 태어났다. 요한은 태어나면서부터 지도자였다. 그는 정점에 서야 할 인간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인간 이상의 괴물 같은 존재였다. 그의 아버지는 우수하고 공격적인 유전자를 가진 직업군인이었고, 어머니는 똑똑하고 반골 기질의 유전자를 가진 사회운동가였다. 그들은 천재 심리학자 보나파르트에 의해 선별된 커플이고, 요한은 그 우생학적 실험의 결과물이었다.
요한과 같은 사이코패스의 뇌에는 전두엽과 측두엽의 특정 부분, 흔히 자제력이나 공감에 영향을 끼치는 뇌 영역의 기능이 떨어지는 공통 패턴이 보인다. 이들 뇌 영역의 활동이 저조하다는 건 다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과 충동 억제력이 부족함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의 뇌는 정상인과 다르다!
뿐만 아니다. 요한에게는 '전사 유전자(warrior gene)'가 있다. 아니 정확히는 MAOA 유전자가 결핍되어 있다. MAOA는 도파민, 세로토닌 등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데,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것들이 뇌 속에 축적돼 충동제어에 어려움을 겪고, 폭력성과 분노감이 커진다. 물론 당뇨병 발병 유전자를 지녔다고 반드시 당뇨병에 걸리지 않듯, MAOA 결핍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살인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폭력성 및 반사회적 행동의 위험성이 일정 부분 이 유전자와 관련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특히 위험한 건 남자아이이다. MAOA 유전자는 X염색체에 위치하는데, 요한(남자아이)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라 이상이 생기자 큰 타격을 받았다. 이와 달리 두 개의 X염색체를 가진 안나(여자아이)는 하나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하나가 보완해 줄 수 있었다.
독특한 뇌구조와 유전자가 폭력성의 근원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실제로 모든 문화권에는 약 2퍼센트 정도의 사이코패스가 존재한다고 한다(남자 3%, 여자 1%). 그런데 이런 사이코패스의 특성을 가졌음에도 평생 아무도 해치지 않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유전자가 행동에 영향을 줄 수는 있어도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거나 결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살인자의 싹을 걸러내려는 사회적 반응에 대해 리버 뇌개발 연구소의 다니엘 와인버거 소장은 강하게 경고한다.
"부모에게 작은 결함을 유전받으면 다소 문제가 생길 수는 있어요. 하지만 반드시 정신질환을 겪는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그 결함은 ‘숙명’이 아닌 ‘위험성’이에요. 모든 사람의 유전자에는 다양한 질병에 대해 서로 다른 수준의 발병 위험이 내재돼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주홍글씨를 새길만큼 질병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분명 요한은 위대한 인간도 몬스터도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요한의 유전자를 발현시켜 진짜 괴물로 만든 사람들은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