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드로이드는 전기 양의 꿈을 꾸는가'를 읽고
SF 소설 속 이야기가 놀랍도록 비슷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껍데기는
바뀌어도 실상은 한결같기 때문이다.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목적은
'일손 부족 해결'이라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힘들고,
더럽고,
지루한 일을 대신할 노동력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지불되는 임금이 비싸선 안된다.
값싼 노동력이 선결 조건이다.
(그런 면에서 테슬라와 일론의 접근 방식이
가장 본질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최소 기능 구현-대량생산-비용절감)
이런 일을
옛날에는 노예가
현대에는 개발도상국의 저임금 노동자가 했고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에 맡기려 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런 일을 하기엔
인간이 너무 고귀해지고 희소해졌기 때문이다.
식세기, 건조기, 로봇청소기가 당연한
젊은 세대에겐
예전에 그러 일로 보이지 않았던 많은 일들이
힘들고, 더럽고, 지루해져 버렸다.
시간의 문제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은
거스를 수 없는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로봇이 그런 일을 하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되면 인간의 눈높이는 자연스레
올라갈 것이다. 좀 더 많은 일을 대신해 주길
요구할 것이며, 그건 로봇의 능력치 상승을 의미한다.
그런데 로봇의 지능과 능력이 인간과 비슷해진다면
인간의 명령에 따라 고된 일을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자연스레 기존 질서를 전복시킬 사건이 일어난다.
노예들도 그랬고,
저임금 노동자들도 그랬다.
노예들은 레이시즘으로 막으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저임금 노동자들은 트럼피즘으로
막으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트럼프는 그걸 가져왔을 뿐 오바마 시절부터
있었던 저학력 백인 노동자들의 울분의 총합이
'트럼피즘'이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로봇이 대세가 되면,
휴머니즘으로 막으려 할 것이다.
지금과는 좀 다른 의미로 쓰이는...
누군가
힘들고, 더럽고, 지루한
일을 대신해 주는 것은 매우 중독적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결국 창의적이고, 정밀하고, 오래 생각해야 하는 일도
대체하게 되면서 기존 '인간'과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그렇게 인류는
'인간'의 범주를 넓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