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언어분투기 2. 라틴어 수업 1부
우리나라에게 수포자가 있다면 서구권에는 라포자가 있다. 우리가 수2는이과생만 선택하듯이 라틴어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진학한 학생들만 공부한다고 한다. 역시 세상살이는 어느 곳이나 비슷하다. 라틴어가 어려운 이유는 몹시 조직적이고 수학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란다. 수학적...
(전국의 문과생, 졸업생 모두 화이팅이다.)
<라틴어 수업>은 한동일 저자가 서강대에서 강의를 했던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있어빌리티'를 추구하는 지성인을 위한 책이다. 책을 읽고 나면 독서 수준에 따라 여러 장점을 취할 수 있다. 상급자에겐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중급자에겐 들고 다니면 주변에서 '오~' 소리를 듣는 즐거움을, 초급자에겐 밤에 읽으면 잠이 잘 오는 효과가 있다. 저자는 하나의 라틴어에 한 챕터씩을 할애에 우리에게 라틴어에 대해 알려주는 척하면서 삶의 지혜를 넌지시 전해준다.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유명해진 라틴어 경구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속 우등생 닐 페리는 자살하기 전 저토록 우아한 라틴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지겹게 동사 변화를 외우고 있었다. 이 에피소드를 읽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1. "ㅉㅉ 다 소용없군. 먹고 마시고 노는 게 최고!"
2. "흥! 원래 대가 없는 보상은 없어"
3.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여정이 보상이다."
첫째 유형에게 카르페 디엠은 '현재를 즐기자'라는 뜻이고 둘째 유형에게는 '한눈팔지 말고 매 순간 빡세게 살아라'라는 뜻 셋째 유형에게는 '오늘에 집중하고 현재를 살라'라는 뜻이다. 당신에게 Carpe diem 은 어떤 의미인가?
습관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하비투스 이 말은 '중세 수도사가 입는 옷'에서 유래되었다.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일을 했던 수도사처럼 중요한 건 내가 해야 할 일을 그냥 해나가야 한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과 내가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그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서는 안된다. 그래야 습관이 만들어진다. 습관 또는 루틴이 중요한 이유는, 일정해야 스스로 리듬을 조절할 수 있고 그래야 정말 필요한 순간에 에너지를 쏟아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의 '최우수'에 해당하는 말을 라틴어로 '숨마 쿰 라우데'라고 한다. 이건 '남보다' 잘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전의 '나보다' 잘해야 얻을 수 있는 칭호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남과 비교해 위축되지 않게 된다. 어제의 나를 넘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게 된다. 자신만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 쓰러지고 넘어져도 자기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다. 한 번도 초라해져 본 적 없는 사람보다 타인에게 더 공감하고 진심으로 위로할 수 있다. 남을 밟고 일어서는 '최우수'보다 자신을 딛고 일어서는 '숨마 쿰 라우데' 가 더 위대한 이유다.
분노할 일이 많은 성난 황소의 시대다. 축약되고 맥락이 생략된 디지털 세상에서는 더욱 쉽게 긁고 긁힌다. 긁은 사람은 행동과 말을 통해 상대 안의 약함과 부족함을 후벼 판다. 감추고 싶어하는 어떤 것을 기어이 끄집어 내어 모욕을 준다. 그게 자기의 컴플렉스를 드러내는 행위인지도 모른채. 긁힌 사람은 상처 준 사람에게 마음속 깊이 화를 내고 분노한다. 밑도 끝도 없는 무례함에 치욕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곤 분노에 사로잡혀 두배로 되갚아주려 한다. 그런데 이걸 생각해보자.
Ultima necat. 울티마 네카트. (모든 사람은) 종국에는 죽는다.
그앞에 아래의 말을 붙는다면, 죽음을 앞두고 되돌아 보았을 때 너무 서글프지 않을까...
Vulnerant omnes, 불네란트 옴네스, 모든 사람은 상처만 주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