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시즌1
커버사진 출처: 넷플릭스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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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일이 일어나는데 아무 이유도 없다면 인간은 어떻게 반응하는가?
연상호 감독의 '지옥'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다. 시즌 1에서는 '고지'와 '시연'이, 시즌 2에서는 '부활'이라는 현상이 벌어지는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극 중 최초로 '고지'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정진수는 이러한 현상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용한다. 새진리회라는 종교를 만들어 죄를 저지른 악인이 지옥에 간다고 사람들을 속인다. 지옥행을 면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 정의로워져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런데 실상은?
20년 동안 홀로 겪은 '시연'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시키기 위해서였다. 아무 죄도 없는 자기만 끔찍한 일을 겪는 게 너무 억울했던 것이다. 그의 생각에 지옥행 '고지'는 마땅히 악인에게 내려져야 했고 그렇게 '신의 의도'를 자기 멋대로 조작했다.
그렇게 '고지'를 받은 자들은 '죽어 마땅한 자'가 되었다. 죄가 드러나지 않는 자들은 죄를 만들어 벌하는 화살촉들의 행위는 '인민재판'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은 어떻게든 의미를 만들어낸다. 무의미가 주는 두려움과 공포, 권태와 허무를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벼랑 끝 상황에서 의미를 만들어낼 때 인간은 자신의 본성을 드러낸다.
절망과 우울감에 삶의 의지를 상실하거나,
(사이비) 종교에 결정을 의탁하거나,
집단에 숨어 들어가 폭력성향을 표출한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택한다. 때로는 두렵지만, 덤덤하게 일상을 살아낸다. 남아있는 시간이 10년이든, 단 하루든 그들의 생활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그들이 살아가는 의미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