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끄적쟁이 Jul 23. 2024

인류 과학이 사망하는 날

삼체 시즌 1 종반부

커버사진 출처: 넷플릭스 '삼체'

이 문서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의 스포일러를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진짜와 가짜

가짜: 거짓으로 만들거나 혹은 거짓으로 보이는 것. 거짓, 페이크, 짝퉁, 짭


'진짜'는 실체가 있다. 인류는 진짜를 신뢰하고 그것을 토대로 문화, 문명을 쌓아 올려왔다. 우리가 '가짜'를 혐오하는 이유는 '속았다'라는 느낌이 싫어서도 있지만, 실체가 없어서 거짓이라는 것이 판명되는 순간 우리가 믿고 의지할 모든 걸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은 걸 의심한다. 진실 사이에 뒤섞인 각종 거짓들을 솎아내기 위해서다. 특히 과학자들이 그렇다. 웬만큼 실험과 검증을 거치지 않고선 쉽게 참이라 인정하지 않는다. 또 한 번 인정하고 나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번복하지 않으려 한다.

당신이 아는 걸 조심해요. 거기서 당신 문제가 시작되니까. - 소설 '삼체' 1권


제1 원리 사고


'진실추구자'들이 딛고 서 있는 진실의 기반을 '제1 원리 사고법'이라 한다. 세상을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사물을 가장 기본적인 구성으로 쪼개고 거기서부터 추론하는 방법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학 발전과 사상과 성과는 모두 오래전 발견된 위대한 물리학 법칙의 부산물이다.


물리 법칙은 시간과 공간상에서 균일하다


만일 모든 과학자들이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이 사실이 거짓이라면 어떻게 될까?

물리 법칙이 시간과 공간상에서 균일하지 않다면?

우주의 보편적인 물리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물리학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물리학을 통해 쌓아 올려진 현대 문명도...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현실세계 딥페이크


'딥페이크'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아직은 조악한 수준의 영상들이 많아서 대부분 가짜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영상의 화질이나 처리되는 데이터의 질에 따라 원본영상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발전하는 추세이며, 특히나 유명인들은 온라인에 공개된 자료의 양이 많으므로 영상 합성이 훨씬 수월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의 딥페이크 비교영상  출처: 유튜브 '인사이드에디션'


만약 딥페이크가 디지털공간이 아닌 현실세계에 작동한다면 당신은 구분할 수 있을까?

당신 눈에만 보이는 카운트다운 숫자가 있다면?

특정 시간에 밤하늘의 별 전체가 깜박거린다면?

이런 현상을 겪은 인간들은 세상이 미쳤거나, 자기가 미쳤다고 생각할 것이다. 특히 물리 법칙에 대한 종교적(?) 믿음을 가진 과학자들에게 '같은 조건의 에너지 충돌 실험에서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온다는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 현상을 목격한 삼체 이야기 속 과학자들은 정신이 이상해지거나, 자신의 두 눈을 찌르거나, 커다란 실험 기계 속으로 몸을 던졌다. 이런 일이 벌어진건 지구 문명보다 훨씬 수준 높은 과학 기술을 가진 삼체 문명의 '지자' 때문이었다.


너희는 벌레다!

두 개의 양성자가 지구에 도착하는 날이
바로 인류 과학이 사망하는 날이다. - 소설 '삼체' 1권


변덕스러운 세 개의 태양에 잡아먹힐 위기의 삼체 문명. 그들에게 지구의 예원제가 구원의 손길을 뻗어왔다. 지구의 위치를 알려준 것이다. 지구에서 4광년 정도 떨어진 켄타우루스자리 알파에 위치한 삼체 문명은 양성자 2개를 지구로 발사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들은 단순한 입자가 아니다.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척 작은 '슈퍼 스마트 컴퓨터'이다. 삼체 문명은 이 양성자에게 '지자(知者)'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자는,

고에너지 가속기 속으로 잠복해 잘못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인간의 망막에 글자와 숫자 또는 도형을 그릴 수 있다.

밤하늘의 모든 별이 전부 빛나게 할 수도 있다.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보고, 듣고 삼체인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를 가진 지자는,

'기적'을 행하며 지구의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지자를 다룰 수 있는 삼체 문명과 지구 문명의 수준 차이는 인간과 벌레의 간격보다 크다. 인류의 엄청난 진화능력도 과학을 말살하는 지자 앞에선 무용지물이다. 인류가 물질 심층 구조 연구에 획기적인 진전을 거둬야 이런 지자를 식별할 수 있는데, 고에너지 가속기가 모두 고철로 변하면 이런 연구가 어떻게 진행될 수 있겠는가?


지구인이라는 종을 멸종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삼체 함대가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450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멸망의 카운트다운을 부여받은 채, 인간이 어디에 있든 일거수일투족 지자의 감시를 받게 된 지구는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았다.

출처: 넷플릭스 '삼체'


이전 12화 삼체 문명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