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모든 것, 영화와 소설 4.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이야기의 모든 것, 영화와 소설 4. 안드레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의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이미지와 텍스트에서 같은 이야기의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는지 알아봅니다.)
이 문서는 작품이나 인물 등에 대한 줄거리, 결말, 반전 요소 등의 스포일러를 직·간접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생에도 파레토 법칙이 적용된다. 우리의 삶이 평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기에 특정 시기, 특별한 만남이 인생의 80% 이상을 좌우하기도 한다. 엘리오에겐 17살 무렵 이탈리아에서 맞이했던 여름이 그러했고, '올리버'란 이름의 첫사랑이 이후의 인생을 좌우할 만큼 커다란 의미로 남게 된다. 인생에서 단 한번 찾아오는 특별한 경험, 감정들. 서툴기만 한 엘리오에게 올리버와의 6주 간 여름은 영원히 간직할 강렬한 추억이 되었다.
새롭게 만난 누군가가 눈에 들어온다. 늘씬한 키에 멋진 외모, 밝은 미소까지 누구나 좋아할 만한 외형을 갖췄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이 아니다. 전공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막힘없이 말할 수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악기에 실어 표현하는 재능을 갖췄다. 거기다가 청춘의 생동감까지...
어느 누가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눈부신 청춘에 호감을 가지는 이가 한 명 일리 없다. 올리버는 다른 이성과 여름밤 파티를 즐기며 엘리오의 마음에 염장을 지르고, 엘리오는 여사친과 관계를 발전시키며 맞불을 놓는다. 알듯 모를듯한 서로의 반응은 오해를 부르고 서먹해진 관계에 괴로워한다. 자존심보다 훨씬 강한 끌림이었기에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고 서로의 감정을 알아채게 된다.
말하는 게 나을까요? 죽는 게 나을까요?
하지만 그들이 너무 눈부신 존재인 게 문제라면 문제일까. 세상은 그들의 감정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고, 그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종족보존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몸속 유전자(Gene)와 사회적 유전자(Meme)가 극렬히 거부하고 금기시하는 뜨거운 감정. 엘리오와 올리버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올리버...
엘리오...
다른 사람들에게 들켜선 안된다.
하지만 우리의 강렬한 감정은 계속 확인하고 싶다.
어떤 신호가 좋을까?
그래, Call me by your name
나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 알고 있는 넌 나와 다름없어. 나 역시 마찬가지고. 네가 날 니 이름으로 불러주면 그 어떤 사랑의 세레나데보다 더 절절히 널 느낄 수 있어. 이건 마치 누구도 알지 못하는 우리들만의 특별한 게임인 거야.
예고된 결말은 절정의 행복을 예비해 두었다. 6주간 여름휴가의 끝자락에 두 연인은 엘리오 부모님의 암묵적 동의 아래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한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마찬가지로 콜미에도 절정의 장면에 대자연이 등장하는 건, '억눌렀던 감정의 해방'을 가장 영화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이어서일까. 엘리오와 올리버는 목청껏 이름을 바꿔 부르며 감정을 드러낸다. 이별 뒤 후회가 남지 않도록...
내 속에 있는 너의 모든 세포들은 결코 죽지 않을 거야.
만약 죽게 된다면 내 속에서 죽게 둘래
언젠가 날 기억해줘
Later...(나중에 봐)
첫 만남 이후 올리버가 수시로 내뱉던 말이 거슬린 이유는 이별 후의 슬픔을 예견해서일까. 그가 떠난 후 엘리오의 시간은 멈춰 버렸다. 수년 동안 그를 자신의 박제된 과거 속에 살게 했다. 완전한 사랑으로 온전히 얼려 기억 속에 묻었다. 원할 때마다 만날 수 있게.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들은 뒤, 엘리오 인생의 분기는 더욱 분명해졌다. 육체는 '코마 상태'처럼 현실에 머물러 있지만, 실체는 언제나 6주 간의 여름 그곳에 있었다.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준 그때에...
비극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엘리오의 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엘리오가 부럽다.
영원히 변치 않는 강렬한 사랑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허락된 게 아니니까
영화와 원작 소설은 멈추는 지점이 다르다. 2가지 평행 세계 중 당신이 선호하는 건 어느 것일까.
절절한 사랑과 이별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청춘이라면 영화의 결말이
아련하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지난 이들은 소설의 결말이 더 마음에 끌릴 것이다.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이야기의 2가지 버전
루카 구아다니노의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2017)' -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위험하다. 두 배우를 포함해 너무나 아름다운 영상미가 어떤 형태의 사랑이라도 납득시켜 버릴 기세이기 때문이다.
'티모시 is 뭔들'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콜미 바이 유어 네임(2007)' - 소설에서는 올리버의 결혼 소식을 전해 들은 후 20년이 흐르기까지의 후일담이 이어진다. 마흔 줄에 접어든 나이에도 17살의 여름 안에서 살고 있는 엘리오, 반면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를 얻게 된, 그 시절과는 달라진 올리버. 시간이 흘렀지만 예전 모습을 간직한 고향집에서 재회하며, 그들은 가장 눈부셨던 그때로 돌아간다.
난 다 기억하고 있어 - 올리버
장난스럽게라도 좋으니 딱 한 번만,
우리가 함께였던 그때로 돌아가서,
날 향해 내 눈을 바라보면서
니 이름으로 날 불러줘 - 엘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