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이는 온 나라가 함께 키운다

책으로 배운 아빠육아 2. 프랑스아이, 타이거마더, 유대인처럼 1부

by Book끄적쟁이

책으로 배운 아빠육아 2. 프랑스 아이처럼, 타이거마더, 부모라면 유대인처럼 1부

('K-육아법을 찾아서'를 테마로 세계 각국의 효과적인 육아법을 연구한 좌충우돌 아빠육아 이야기입니다.)


보이지 않는 문명의 힘


2014년 7월, 한 아이의 아빠가 된 이후, 자연스레 세상의 모든 K-부모들을 '리스펙'하게 되었다. 어찌 이런 '울며 떼쓰고 밤에 잠도 안 자는 짐승'을 인간으로 키워내셨는지, 특히 2명, 3명씩 키운 분들이라면 더욱더...

아기준서.jpg 잠들면 천사이던 아기 시절 우리 아들


어떻게든 빨리 요 짐승 녀석을 '문명화(?)'시켜 한 인간으로서 삶의 질을 되찾고자 했던 내 레이더망에 처음으로 걸렸던 책이 오늘 소개할 '프랑스 아이처럼'이다.

이상한 점이 있었다.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도, 울며 떼쓰는 아이도 없었다. 아기들은 모두 어른들처럼 한 번에 한 가지씩 코스요리를 즐기고 있었다. 테이블 주위엔 음식 부스러기 하나 떨어져 있지 않았다. 그들의 식탁에는 '보이지 않는 문명의 힘'이 존재하는 듯했다.


책을 넘겼을 때 내 온 마음을 뒤흔들었던 문단이다.

보통 아이가 있는 지인 가족끼리 놀게 되었을 때 익숙한 풍경은 다음과 같았다.

부모는 아이들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하거나 거실 바닥에 앉아 장난감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 싸움을 말리거나 울음을 터뜨린 누군가를 달래는 상황이 최소 몇 번은 생긴다. (저자가 미국인인데 미국가족의 상황도 한국과 매우 유사했다. 우리 육아법은 미국에서 수입된 걸지도...)


그런데!


프랑스 어른들은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즐겁고 평화롭게 논다고???

'악마의 비기'인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않는데도?

내게 너무나 절실히 필요했던 것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프랑스 사람들이 가진 이 보이지 않는 문명의 힘은 대체 뭐란 말인가?


아이란 어떤 존재인가?


철학과 바칼로레아의 나라, 프랑스라고 해서 부모가 되기 위한 특별한 육아철학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프랑스 전체가 공유하는 마음가짐이 있을 뿐이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인권이란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아무리 좋은 부모라 해도 자녀를 위해 자신의 일상을 송두리째 희생하지 않으며, 그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아이의 자율과 독립성을 중시하되, 원만한 인간관계, 사회생활을 위해 지켜야 할 에티켓을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교육한다. 자는 법, 기다리는 법,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법, 먹는 법을 중요시 여기는 것은 여느 나라나 비슷하다. 단지 아주 어릴 때부터 가능하다고 여기는 것이 다를 뿐.


아기가 밤을 하나요?

엘르 페 세 뉘? (아기가 밤을 하나요?)


'아기가 밤새 잘 자나요?라는 의미의 프랑스 표현이다.

부모들은 신생아들의 밤낮이 뒤바뀐다는 것을 안다. 아기가 '밤을 하지'않는 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 부모들은 밤에 깨어나는 것은 초기의 아주 일시적인 현상일 뿐, 밤새 푹 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겨우 2개월 된 갓난아기 때부터.

parentsenoughsleep1.jpg 아기의 통잠 여부는 부모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출처: 당신은 엄마입니다.


아기의 수면에 커다란 차이를 만드는 핵심은

'라 포즈(잠깐 멈추기)'였다.


아기가 태어난 직후 밤마다 칭얼대는 아기에게 곧장 달려가지 말라는 것이다. 아기 스스로 마음을 달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라는 것이다. 태어난 직후부터.


그러한 '라 포즈'가 필요한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 본래 아기는 자는 동안 많이 움직이고 소리도 많이 낸다. 그게 정상인 건데, 우는 소리를 낼 때마다 안아준다면 오히려 그 행동이 잘 잤을 아기를 깨울 수도 있다.

둘째, 아이들은 약 2시간 정도 지속되는 수면 사이클 사이사이에 깬다. 이걸 연결시키는 법을 익히기 전에는 칭얼대거나 우는 게 정상이다. 이때 부모가 섣불리 개입한다면 아이는 그 방법을 배우지 못하고, 어른이 찾아와 달래줘야만 다시 잠이 들도록 길들여진다. 부모의 조바심이 아기 '등센서'를 만드는 셈이다.


책을 읽은 대로 독한 마음을 품고 '수면교육'에 나섰다.

마음 약한 아내에겐 외출을 선물했다.

첫날 아들은 20분 동안 울었다.(마음이 아팠다.)

다음날에는 9분을 울었다.

셋째 날엔 2분을 칭얼대다 잠들었고,

그 후로 밤새 잘 잤다.

프랑스 아이가 아니어도 가능했다! 비록 2개월은 아니고 6개월째 시도하여 더 오래 울릴 수밖에 없었지만.


기다려!

잘 기다렸던 아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도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 마시멜로 실험 결과


"아탕(기다려)!"


말썽꾸러기들에게 프랑스 부모들이 "조용히 해"나 "그만해" 보다 더 자주 쓰는 말이다. 매우 엄격하고 날카로운 어조로.

그 짧은 기다림이 큰 차이를 만든다.

다양한 음악과 미술의 세계를 풍부하게 경험하게 해 주고,

부모에게 덜 의존하고 혼자 놀 수 있게 해 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된다.


관건은 기다림을 '덜' 짜증스럽게 만드는 법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이다.

이 때, 엄마, 아빠는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자기 할 일에 집중해 부모를 필요로 하지도 않는데 끼어들거나, 반대로 부모의 관심이 고플 때 옆에 있어주지 않으면 아이에게 기다림은 괴로운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육아에도 '낄낄빠빠'가 중요하다.

준서영어책.jpg 아들의 '영어책 읽기 습관 형성'에도 '낄낄빠빠'가 주효했다.


강요하지 마라, 그러나 포기하지도 마라

요점은 모든 아이들이 다 좋아할 음식을 주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각각의 음식을 골고루 먹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미슐렝의 나라 프랑스에서는 아기가 거부하더라도 그 음식을 계속 주라고 얘기한다. 새로운 음식을 소개하는 게 어렵고 아이가 서너 번 이상 그걸 거부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다른 색깔, 다른 질감, 다른 향으로 바꿔 계속 시도하면 결국 좋아진다는 게 프랑스식 사고방식이다. 이것은 아이를 고문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풍요로운 맛의 세계를 만끽하는 삶이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데 훨씬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일 뿐. 미식가들의 자부심이랄까.

나물반찬.jpg

아내의 노력으로 우리 아들에게도 다양한 맛의 세계를 경험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라면, 치킨, 피자와의 만남 이후, 어릴 때 곧잘 먹던 나물들과는 별거(?) 중이지만 '식탁 위에 올라온 반찬 모두 한 번 이상은 맛본다'는 원칙은 지키고 있다. (미스터리 한 것은 거제에서 나고 자랐는데, 해산물을 싫어한다는 것...)


마법의 말 4가지

프랑스에선 마법의 말이 4개나 된다. '실부플레(해주세요)', '메르시(고맙습니다)', '봉주르(안녕하세요)', '오르부아(안녕히 가세요)'


프랑스에서 "봉주르"는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 세 글자는 상대의 인격을 존중하는 것이다. 식당 같은 곳에서 종업원을 대상으로 할 때도 상대방을 그저 서비스 종사자가 아니라 한 사람의 개인으로 바라본다는 신호다. 서로 교양 있는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는 것을 확인하는 절차이다.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어른과 같지는 않더라도 '상대방과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이성적인 존재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가 인사를 하지 않으면 불쾌하게 생각한다. 부모가 가정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여긴다.

"봉주르!" 이 한 마디에 아이를 포함한 부모의 성품에 대한 판단까지 이루어지는 것이다.

outdoor-portrait-of-little-caucasian-kid-girl-with-cheeks-painted-in-france-flag-colors-and-looking-into-camera-and-smile-young-painter_438419-169.jpg 다정한 말투로 봉주르라고 인사하면, 상대의 태도가 눈에 띄게 편안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출처: 프리픽


온 나라가 함께하는 원칙


'넹포르트 쿠아(아무려면 어때)': 아이들은 단호한 경계가 없고 부모들도 권위가 부족하며 뭐든 괜찮다는 식으로 일관

'카드르(틀)': 단호한 제한이 존재하고 부모가 그걸 엄격하게 강제. 대신 아이들은 틀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림


프랑스에선 최선의 양육에 대한 큰 합의(카드르)가 존재하기 때문에, 크레쉬(어린이집)에 보내든 집에서 기르든 양육 방식에 큰 차이가 없다. 대부분의 교사나 조부모도 부모와 같은 일정, 습관을 길러준다. 따라서 부모들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자신의 일에 집중하거나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


핵심은 어린아이에게도 '민주시민'을 기대하고 강하게 믿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믿기에 단호할 수 있고 일관성 있게 밀어붙일 수 있다. 아이가 부모와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이라는 수평적 관계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너의 삶만큼 나의 삶도 소중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언뜻 모순되고 가혹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튼튼한 장벽이 있어야 아이들도 그 안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다. (2부에서 계속)


기꺼이 주고 마지못해 반대하라. 그러나 거절은 취소할 수 없도록 결정적으로 하라. 어떠한 애원에도 움직이지 마라. "안 돼"를 한 번 내뱉었으면 아이가 대여섯 번 힘을 쏟더라도 철의 장벽처럼 버텨라. 결국에는 아이도 더 이상 뒤집으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 루소, <에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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